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D포커스] 전쟁보다 무서운 유가…'호르무즈 변수' 최악 시나리오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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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랍에미리트(UAE) 두바이 한 산업단지에서 이란의 보복 공격 이후 모습/뉴시스

[마이데일리 = 최주연 기자] 중동 군사 충돌이 격화되면서 국제유가가 급등하고 글로벌 금융시장 변동성이 확대되고 있다. 시장에서는 전쟁 자체보다 유가 상승이 금융시장에 미칠 파급력에 더 주목하고 있다.

특히 투자자들이 가장 주목하는 변수는 호르무즈 해협이다. 이 해협은 전 세계 해상 원유 물동량의 약 20%가 통과하는 핵심 에너지 수송로다. 만약 해협 봉쇄가 현실화될 경우 국제유가 급등과 함께 글로벌 금융시장에도 큰 충격이 불가피하다는 분석이 나온다. 최근 금융시장 흐름이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직전과 유사하다는 경고도 나온다.

15일 <마이데일리> 취재를 종합하면 국제유가는 중동 긴장 고조와 함께 빠르게 상승했다. 브렌트유는 지난 9일 장중 배럴당 119달러까지 치솟으며 120달러선에 근접했다. 이후 일부 진정되며 13일 기준 배럴당 100달러 안팎에서 거래되고 있지만 시장에서는 여전히 추가 상승 가능성을 경계하는 분위기다.

같은 기간 시장의 공포 지수로 불리는 변동성지수(VIX)도 3월 10일(현지시간) 장중 27선을 돌파하며 투자 심리가 크게 위축됐다. 통상 VIX는 12~15 수준이면 안정, 20을 넘으면 시장 불안이 확대되는 구간으로 평가된다. 코로나19 팬데믹 초기인 2020년 3월에는 80선,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리먼브라더스 파산 직후에도 80선 안팎까지 치솟았다.

유가 상승은 곧바로 글로벌 증시 변동성으로 이어졌다. 뉴욕 증시는 중동 사태 이후 급락과 반등을 반복하는 ‘롤러코스터 장세’를 보이고 있다. 현지시간 기준 3월 2~12일까지 약 열흘 사이 S&P500과 다우존스 산업평균지수는 약 3%, 나스닥 지수는 2%대 하락하며 일제히 조정 받았다.

글로벌 주요 증시도 중동발 지정학적 리스크에 영향을 받고 있다. 금융권과 주요 투자은행(IB)에 따르면 중동 사태 이후 세계 주요 주가는 약 2.8% 하락했다. 글로벌 비교 지수 기준으로 보면 지역별 낙폭은 미국(시장 전체 평균 지수) -1.4%, 유럽 -4.4%, 신흥국 -5.6%로 나타났다.

특히 원유 수입 의존도가 높은 국가들의 증시 변동성이 크게 확대됐다. 중동 분쟁이 장기화할 경우 유가 상승에 따른 무역수지 악화와 인플레이션 압력이 동시에 확대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업종별 흐름도 뚜렷하게 엇갈렸다. 국제유가 상승 기대가 반영되면서 에너지 업종은 0.7% 상승한 반면 원가 부담 증가와 인플레이션 우려가 커진 소재 업종은 8.3%, 필수소비재 업종은 5.3% 하락하며 상대적으로 큰 타격을 받았다.

반면 인공지능(AI) 관련 기업들은 상대적으로 견조한 흐름을 보였다. 미국 주요 AI 기업 주가는 0.6% 상승했으며 대형 기술주로 자금이 집중되는 현상도 일부 나타났다. 데이터 분석 기업 팔란티어(Palantir)의 경우 최근 주가가 약 10% 상승하며 강세를 보였다.

한국 증시는 주요국 대비 낙폭이 더 컸다. 같은 기간 한국 증시는 약 11.4% 하락하며 글로벌 평균보다 큰 조정을 받았다. 대외 충격에 민감한 경제 구조와 함께 지난해 이후 이어진 주가 상승에 따른 차익 실현 매물이 겹친 영향으로 풀이된다.

◇ "2008년 장세 닮았다"…호르무즈 변수에 금융시장 경고음

다만 역사적으로 보면 지정학적 리스크가 주식시장 약세장을 장기간 이끈 사례는 많지 않았다는 분석도 나온다.

대표적인 사례가 1990년 걸프전이다. 당시 글로벌 증시는 경기 하강 국면과 미국 저축대부조합(S&L) 금융위기가 겹치면서 낙폭이 확대됐다. 반면 2003년 이라크 전쟁 당시에는 글로벌 경제가 회복 국면에 있었고 원유 공급 차질도 제한적이어서 금융시장 충격이 상대적으로 작았다.

시장에서는 이번 중동 사태 역시 단기간 내 진정될 가능성을 기본 시나리오로 보고 있다. 골드만삭스는 최근 보고서에서 “현재 시장은 분쟁이 약 4~8주 내 종료되는 시나리오를 가격에 반영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다만 이는 호르무즈 해협이 3~6개월 이상 봉쇄되는 최악의 시나리오는 아직 반영되지 않은 결과다.

지난 11일(현지 시간) 아랍에미리트(UAE) 코르파칸에서 바라본 호르무즈 해협의 모습./뉴시스

해협 봉쇄가 현실화될 경우 상황은 지금보다 악화할 수 있다. 호르무즈 해협이 장기간 차단될 경우 국제유가 급등과 함께 글로벌 금융시장 변동성이 지금보다 더 크게 확대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일각에서는 최근 금융시장 흐름이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직전과 유사한 모습이라는 경고도 나온다. 블룸버그 통신에 따르면 뱅크오브아메리카(BoA)의 마이클 하넷 최고투자전략가는 최근 투자자 노트에서 “2026년 자산 가격 흐름이 2007년 중반에서 2008년 중반 사이 시장 움직임과 불길할 정도로 유사하다”고 진단했다.

특히 유가 급등과 신용시장 불안이 동시에 나타날 경우 금융시장 충격이 확대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최근 사모대출(Private Credit) 시장에서 자금 이탈 우려가 커지고 일부 운용사가 펀드 환매를 중단하면서 월가에서는 위기 확산 가능성을 경계하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현재 금융시장은 전쟁 자체보다 호르무즈 해협 봉쇄로 인한 유가 충격 가능성을 더 크게 보고 있다”며 “이 경우 글로벌 증시 역시 추가적인 하락 압력을 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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