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트업] "부동산 금융 디지털화, 주거 생애전주기 관리로 해결" 함배일 빅테크플러스 대표

프라임경제
[프라임경제] 매달 고정적으로 나가는 월세와 관리비는 생활비 부담의 큰 축이지만, 결제 방식은 의외로 단순하다. 대부분 계좌이체에 머물러 있어서 카드 혜택이나 분할 결제 같은 선택지는 제한적이다. 주거 금융의 비효율이 여전한 이유다.

부동산 금융도 크게 다르지 않다. 생활과 밀접한 분야인데도 디지털 전환 속도는 상대적으로 더디다. 신용대출이나 예·적금은 비대면 전환이 빠르게 진행됐다. 반면 부동산 담보대출과 임대차 관리 영역은 아직 복잡한 확인 절차와 수기 업무 의존도가 높다.


이 틈새를 파고드는 곳이 빅테크플러스(대표 함배일)다. 이 회사는 등기 열람·분석 서비스 '독큐', 부동산 자산관리 서비스 '홈큐'를 기반으로 금융권과 협업을 넓혀왔다. 오는 4월에는 월세·관리비 카드결제 서비스 '홈큐페이'도 선보일 예정이다. 단순한 결제 기능 추가가 아니다. 주거비 결제부터 부동산 자산관리, 담보대출 프로세스까지 하나의 흐름으로 묶겠다는 시도다.

함배일 빅테크플러스 대표는 회사를 현재 "금융기관의 부동산 담보대출 프로세스를 고도화하는 B2B SaaS 기업"이라고 정의했다. 동시에 시선은 그 다음 단계에 가 있다. 목표는 부동산 마이데이터다. 금융자산 중심으로 굳어진 기존 마이데이터 시장을 넘어, 국민의 핵심 자산인 부동산까지 관리하는 서비스로 확장하겠다는 구상이다.

해외에서는 이미 비슷한 흐름이 나타나고 있다. 미국은 임대료 결제 핀테크가 빠르게 확산되며 카드 포인트 적립, 자동 납부, 신용관리 기능을 결합한 서비스가 자리 잡았다. 일본 역시 임대관리 시스템과 생활금융 기능을 연결하는 흐름이 뚜렷하다. 

유럽은 전자문서와 디지털 계약 인프라를 바탕으로 주거 관련 금융 절차의 비대면화를 꾸준히 확대해왔다. 주거를 일회성 거래가 아니라 장기적 생활 데이터로 보고, 이를 금융과 연결하는 방향으로 시장이 움직이고 있다는 뜻이다.

국내는 상대적으로 더뎠다. 10년 전만 해도 부동산 금융은 사실상 오프라인 영업점 중심이었다. 은행 지점을 방문해서 대출을 신청한 뒤에야 예상 대출한도나 금리를 확인할 수 있었고, 등기나 담보 확인도 소비자에게는 낯설고 복잡한 절차였다. 최근 들어 은행 앱에서 보유 부동산 조회,  예상 대출 한도 확인 같은 기능이 붙기 시작했지만, 여전히 전체 과정을 자연스럽게 연결하는 수준에는 미치지 못한다. 빅테크플러스가 기회를 본 지점도 여기다.

함 대표는 창업 전 신용정보회사 한국평가데이터에서 서비스 기획과 개발을 담당했다. 그 과정에서 부동산 정보 시장의 구조적 공백을 봤다. 금융기관이 부동산 정보를 다루는 방식은 비효율이 많았고, 담보대출 프로세스 역시 디지털화 여지가 컸다. 그는 "신용정보회사만 할 수 있는 시장은 아니라고 봤다"며 "부동산 정보 시장에서 할 수 있는 역할이 많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창업의 직접적 계기는 2019년 금융위원회 핀테크 아이디어 공모전이었다. 당시 출품한 아이템은 '부동산 마이데이터'였다. 오랜 기간 창업 스터디를 통해 다듬어온 구상을 처음 외부에서 검증받은 순간이었다. 수상과 함께 예비창업패키지 선정까지 이어졌고, 같은 해 9월30일 빅테크플러스가 출범했다. 함 대표는 "스터디하던 내용이 처음으로 검증받은 계기였다"며 "그때를 기점으로 창업이 본격화됐다"고 말했다.

