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프라임경제] 김학균 한국벤처캐피탈협회장은 서울 강남구 웨스틴 파르나스에서 열린 취임 1주년 기자간담회에서 '코스닥 정상화'를 벤처투자시장 회복의 핵심 과제로 제시했다.
투자 재원이 완전히 마른 것은 아니지만, 회수 지연이 길어지면서 자금이 다음 투자로 원활히 이어지지 못하고 있는 만큼 코스닥 활성화와 세컨더리 시장 확대를 통해 회수시장 복원에 나서야 한다는 설명이다.
김 회장은 이날 지난 1년을 두고 "국내외 자본시장의 변화가 컸던 시기"라고 평가했다. 그러면서도 벤처생태계 안에서는 정책 논의와 제도 개선이 활발히 이뤄졌고, 취임 당시 제시한 과제들도 회원사와 협회 사무국, 정부 부처, 유관기관 협조를 거치며 실제 정책 과제로 구체화됐다고 전했다.
다만 협회가 보는 시장 상황은 여전히 녹록지 않다는 설명이다. 벤처생태계가 한 단계 더 도약하려면 자금 공급 확대만으로는 부족하고, 회수 구조 정상화가 함께 이뤄져야 한다는 판단이다.
협회가 특히 주목하는 지점은 코스닥 시장이다. 업계에서는 코스닥을 벤처투자의 대표적인 회수시장으로 봐왔지만, 최근 들어 그 기능이 예전만 못하다는 평가가 이어지고 있다는 설명이다. 상장 문턱이 높아진 데다 상장 이후에도 회수가 원활하지 않은 사례가 적지 않기 때문이다. 협회가 지난해 벤처기업협회, 코스닥협회 등과 함께 관련 정책 제안에 나선 것도 이런 문제의식에서 출발했다고 밝혔다.
협회는 앞으로 코스닥 시장에 유동성을 공급하고 기관투자자 참여를 확대하는 방향에 더 무게를 싣겠다는 계획이다. 국민성장펀드와 연계한 코스닥 활성화 펀드 조성이 대표 과제로 제시됐다. 개인투자자 비중이 높은 현재 구조에 장기 자금을 유입시켜 시장 안정성과 회수 예측 가능성을 높이겠다는 취지다. 결국 회수시장이 살아야 벤처캐피탈이 다시 초기·성장 단계 기업에 자금을 투입할 수 있고, 시장 전체의 선순환도 복원될 수 있다는 게 협회 판단이다.
상장 과정의 제도 경직성 역시 손봐야 할 과제로 꼽혔다. 협회는 코스닥 신규 상장기업에 대한 VC 락업 규제를 완화하고, 상장 전 우선주의 보통주 전환과 관련한 관행도 보다 유연하게 바꿔야 한다고 보고 있다고 전했다. 세컨더리 시장 확대도 같은 흐름에 있다. 예전처럼 IPO 하나만 바라보고 투자에 나서기 어려운 환경에서 세컨더리 거래와 테일엔드 펀드 등 다양한 회수 수단을 키워야 시장 전반의 유동성이 살아날 수 있다는 논리다.
기술특례상장 제도에 대해서도 개선 필요성을 강조했다. 본래 취지인 기술력과 성장성 평가보다 외형 요건이나 형식적 기준이 앞선다는 현장 불만이 적지 않다는 이유에서다. 협회는 업종별, 트랙별 애로를 다시 점검해 관계기관에 개선안을 건의할 계획이다.
회수시장 복원과 함께 벤처금융 공급 기반을 넓히는 문제도 핵심 과제에 포함됐다. 협회는 연기금, 금융권, 공적 자금, 민간 자본 등 주체별로 벤처투자 참여 경로를 더 넓혀야 한다고 보고 있다. 법정기금과 연기금투자풀, 지방자치단체 등 공적 성격의 자금이 벤처펀드에 보다 적극적으로 출자할 수 있는 방안도 계속 제안하고 있다.
