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임경제] 필수의료 분야에서 발생한 의료사고에 대해 일정 조건을 충족할 경우 형사 기소를 제한하는 내용을 담은 법안이 국회 상임위원회 소위원회를 통과하면서 논란이 확산되고 있다. 정부와 의료계는 필수의료 인력 이탈을 막기 위한 제도적 장치라고 평가하는 반면 환자단체와 시민사회는 피해자의 재판받을 권리가 침해당할 수 있다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필수의료 의료사고 '기소 제한' 법안 소위 통과…의료계 환영
13일 정치권과 의료계에 따르면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제1법안심사소위원회는 지난 11일 '의료사고 피해구제 및 의료분쟁 조정 등에 관한 법률 개정안'을 병합 심사해 통과시켰다. 개정안은 필수의료 행위 과정에서 의료사고가 발생했더라도 의료인의 중대한 과실이 없고 일정 요건을 충족할 경우 검찰의 공소 제기를 제한하는 특례를 담고 있다.

구체적으로 의료인이 손해배상액을 지급하고 책임보험에 가입했으며 의료사고 설명 의무를 이행한 경우 형사 기소를 할 수 없도록 하는 내용이다. 해당 조건을 충족하면 환자가 사망하거나 중대한 신체 피해가 발생하더라도 형사 고소와 수사, 기소, 재판 절차가 제한될 수 있다.
법안에서 규정하는 필수의료 행위의 범위는 응급, 분만, 중증, 소아, 외상 등 국민의 생명과 신체에 중대한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의료행위로, 세부 범위는 대통령령을 통해 정하도록 했다.
정부와 의료계는 이번 개정안이 필수의료 인력 부족 문제를 완화하기 위한 조치라고 설명한다. 그동안 의료계에서는 필수의료 분야 기피 현상의 주요 원인으로 낮은 수가 체계와 함께 의료사고에 대한 형사처벌 부담을 지적해 왔다.
대한의사협회는 필수의료 분야에서 발생하는 사법 리스크가 의료인들의 진료 기피를 심화시키고 있다고 주장하며 형사처벌 부담 완화와 지역수가제 도입 등 제도 개선을 요구해 왔다. 정부 역시 지난해 대통령 업무보고를 통해 의료사고에 대한 형사처벌 부담을 완화하는 방향의 정책 검토 계획을 밝힌 바 있다.
보건복지부는 개정안의 기소 제한 조항이 헌법에 위배되지 않는다는 입장이다. 복지부는 법무부와 법제처, 법률 전문가 자문을 통해 해당 제도가 위헌 소지가 없다는 의견을 받았으며, 해외에서도 유사한 입법 사례가 존재한다고 설명했다.
◆"사회적 논의 부족" 공소 제한 조항 두고 환자단체·시민사회 반발 확산
하지만 환자단체와 시민사회는 이번 개정안이 의료사고 피해자의 권리를 제한할 수 있다며 반발하고 있다. 한국환자단체연합회는 법안 심의 과정에서 충분한 사회적 논의가 이루어지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연합회는 필수의료 행위 범위와 형사처벌 특례 조항은 의료사고 피해자와 유가족의 헌법상 재판받을 권리와 평등권에 영향을 미치는 중요한 사안이라며 공청회 등 공론화 절차가 필요했다고 주장했다.
특히 공소 제기 자체를 제한하는 조항은 피해자의 권리를 사실상 박탈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환자단체 측은 의료인이 과실을 인정하지 않는 상황에서 피해자와 유족이 진실을 밝힐 수 있는 방법이 형사 절차밖에 없는 경우도 적지 않다고 강조했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역시 성명을 통해 의료계가 주장해 온 '의사 형사 기소 과다' 문제에 대한 근거가 충분하지 않음에도 이를 근거로 법안이 추진됐다고 비판하며 법안 폐기를 요구했다.
환자단체는 필수의료 행위 범위를 실제로 의료인이 기피하는 응급, 중증외상, 분만, 중증소아 등 고위험·고난도 진료 분야로 한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암이나 희귀질환, 심혈관·뇌혈관 질환 등 광범위한 중증 질환을 포함하는 방식의 규정은 재검토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이와 함께 공소 제기 자체를 제한하는 형사 특례 조항은 제외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법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할 경우 의료인 보호와 환자 권리 보장 사이의 균형을 둘러싼 논쟁은 당분간 이어질 전망이다. 의료계는 필수의료 기피 현상을 완화하기 위한 제도적 장치라는 입장이지만, 환자단체와 시민사회는 피해자의 재판받을 권리가 제한될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법안의 적용 범위와 형사 특례 조항을 둘러싼 사회적 논의도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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