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변화, ‘잠’을 빼앗다

시사위크
최근 ‘잠’이 위협받고 있다. 불면증을 호소하는 사람들의 숫자는 매년 증가하는 추세다. 의료계에선 과도한 스마트폰의 사용, 현대인의 스트레스 증가 등 다양한 원인을 꼽는다. 이 가운데 새롭게 주목받는 불면증의 원인이 있다. 바로 ‘기후변화’다./ 생성형 AI로 제작한 이미지
최근 ‘잠’이 위협받고 있다. 불면증을 호소하는 사람들의 숫자는 매년 증가하는 추세다. 의료계에선 과도한 스마트폰의 사용, 현대인의 스트레스 증가 등 다양한 원인을 꼽는다. 이 가운데 새롭게 주목받는 불면증의 원인이 있다. 바로 ‘기후변화’다./ 생성형 AI로 제작한 이미지

“Sleep that knits up the ravelled sleave of care.
(잠은 걱정이라는 뒤엉킨 실타래를 다시 풀어주는 것이다.)” 
<윌리엄 셰익스피어, ‘맥베스(Macbeth)’ 중>

시사위크=박설민 기자  셰익스피어의 4대 비극 ‘맥베스(Macbeth)’에서 동명의 주인공 스코틀랜드 왕 맥베스는 이같이 절규했다. 다시는 잠에 들 수 없다는 고통과 두려움, 자신의 행적에 대한 후회를 절절히 묘사한 구절이다. 소설 속 고통받던 맥베스와 달리 우리는 언제든 침대로 달려가 잠들 수 있다. 그야말로 축복이 아닐 수 없다.

하지만 최근 ‘잠’이 위협받고 있다. 불면증을 호소하는 사람들의 숫자는 매년 증가하는 추세다. 의료계에선 과도한 스마트폰의 사용, 현대인의 스트레스 증가 등 다양한 원인을 꼽는다. 이 가운데 새롭게 주목받는 불면증의 원인이 있다. 바로 ‘기후변화’다.

◇ 기후변화, 밤잠 설치게 만드는 ‘불청객’

최근 의학계 연구를 종합해보면 기후변화는 인간의 수면질을 직접적으로 악화시키고 있다. 특히 여름철 야간 기온 상승은 깊은 수면을 방해하는 주 요인으로 지목된다. 고온 환경으로 인한 체온상승, 땀 증가 등 인체 현상이 발생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근 20년간 기온이 급상승한 미국에서는 불면증 문제가 현저히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 캘리포니아대 샌디에이고(UC San Diego) 연구팀은 2002년부터 2011년까지 설문조사를 진행, 76만5,000명의 수면 데이터와 야간 기온 데이터 간 상관관계를 분석했다. 그 결과, 야간 기온 상승이 수면 부족을 유발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잠은 모든 생물의 생명활동에 있어 필수적 존재다. 수면의 질 확보는 생명의 위협까지 받을 수 있는 중요한 문제다./ 픽사베이
잠은 모든 생물의 생명활동에 있어 필수적 존재다. 수면의 질 확보는 생명의 위협까지 받을 수 있는 중요한 문제다./ 픽사베이

캘리포니아대 연구팀은 “기후변화는 우리의 잠을 설치게 하는데, 이는 비유적 의미가 아닌 실제 과학적 기반에서 나온 결과”라며 “평년보다 따뜻해진 밤은 인간의 수면에 악영향을 미치고 있으며 기후변화가 가속화된다면 2050년에는 매년 수백만명의 미국인들이, 2099년엔 전 세계 수억명이 불면증에 시달리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렇다면 기후변화로 인한 기온 상승은 구체적으로 어떻게 불면증을 유발하게 될까. 이는 캐나다 브리티시컬럼비아대학교 의과대학 연구팀이 2024년 발표한 연구에서 정확히 확인 가능하다. 연구팀은 4만7,000명의 실험 참가자를 대상으로 야간 기온이 평년 이상 상승했을 때 수면량 변화를 관찰했다.

실험 결과, 편안한 수면을 위한 이상적인 온도가 20°C~25°C임을 확인했다. 그러나 여기서 온도가 5~10°C 상승, 야간 기온이 30°C가 넘으면 평균 수면이 약 14분 감소했다. 뿐만 아니라 침대에 누워 잠이 든 상태라 하더라도 5~10% 수면 효율이 감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쉽게 말해 누워서 잠이 들었다고 착각하지만 뇌를 비롯한 우리 몸은 휴식을 취하지 못한 상태라는 의미다.

브리티시컬럼비아대 연구팀은 “수면의 양적 측정 외에도 사람들은 더운 환경에서 잠을 잔 후 개운함을 덜 느끼는 것으로 나타났다”며 “4,000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서 기온 관련 불편 사항에 대해 질문했을 때 32%의 사람들이 수면 장애를 경험했다고 답했다”고 전했다.