은행권 자금 유입을 가로막는 위험가중치 규제 문제도 다시 꺼냈다. 협회는 은행이 벤처펀드를 통해 투자한 비상장주식에 대해 보다 합리적인 수준의 위험가중치 적용이 필요하다고 보고 있다.
업계에서는 이를 단순한 규제 완화 요구라기보다, 민간 금융자금이 왜 벤처시장으로 충분히 흘러오지 못하는지 구조적 원인을 짚는 문제로 받아들이는 분위기다. 협회는 △공제회 △대학 △패밀리오피스 등 새로운 출자재원을 끌어들일 수 있는 유인책도 함께 검토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이번 사업계획에서 눈에 띄는 또 다른 변화는 협회가 스스로의 역할을 새롭게 규정하기 시작했다는 점이다. 정부에 제도 개선을 요청하는 수준을 넘어, 정책 설계 단계부터 VC 업계가 보다 적극적으로 참여해야 한다는 문제의식이 한층 분명해졌다. 협회가 'VC 중심의 제도 설계'와 '정책 리더십 강화'를 전면에 내세운 배경이다.
이를 위해 협회는 △정책위원회 △벤처성장위원회 △글로벌위원회 △생태계위원회 등 각종 위원회와 협의회를 통해 현장 문제를 보다 체계적으로 정리하겠다고 밝혔다. 정부와 국회, 유관기관과의 접점을 넓히고 업계 논리를 더 설득력 있게 전달하겠다는 뜻이다. 실제로 협회는 국정기획위원회, 금융위원회, 중소벤처기업부, 국회, 유관단체 등과 30여 차례 정책 간담회를 진행했다고 설명했다.
제도 개선 과제도 적지 않다. BDC 도입, 위험가중자산(RWA) 관련 제도 개선, 퇴직연금의 벤처투자 허용, 법정기금의 벤처투자 확대, 벤처투자법 개정, CVC 제도 정비 등이 대표적이다. 벤처펀드 운용 자율성을 높이는 문제도 포함됐다. 협회는 벤처펀드가 투자한 기업이 상장한 뒤에도 후속투자를 유연하게 이어갈 수 있어야 한다고 보고 있다.
시장 신뢰 회복 역시 협회가 공을 들이는 분야다. 업계 스스로 내부 기준을 강화하지 않으면 외부 규제도 한층 강해질 수 있다는 현실 인식이 깔려 있다. 협회는 자율규제 프로그램을 도입하고, 임직원 개인투자 원칙과 비밀보호 의무 등 내부통제 기준을 정비했다고 밝혔다.
회원사 지원사업도 보다 실질적인 방향으로 확대한다는 방침이다. 단순한 교류 행사나 세미나를 넘어 회원사와 상장사 간 협업, 해외 LP와의 접점 확대, 글로벌 VC 네트워크 연계 등 투자 활동에 직접 도움이 되는 지원을 강화하겠다는 구상이다. 국내 기업의 해외 진출과 해외 자본의 국내 유치를 동시에 겨냥해 글로벌 네트워크를 넓히고, 역외펀드 조성과 해외 엑시트 활성화도 추진할 계획이다.
교육과 인재 양성에서도 협회 역할은 커지고 있다. 벤처투자분석사는 이미 업계 내부 자격을 넘어 민간 영역으로 저변을 넓히는 흐름을 보이고 있다. 2025년 전체 응시자는 1026명으로 집계됐다. 이 가운데 VC 종사자는 160명, 금융기관 96명, 유관기관 208명, 일반기업 260명, 기타·개인 302명이었다. 협회는 이를 업계 대표 자격으로 안착시키는 동시에 예비 인력 양성 사업도 확대할 계획이다.
팁스와 스케일업팁스 등 정부 연계 사업도 보다 촘촘하게 운영한다는 구상이다. 팁스, 포스트팁스, 스케일업팁스, 딥테크 챌린지 프로젝트를 성장 단계별로 연결해 후속투자 유치까지 이어질 수 있도록 구조를 고도화하겠다는 설명이다. 지자체 연계 사업 확대, 온라인 밋업 플랫폼 구축, M&A 지원체계 정비 등도 사업계획에 포함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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