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위크=이미정 기자 고려아연의 정기 주주총회가 일주일여 앞으로 다가왔다. 이번 주주총회 결과는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 측과 영풍·MBK파트너스연합 경영권 분쟁에 중요한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최대 관심사는 이사회 구성 방식이다. 양측이 ‘이사 선임’ 표대결을 통해 이사회 내 영향력을 어느 정도 확보할 수 있는지가 관건이다.
최윤범 회장의 재선임 여부도 주목된다. 최 회장의 재선임안을 둘러싸고 국내외 의결권 자문사들의 의견은 엇갈리고 있다. 경영 연속성 측면에서 재선임에 찬성하는 의견을 권고한 곳도 있지만 반대 의견을 낸 곳도 있다. 불투명한 투자 집행 의혹과 주주권익 침해 논란, 사법리스크 등에 휘말린 것이 반대 배경으로 거론됐다.
◇ 이사회 좌석수 놓고 치열한 표대결 예고
고려아연은 오는 24일 정기 주주총회를 개최할 예정이다. 이날 고려아연은 △제52기 연결 및 별도 재무제표 △정관 일부 변경의 건 △집중투표에 의한 이사 선임의 건 △감사위원회 위원 선임의 건 △이사 보수한도 승인의 건 등이 안건을 올린다.
핵심 안건은 ‘집중투표에 의한 이사 선임의 건’이다. 현재 고려아연 이사회는 19명이다. 이 중 직무정지된 4명을 제외하면 최 회장 측 이사는 11명, MBK·영풍 측은 4명으로 파악된다. 이 가운데 6명의 이사의 임기가 이달 만료된다. 이에 따라 최 회장 측 6명, MBK·영풍 측 3명의 구도로 재편됐다.
최 회장 측은 이번 주총 안건으로 5명의 이사 선임안을, 영풍·MBK 측은 6명의 선임안을 각각 상정한다. 이날 주총에선 몇 명을 선임할지를 놓고 먼저 표대결을 한다. 이후 해당 결과에 따라 다득표순으로 이사를 선임할 예정이다. 집중투표제가 도입된 만큼 양측의 셈법은 복잡해졌다.
이사 후보는 △최윤범 회장 사내이사 △황덕남 이사회 의장 사외이사 △월터 필드 맥랠런 기타비상무이사 △박병욱 기타비상무이사 △최연석 기타비상무이사 △최병일 사외이사 △이선숙 사외이사 등 7명이다. 고려아연 측은 최 회장과 황덕남 이사를 재선임 후보로 추천했다. 월터 필드 맥랠런 기타비상무이사는 미국 합작법인 크루서블JV가 추천한 후보다. 나머지 4명의 후보는 영풍·MBK 측이 추천했다.
시장에선 최 회장의 사내이사 재선임 여부에도 촉각을 기울이고 있다. 경영권 방어 과정에서 불거졌던 최 회장을 둘러싼 각종 논란과 사법리스크가 도마 위에 오를 가능성이 배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최근 글로벌 의결권 자문사 ISS(Institutional Shareholder Services)와 한국ESG기준원(KCGS)은 거버너스와 주주권익 침해 이슈를 지적하며, 최 회장의 사내이사 재선임 안건에 대해 반대 의견을 권고했다.
먼저 ISS 측은 의안분석 보고서를 통해 △자사주 고가 매입 이후 유상증자 추진 시도 △상호주 형성을 활용한 영풍에 대한 의결권 제한 논란 △대규모 전략 투자 과정에서의 이사회 심의 절차 논란 등을 언급했다. 최 회장 측의 경영권 사수를 명분으로 회사 자금과 지분 구조 등이 활용된 점 등을 문제점으로 지적했다.
KCGS은 최 회장의 재선임 반대 사유로 ‘회사 가치 훼손 및 주주권익 침해’를 거론했다. 비효율적인 투자 집행 논란과 이에 따른 재무적·법적 리스크 등을 지적했다.
KCGS는 원아시아파트너스 투자 구조 논란과 미국 이그니오홀딩스 고가 인수 의혹 등을 언급하며 내부통제 부실이슈를 꼬집었다. 특히 자본잠식 상태였던 이그니오홀딩스를 약 5,820억원에 인수하는 과정에서 실사와 절차적 정당성 확보가 충분하지 않았다고 봤다. 또한 이러한 투자 건들로 인해 금융감독원이 회계처리 기준 위반 동기를 ‘고의’로 보고 감리를 진행 중인 상황을 언급하며 사법리스크를 거론했다.
과거 2조5,000억원 규모의 일반공모 유상증자 결의 건도 문제 삼았다. KCGS는 해당 유상증자 결정 과정에서 이사회가 사전적인 감시 및 견제를 제대로 하지 못했다고 봤다.
고려아연은 자사주 공개매수가 끝난 지 일주일 만인 2024년 10월 30일, 주주가치 희석 우려가 있는 유상증자 계획을 발표해 시장에 파문을 일으켰다. 이후 계획을 철회했으나 논란을 피해가지 못했다. 유상증자를 사전에 계획하고 있었으면서도 이를 숨겼다는 의혹이 제기됐기 때문이다. 금융당국은 이와 관련한 조사를 진행한 뒤 사건을 검찰에 넘겼다. 지난해 이와 관련된 검찰의 대대적인 압수수색이 진행됐다.
◇ ISS 이어 KCGS, 최윤범 재선임안 반대… 거버넌스 이슈 부각될까
KCGS는 회사가 추천한 감사위원 김보영 사외이사의 재선임 안건과 감사위원이 되는 사외이사 이민호 재선임 안건에 대해서도 반대를 권고했다. 주주가치 희석 위험이 큰 유상증자 안건에 찬성하며 감시의무를 소홀히 했다는 점이 반대 사유로 제시됐다.
최 회장은 경영권 분쟁을 벌이는 과정에서 각종 사법 리스크에 휘말렸다. 배임, 공정거래법 및 특정 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 등의 혐의로 고발돼 조사가 진행되고 있다.
ISS와 KCGS는 이러한 거버넌스 이슈를 언급하면서 반대 의견을 권고했다. 다만 글래스루이스, 한국ESG연구소, 서스틴 베스트 등 다른 국내외 의결권 자문사는 최 회장의 재선임안에 대해 찬성했다. 서스틴베스트는 “현 시점에서 경영진 교체보다는 경영 연속성 유지가 중장기 기업가치 측면에서 보다 합리적이라고 보인다”는 의견을 보였다.
시장에선 국민연금공단이 의결권 향방에 주목하고 있다. 국민연금은 고려아연의 지분 5.2%를 보유하고 있다. 시장에선 국민연금의 이번 주총에서 ‘캐스팅 보트’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그간 국민연금은 고려아연의 경영권 분쟁에 대해 중립적인 입장을 유지해왔다. 다만 올해는 스튜어드십 코드 강화 기조를 따라 적극적인 행보를 보일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
실적 성과를 강조하는 최 회장 측과 거너번스 이슈를 거론하고 있는 영풍 측의 대결구도에서 주주들이 어떤 선택을 할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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