실제로 근 20년간 기온이 급상승한 미국에서는 불면증 문제가 현저히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 캘리포니아대 샌디에이고(UC San Diego) 연구팀에 따르면 야간 기온 상승이 수면 부족을 유발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또한 자는 도중 숨을 쉬지 않는 ‘수면무호흡증’도 기후변화로 증가하고 있다./ 생성형 AI로 제작한 이미지
실제로 근 20년간 기온이 급상승한 미국에서는 불면증 문제가 현저히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 캘리포니아대 샌디에이고(UC San Diego) 연구팀에 따르면 야간 기온 상승이 수면 부족을 유발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또한 자는 도중 숨을 쉬지 않는 ‘수면무호흡증’도 기후변화로 증가하고 있다./ 생성형 AI로 제작한 이미지

◇ 침대 위 불청객 ‘수면무호흡증’도 유발 

자는 도중 숨을 쉬지 않는 ‘수면무호흡증’도 기후변화로 증가하고 있다. 남호주 플린더스대학교보건의학연구소(SAHMRI) 연구팀은 2025년 ‘미국흉부학회(American Thoracic Society)’서 발표한 연구를 통해 기후변화와 폐쇄성 수면 무호흡증(OSA)의 심각도에 대해 알렸다.

연구팀은 2020년 1월부터 2023년 9월까지 전 세계 12만5,295명의 실험 참가자를 대상으로 야간 수면무호흡증 심각도를 측정했다. 그 결과, 평균 기온이 높은 지역에서 수면무호흡증 발생 확률이 그렇지 않은 국가 평균 대비 70% 증가했다.

일반적으로 수면무호흡증 발생률이 가장 높은 지역은 ‘유럽’이었다. 평균 수면무호흡증 발병률 대비 100~150% 발생 확률이 증가했다. 미국과 호주는 각각 10~40%, 40~95% 높았다. 해당 국가들이 최근 기후변화로 인한 폭염에 시달리는 국가인 점에서 유의미한 연구 결과다.

기온상승으로 인한 수면무호흡증의 증가는 직접적인 사회적 피해로도 이어졌다. 연구팀은 기후변화에 따른 수면무호흡증 유병률 연관성이 높은 29개국의 환자 데이터를 조사·분석했다. 분석 결과, 수면무호흡증으로 인한 건강수명 손실은 2023년 기준 무려 78만6,383년으로 추정됐다. 

뿐만 아니라 수면무호흡증은 대규모 경제적 피해도 유발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기후변화로 인해 수면무호흡증이 증가할 경우, 29개국의 장애 또는 사망으로 인해 발생한 사회적 손실은 320억달러(약 48조원)규모일 것으로 추산됐다. 노동 인구의 감소와 업무 효율 감소, 정신적·신체적 스트레스로 인한 피해를 종합한 것이다.

플린더스대 연구팀은 “산업화 이전 수준보다 2°C 이상 기온이 상승하는 시나리오에서 2100년까지 수면무호흡증 부담이 1.5배에서 3배까지 추가로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2°C 이상의 모든 기후 온난화 시나리오에서 기온 상승으로 인한 수면무호흡증 유병률 증가는 2100년까지 전반적인 건강 및 경제적 질병 부담을 두 배로 증가시킬 것으로 예측된다”고 설명했다.

이어 “지구 온난화로 인해 2000년 이후 수면 무호흡증 관련 건강 및 경제적 부담이 50~100% 증가한 것으로 추산된다”며 “이러한 연구 결과는 파리 협정에 따라 산업화 이전 수준보다 지구 온난화를 1.5°C 이내로 제한하는 것이 얼마나 시급한 과제인지를 강조한다”고 전했다.

기후변화로 인한 수면장애는 아동에게 치명적이다. 중국 난징대학교 연구팀에 따르면 기후변화에 따른 수면 시간 감소는 지적 및 인지 능력, 특히 아동기 성장 저하뿐만 아니라 잠재적 사회경제적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생성형 AI로 제작한 이미지
기후변화로 인한 수면장애는 아동에게 치명적이다. 중국 난징대학교 연구팀에 따르면 기후변화에 따른 수면 시간 감소는 지적 및 인지 능력, 특히 아동기 성장 저하뿐만 아니라 잠재적 사회경제적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생성형 AI로 제작한 이미지

◇ 잠에도 ‘차별’을 부르는 기후변화… 아동과 개도국 피해 더 크다

기후변화로 인한 수면장애는 취약계층에게 피해가 더욱 크다. 특히 아동에게 미치는 부정적 영향은 지대하다. 성장을 방해할 뿐만 아니라 인지 능력 저하, 뇌 발달 및 신체 불균형 등을 초래할 수 있어서다.

실제로 13일 중국 난징대학교 대기과학부 국제연구소 연구팀이 국제학술지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즈(Nature Communications)’에 게재한 연구에 따르면 기후변화에 따른 수면 시간 감소는 지적 및 인지 능력, 특히 아동기 성장 저하뿐만 아니라 잠재적 사회경제적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난징대 연구팀은 “전 세계적으로 고배출 시나리오 하에서 2100년대까지 아동 1인당 연간 16.37시간의 과도한 수면 손실이 발생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이 같은 수면 감소와 잠재적 지적 저하와 관련된 경제적 비용은 수조 달러에 이를 것으로 추정된다”고 우려했다.

이어 “특히 개발도상국과 같은 냉방의 혜택을 받지 못하는 곳은 1인당 잠재적 지능 지수 손실이 더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며 “가장 부유한 지역이 겪는 상대적 경제적 부담이 몇 배나 높아 전 세계 환경 및 경제 불평등을 악화시킬 가능성이 크다”고 우려했다.

Copyright ⓒ 시사위크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alert

댓글 쓰기 제목 기후변화, ‘잠’을 빼앗다

댓글-

첫 번째 댓글을 작성해 보세요.

로딩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