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마이데일리 = 방금숙 기자] 하림그룹이 지난해 매출 13조 시대를 열었지만 신사업 부실과 지배구조 리스크가 글로벌 시장 도약에 발목을 잡고 있다.
17일 유통업계와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하림지주는 지난해 연결 기준 매출 13조2148억원, 영업이익 8872억원, 당기순이익 5154억원을 기록했다. 전년 대비 매출은 7.7%, 영업이익은 15.9% 증가했다.
이 같은 사상 최대 실적 배경에는 해운 계열사 팬오션과 사료 부문의 견조한 수익이 있었다.
팬오션은 하림지주 전체 매출의 약 38%를 차지하며 핵심 수익원으로 자리 잡았고, 사료·축산 부문은 25%, 식품·서비스 부문은 24.6% 수준이다. 본업인 닭고기 사업의 영업이익률은 2%대에 머물렀다.
특히 프리미엄 식품을 표방한 ‘더미식’ 브랜드는 2021년 출범 이후 약 5년간 누적 적자 4,123억 원을 기록하며 고전 중이다. 가격 경쟁력 약화와 낮은 시장 점유율(1% 미만)이 원인으로 꼽힌다.
신사업 부문 성과도 기대에는 못 미치고 있다. 프리미엄 가정간편식 더미식 브랜드는 2021년 출범 이후 약 5년간 누적 적자 4123억원을 기록하며 고전하고 있다.
더미식을 운영 중인 하림산업은 지난해 영업손실 1276억원, 당기순손실 1537억원을 기록했다. 시장 점유율도 1% 미만이다. 더미식 라면은 편의점 기준 가격이 약 2200원으로 신라면과 진라면(각 약 1000원)보다 두 배 이상 비싸 가격 경쟁력이 약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밖에 스트릿푸드 브랜드 ‘멜팅피스’와 어린이 식품 브랜드 ‘푸디버디’ 등 신규 브랜드 역시 아직 뚜렷한 수익 기반을 확보하지 못한 상태다.

신사업 부진에 대해 하림 측은 대규모 투자의 결과물이라고 설명했다.
하림지주 관계자는 “식품기업은 원래 이익률이 4% 내외로 높지 않고 더미식 등은 투자 초기 단계”라며 “라면·즉석밥 생산라인과 물류 시스템 가동이 본격화되는 올해가 수익 개선의 터닝 포인트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시장에서 하림의 재무 부담보다 더 우려하는 것은 지배구조의 불투명성이다.
하림 승계의 핵심은 장남 준영 씨가 지분 100%를 보유한 ‘올품’이다. 준영 씨는 2012년 부친으로부터 올품 지분 전량을 증여받은 뒤, 올품이 그룹 지주사인 하림지주(당시 제일홀딩스) 지분을 확보하게 함으로써 ‘준영 씨 → 올품 → 하림지주’로 이어지는 옥상옥 구조를 구축했다. 올품이 하림지주 지분 24.02%를 확보하며 사실상 승계의 9부 능선을 넘은 상태다.
문제는 이 과정에서 발생한 ‘사익편취’와 ‘담합’ 꼬리표다. 하림은 육계·삼계 담합과 올품 부당 지원 의혹으로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1000억원이 넘는 과징금을 부과받았고, 현재는 이에 불복하는 소송을 진행 중이다.
하림 측은 “제재 당시 과징금은 모두 납부 완료했다”며 “현재 진행 중인 소송은 제재의 정당성을 가리는 행정 소송일 뿐 승계 문제와는 무관하다”고 선을 그었다.
그러나 올품은 하림그룹 계열사의 전폭적인 지원과 내부 거래를 통해 급성장했고, 10여년 간 공정위로부터 여러 번 부당지원 제재를 받은 전력이 있다.
이에 경제개혁연대 등 소액주주들은 김홍국 회장을 상대로 주주대표소송을 제기하며, 과징금으로 인한 회사 손실에 대해 경영진의 책임을 묻고 있다.
최근 자사주 소각 대신 이를 담보로 교환사채(EB)를 발행해 현금을 확보한 점을 두고도 시장에서는 “주주 가치 제고보다 승계 비용 마련에 활용하려는 것 아니냐”는 비판이 제기됐다.
이와 관련해 하림 관계자는 “확보된 자금은 차입금 상환과 운영 자금으로 활용해 재무 건전성을 높이기 위한 조치”라고 해명했다.
승계 구도가 사실상 완료됐다는 시장의 관측에 대해서도 “김흥국 회장이 여전히 현역에서 최대주주로서 건강하게 경영을 진두지휘하고 있다”며 승계 관련 논의는 시기상조라고 밝혔다.
하림지주는 오는 31일 주주총회에서 지배구조 개선을 위한 정관 변경을 추진한다. 상법 개정에 맞춰 사외이사를 ‘독립이사’로 명칭 변경하고 독립성을 강화하는 것이 핵심이다.
감사위원 선임 시 최대주주의 의결권을 3%로 제한하는 규정을 명확히 하는 등 경영진 견제 기능을 강화하는 방안도 포함됐다. 임원 퇴직금 지급 기준을 구체화하는 등 내부 통제 체계 정비에도 나설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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