초기부터 순탄했던 것은 아니다. 외부 활동에 집중하며 사업 가능성을 설명했지만, 정작 내부에 축적된 서비스와 기술 자산은 충분하지 않다는 현실을 곧 마주했다. 이후 회사는 방향을 틀었다. 외연 확장보다 제품 완성도에 집중했다. 코로나19 시기와 맞물리면서 외부 활동은 자연스럽게 줄었고, 내부 개발에 더 깊이 몰입할 수 있었다. 이 과정에서 현재의 핵심 서비스 라인업이 구체화됐다.

현재 빅테크플러스의 주력 서비스는 크게 두 축이다. 등기 실시간 열람·분석·공유 서비스 '독큐'와 부동산 자산관리 서비스 '홈큐'다. 이 가운데 현재 매출 비중이 가장 큰 것은 독큐다. 금융기관이 API로 연계해 등기 열람을 요청하면 실시간으로 데이터와 이미지를 제공하고, 내부 시스템에 바로 연결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 연간 등기 열람량은 약 1000만건에 이른다.

이 회사의 경쟁력은 단순히 서비스 수가 많다는 데 있지 않다. 핵심은 데이터 매핑 역량이다. 국내 부동산 데이터는 주소 체계부터 복잡하다. 도로명주소는 행정안전부, 토지대장과 건축물대장 주소는 국토교통부, 등기 주소는 대법원이 관리한다. 비슷해 보여도 체계가 달라 1대1 연결이 쉽지 않다. 빅테크플러스는 이를 풀기 위해 별도의 매핑 솔루션과 주소 검색 엔진을 개발했다. 함 대표는 "이 매핑 노하우가 가장 기본이 되는 핵심 역량"이라고 말했다.

서비스는 현장에서 다듬어졌다. 연간 1000만건 수준의 등기 열람을 처리하다 보니, 고객 기관의 다양한 요구가 즉각 회사의 역량으로 축적됐다. 오류가 발생하면 바로 피드백이 들어왔고, 그때마다 시스템을 고도화했다. 함 대표는 "속도와 유연성을 파트너사들이 높게 평가한다"며 "요구사항을 맞춰가는 과정이 곧 서비스 고도화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금융권과의 접점도 꾸준히 넓혔다. 2021년 하나은행(086790) 원큐 앱과 첫 연계를 이룬 뒤 △KB국민은행 △NH농협은행 △BNK부산은행 △카카오뱅크(323410) △토스 등과 협업을 이어왔다. 최근에는 케이뱅크(279570)와 제주은행 관련 프로젝트도 진행 중이다. 회사는 또 사업성을 인정받아 시너지IB투자가 운영하는 IBK기업은행(024110)의 창업 육성 플랫폼 'IBK창공 마포'에 선정, 성장 지원도 받고 있다.

외부 신뢰는 시장 데이터 분석 역량에서도 드러났다. 빅테크플러스는 준공 후 미분양 통계를 공적장부 분석을 통해 산출해 동아일보, SBS(034120)와 기획기사를 진행한 바 있다. 국토교통부 공식 통계만으로는 드러나지 않는 사각지대를 데이터 기반으로 보완한 사례다. 

함 대표는 "준공 후 미분양은 시장의 중요한 지표인데도 정확한 공개가 충분치 않았다"며 "전국 아파트 공적장부를 분석해 미분양률을 산출하고 서비스를 제공해왔다"고 설명했다.

성장 과정에서 큰 고비도 있었다. 2023년 여름 메인 서버가 랜섬웨어 공격을 받으면서 약 3개월간 서비스가 중단됐다. 복구 작업은 쉽지 않았다. 외부 전문가와 화이트해커의 도움도 받았지만 해결되지 않았다. 결국 해커 측 요구에 따라 비트코인을 지급하고 복호화 키를 받아 시스템을 되살려야 했다. 회사 입장에서는 뼈아픈 사건이었지만, 결과적으로 보안 체계를 근본적으로 다시 세우는 계기가 됐다.

