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인트경제] 전기차(EV) 시장의 성장세가 둔화되면서 국내 배터리 업계가 새로운 돌파구 찾기에 나섰다. 삼성SDI는 기존 자동차용 배터리의 수익성 방어에 집중하는 한편,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와 로봇, 도심항공교통(UAM) 등을 차세대 격전지로 정하고 본격적인 체질 개선에 나선 모습이다.
△ 전기차 6% 성장의 벽…ESS 자산 재배치로 돌파
삼성SDI에 따르면 올해 중국을 제외한 글로벌 전기차용 배터리 시장 성장률은 약 6% 수준에 머물 전망이다. 북미와 유럽의 친환경 정책 완화와 완성차 업체들의 전동화 전략 조정이 맞물린 결과다. 실제 삼성SDI는 전기차 캐즘(Chasm, 일시적 수요 정체)의 영향을 정면으로 맞으며 사업 체계 재정비의 필요성을 확인했다.
회사는 이러한 정체기를 에너지 인프라 투자를 통해 넘어선다는 방침이다. AI 데이터센터 확산으로 전력용 에너지저장장치(ESS)와 무정전 전원장치(UPS) 수요가 급증하고 있다. 실제 ESS 시장 규모는 지난 2024년 399GWh에서 2035년 1232GWh로 약 3배 성장할 것으로 관측된다.
이에 따라 미국 현지 전기차용 배터리 생산 라인 일부를 ESS용 LFP 라인으로 전환하고, 일체형 ESS 솔루션인 '삼성 배터리 박스(SBB) 2.0'을 올해 하반기부터 양산해 수익성 개선에 속도를 낼 계획이다.
△ 로봇·UAM: 전고체 배터리의 실용적 거처
지난 11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인터배터리 2026'에서 주목받는 대목은 피지컬 AI용 전고체 배터리 샘플의 최초 공개다. 그간 전기차의 게임 체인저로 불리던 전고체 배터리가 휴머노이드 등 차세대 로봇 시장으로 적용 범위를 넓히면서 상용화 가능성이 시험대에 올랐다.
전기차 시장이 가격 경쟁 체제로 접어든 상황에서 고가의 전고체 배터리를 대규모로 적용하기에는 비용 부담이 크다. 반면 로봇 분야는 제한된 공간에서 높은 에너지 밀도와 출력, 안전성을 동시에 확보해야 한다. 삼성SDI는 전고체 배터리 기술인 '솔리드스택(SolidStack)'을 통해 로봇 가동 시간을 최대 8시간까지 늘리는 솔루션을 제시했다.
로봇용 배터리 수요는 2040년 136.3GWh까지 늘어날 전망이며, 특히 서비스 로봇 중 휴머노이드 비중이 절반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삼성SDI는 오는 2027년 하반기 양산을 목표로 전고체 배터리 개발을 진행 중이며, UAM 시장을 겨냥한 리튬황 전고체와 리튬메탈 배터리 로드맵도 함께 공개했다.
△ AI 진단 시스템 'SBI'와 글로벌 규제 대응
삼성SDI는 기술적 우위를 증명하기 위해 각형 배터리 기술 명칭인 '프리즘스택(PrismStack)'도 함께 발표했다. 현재 회사는 미국에 등록된 각형 배터리 관련 특허 1200여 건, 전고체 관련 특허 1100여 건을 보유해 국내 기업 중 가장 앞선 포트폴리오를 구축하고 있다.
또한, 지능형 안전 시스템인 '삼성 배터리 인텔리전스(SBI)'도 처음 선보였다. AI를 기반으로 배터리 상태와 이상 징후를 사전에 탐지·예측하는 화재 예방 소프트웨어로, 1400개 이상의 ESS 현장 데이터를 학습해 배터리 수명과 출력을 정밀 분석한다. 해당 시스템은 오는 10월 국내 중앙계약시장에 공급되는 'SBB 1.5' 제품부터 우선 적용될 예정이다.
동시에 글로벌 환경 규제 대응에도 속도를 낸다. 유럽의 '배터리 패스포트' 제도 도입에 발맞춰 탄소 배출 데이터를 관리하는 시스템을 구축하고, 폐배터리에서 핵심 금속을 회수하는 리사이클링 기술 개발을 통해 공급망 경쟁력을 강화할 방침이다.
삼성SDI의 이번 행보는 전기차 시장의 일시적 정체기를 차세대 기술 고도화의 기회로 활용하려는 전략으로 보인다. 특히 전고체 배터리의 초기 적용처를 로봇과 UAM 등 고부가가치 시장으로 구체화하며 수익성과 실무적 레퍼런스를 동시에 확보하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했다.
독보적인 특허 포트폴리오와 SBI 등 지능형 관리 시스템을 결합한 삼성SDI의 대응은 글로벌 규제가 강화되는 미래 에너지 시장에서 시장 선점의 발판이 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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