시사위크=김두완 기자 전남 여수에서 생후 133일 된 영아가 숨진 이른바 ‘해든이 사건’을 둘러싸고 가해 부모에 대한 엄벌 요구가 확산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서영교 의원은 19일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법정 최고형 선고를 촉구하는 탄원서를 광주지방법원 순천지원에 제출한다고 밝혔다. 해당 탄원에는 국회의원 36명이 연명으로 참여했다.
◇ 아동학대 사건이 마주한 법적 공백 5가지
사건은 지난해 10월 부모의 신고로 처음 알려졌다. 당시 부모는 아이가 목욕 중 의식을 잃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병원 이송 이후 확인된 상태는 이와 달랐다. 아이의 몸에서는 갈비뼈 등을 포함해 23곳의 골절이 발견됐고, 다발성 외상에 따른 출혈과 장기 손상 소견이 확인된 것으로 전해졌다. 단일 사고로 보기 어려운 수준의 손상이었다.
수사의 초점은 자연스럽게 ‘사고 여부’에서 ‘반복된 폭력’으로 옮겨갔다. 검찰은 의료 기록과 주거지 자료 등을 토대로 상해가 한 번이 아니라 여러 차례 누적된 정황에 주목했고, 이 같은 반복성과 손상의 정도를 고려해 친모에게 아동학대치사가 아닌 아동학대살해 혐의를 적용했다.
같은 사망이라도 적용되는 혐의는 다르다. 단순히 학대가 사망으로 이어졌다고 보면 치사죄지만 반복된 폭력과 상해의 정도가 중대해 사망 가능성을 인식했다고 판단되면 살해죄로 넘어간다. 때문에 이번 재판의 쟁점은 사망이라는 결과가 아니라, 그 과정이 어디까지 입증되느냐다.
이 사건에서 또 하나의 쟁점은 친부의 책임이다. 검찰은 친부에 대해서도 학대를 방치하고 사건 참고인을 협박한 혐의로 함께 재판에 넘겼다. 직접적인 가해 여부와 별개로 반복된 위험 상황을 알고도 방치했는지가 판단 대상이다. 영아 학대 사건에서 보호자의 역할은 단순한 양육을 넘어 ‘위험 차단 의무’까지 포함된다는 점에서 법원의 판단이 주목된다.
그러나 이번 사건은 처벌 수위의 문제보다 법이 작동하는 방식에서 한계가 드러났다는 평가가 나온다. 현행 법체계는 아동학대 범죄를 강하게 처벌하도록 설계돼 있지만, 실제 사건에서는 그 규정들이 사후에야 작동하는 구조가 반복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가장 먼저 지적되는 지점은 아동학대살해와 치사의 구분이다. 아동학대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은 살해의 경우 사형 또는 무기징역까지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실제 재판에서는 ‘죽음을 예견했는지’를 입증해야 한다. 반복된 골절과 외상이 확인되더라도 이를 살해로 인정할지 여부는 행위 당시의 인식과 고의성을 어떻게 보느냐에 달려 있다. 상해의 누적이 분명한 사건에서도 치사로 판단이 낮아질 여지가 남는 이유다.
아동 보호 체계의 기본 원칙 역시도 한계로 지적된다. 아동복지법은 가정 유지와 복귀를 우선하는 구조를 취하고 있다. 취지는 분명하지만 학대가 의심되는 상황에서도 ‘개선 가능성’을 이유로 분리 조치가 늦어질 수 있다. 특히 영아는 스스로 피해를 설명할 수 없기 때문에 위험 신호가 외부로 드러나는 시점 자체가 늦다. 결과적으로 학대가 누적된 뒤에야 사건이 드러나는 구조가 만들어진다.
공동 보호자의 책임 문제도 빠지지 않는다. 현행법은 방임 역시 처벌 대상으로 규정하고 있지만 실제 적용에서는 직접 가해 여부에 비해 판단 기준이 엄격하지 않다. 같은 공간에서 장기간 학대가 이어졌음에도 “몰랐다”는 주장으로 책임이 분산되는 경우가 발생하는 이유다. 이번 사건에서 친부의 책임이 별도의 쟁점으로 부각된 것도 이러한 구조와 맞닿아 있다.
현장 개입 권한 역시 한계로 지목된다. 법상으로는 경찰과 아동보호기관이 긴급분리 조치를 할 수 있지만, 실제 현장에서는 판단 부담과 사후 책임 문제로 인해 적극적으로 활용되지 않는 경우가 적지 않다. 의료기관 역시 학대 의심 상황에서 개입 권한이 제한적이다. 위험 신호가 포착돼도 실제 분리로 이어지지 못하는 간극이 존재한다.
양형 구조도 논쟁 지점이다. 아동학대살해는 중형 범죄에 해당하지만, 재판 과정에서는 반성 여부나 초범 여부 등이 감형 요소로 작용한다. 반복된 학대가 확인된 사건에서도 이러한 기준이 동일하게 적용될 경우, 사회적 체감과 판결 사이의 간극이 발생할 수밖에 없다.
결국 이 사건이 던지는 질문은 하나다. 법은 이미 존재하지만 그 법이 언제 작동하느냐다. 반복된 폭력이 누적되는 동안 개입하지 못하고 사망 이후에야 가장 강한 처벌 규정이 작동하는 구조가 계속된다면 유사 사건은 반복될 수밖에 없다.
정치권의 대응은 빠르게 이어졌다. 서영교 의원은 “스스로를 보호할 수 없는 영아에게 반복된 폭력이 가해진 정황이 확인된다”며 “보호자가 가해자가 된 사건으로 가장 엄중한 처벌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이어 “정인이 사건 이후에도 유사한 비극이 반복되고 있다는 점에서 사법부의 판단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에 서 의원은 ‘아동복지법’과 ‘아동학대처벌법’ 개정을 재추진하겠다고 밝혔다. 학대 피해 아동의 원가정 복귀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문제를 보완하고, 부모에 의한 아동학대 살해 범죄의 처벌을 강화하는 것이 핵심이라는 설명이다. 구체적인 법안 내용은 추후 공개될 것으로 보인다.
결국 이번 사건의 본질은 분명하다. 단순한 사망 사건이 아니라, 반복된 폭력이 어떤 기준에서 ‘살해’로 인정되는지를 묻는 사건이다. 법원이 상해의 누적과 행위의 반복성을 어떻게 해석하느냐에 따라 향후 유사 사건의 적용 법리와 양형 기준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 엄벌 촉구 탄원 연명 의원(총 36명)
서영교·모경종·김주영·안태준·노종면·윤종군·김승원·이해식·권향엽·송옥주·김문수·소병훈·조계원·이학영·양부남·서삼석·전진숙·이성윤·안도걸·추미애·김영배·진선미·문대림·전현희·오세희·박정현·허종식·채현일·윤준병·박지원·장경태·박균택·박은정·김용민·최혁진·손 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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