이후 빅테크플러스는 보안 대응 수준을 끌어올렸다. 마이데이터 인가 준비와 맞물려 개인정보보호 책임자를 채용했고, 추가 보안 인력 확충과 물리적 보안 요건 정비도 진행 중이다. 금융기관과의 정보 위탁 계약에 따라 정기 점검도 받고 있다. 함 대표는 "보안 사고 이후 요건을 하나씩 맞춰가며 체계를 고도화했다"고 말했다.

투자 시장에서도 전환점을 만들었다. 빅테크플러스는 지난해 시리즈A 라운드를 마무리했다. 카카오뱅크, 한국투자파트너스, HG이니셔티브, 고려신용정보 등이 참여, 투자금은 57억원 규모다. 함 대표는 특히 카카오뱅크를 통한 프리A 라운드 마무리를 의미 있는 분기점으로 꼽았다. 단순한 자금 조달을 넘어 카카오뱅크와 전략적 연계를 확대하는 기반이 됐기 때문이다.

회사의 다음 승부수는 홈큐 확장이다. 현재의 정체성이 금융기관 대상 부동산 담보대출 프로세스 고도화에 있다면, 앞으로는 부동산 마이데이터 서비스 기업으로 외연을 넓히겠다는 계획이다. 함 대표는 "지금까지 마이데이터는 금융자산 관리 중심이었다"며 "국민의 핵심 자산인 부동산을 제대로 관리해주는 서비스는 아직 부족하다"고 짚었다.


그 전략 아래 준비 중인 대표 서비스가 '홈큐페이'다. 홈큐페이는 임차인이 매월 납부하는 월세와 관리비를 신용카드로 결제하면, 해당 금액이 임대인 계좌로 자동 송금되는 주거비 결제 서비스다. 기존 계좌이체 중심 구조를 카드 결제로 확장한 것이 특징이다.

차별점도 분명하다. 홈큐페이는 여러 장의 신용카드로 월세를 분할 결제할 수 있다. 이용자는 카드사별 실적 조건에 맞춰 결제 비중을 나눌 수 있고, 포인트나 마일리지 같은 혜택도 더 효율적으로 활용할 수 있다. 사용 방식도 단순하다. 홈큐 앱에서 임대차 정보와 결제 카드를 등록한 뒤 원하는 카드 비율로 결제를 진행하면 된다. 결제 금액은 전자결제대행(PG)을 거쳐 임대인 계좌로 자동 송금된다. 별도 가맹점 등록은 필요 없다.

수수료 경쟁력도 내세웠다. 현재 유사 월세 카드결제 서비스가 4% 안팎의 수수료를 부과하는 경우가 적지 않은 반면, 홈큐페이는 2% 고정 수수료를 적용한다. 이용자 입장에서는 비용 부담을 낮추면서도 결제 유연성을 확보할 수 있는 구조다. 
함 대표는 "월세와 관리비는 많은 가구에서 가장 큰 고정 지출 항목 중 하나"라며 "홈큐페이를 통해 주거비 결제 편의성과 금융 혜택을 동시에 제공하는 주거 금융 서비스를 확대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또 다른 확장 축도 있다. 현재 금융기관들이 채권 양도 통지나 기한이익 상실 통지를 등기우편이나 내용증명 형태로 보내는 방식을, 카카오톡 전자문서 기반으로 전환하는 신규 서비스도 준비 중이다. 법적 효력은 유지하면서 전달 효율을 높이는 방식이다.

빅테크플러스가 그리고 있는 미래는 단편 서비스 제공에 머물지 않는다. 집을 찾는 단계부터 계약, 대출, 거주, 자산관리, 이사까지 이어지는 주거 전주기를 하나의 데이터 흐름으로 묶겠다는 구상이다. 

정부는 마이데이터와 전자문서, 보안 인증 체계를 보다 정교하게 다듬을 필요가 있다. 금융권 역시 부동산 금융의 디지털 전환 속도를 더 높여야 한다. 생활과 가장 밀접한 분야인 만큼 해법도 생활 밀착형이어야 한다. 빅테크플러스의 실험이 기능 추가를 넘어 시장 구조 변화로 이어질 수 있을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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