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위크=권신구 기자 한미 관세 협상 후속 조치를 위한 대미투자특별법이 12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지난해 11월 법안이 발의된 지 106일 만이다. 법안이 통과됨에 따라 관세·통상 불확실성의 큰 고비는 넘기게 됐지만, 미국이 무역법 301조 조사를 개시하며 새로운 관세 리스크가 떠오른 만큼 정부의 부담도 상당할 것으로 보인다.
국회는 12일 본회의를 열고 재석 의원 295명 중 찬성 226명, 반대 8명, 기권 8명으로 대미투자특별법을 가결했다. 해당 법안은 ‘한미 업무협약(MOU)’ 이행을 위한 법적 근거를 마련하는 것으로 약 3,500억 달러 규모의 대미투자를 위한 한미전략투자공사 설립, 한미전략투자기금 설치 등의 내용을 담고 있다. 전략적 투자의 투명성과 안정성, 책임성을 확보하고 국민경제 발전에 이바지함을 목적으로 한다.
앞서 더불어민주당은 한미 간 관세 협상이 타결된 지난해 11월 해당 법안을 발의했다. 하지만 여야의 입장 차에 법안 처리는 속도를 내지 못했다. 국회 통제권 보장은 물론 재원 마련 방식, 투자공사 규모 등 쟁점을 두고 의견이 엇갈렸다. ‘사법 3법’ 등 정쟁적 요소도 속도를 더디게 한 원인이었다. 하지만 최근 중동 정세의 불확실성이 높아지면서 정치권의 분위기도 바뀌었고 결국 본회의 문턱을 넘게 됐다.
법안 처리에 가장 쟁점이 됐던 부분은 별도의 투자공사를 설립할 것인지였다. 여당의 경우 대규모 투자 등을 근거로 전담 조직의 필요성을 계속 강조해 왔지만, 야당은 한시적 조직에 많은 인력과 자본을 투자하는 것을 납득하기 어렵다는 반응이었다. 협의 끝에 여야는 투입되는 예산과 권한 등을 최소화하는 방안으로 가닥을 잡았다. 공사 자본금은 2조원으로 정부가 전액 출자하기로 했고 공사 직원은 50명 이내로 제한했다.
◇ 고비 넘겼지만 ‘무역법 301조’ 변수
이날 국회가 법안을 처리함에 따라, 미국발 ‘관세 리스크’가 일부분 완화됐다는 점은 긍정적 측면이다. 앞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지난 1월 한국 국회의 무역 협정 입법 미이행을 문제 삼으며 ‘관세 인상’을 압박한 바 있는데, 이날 입법을 통해 ‘빌미’가 될 요인이 제거됐다. 정부는 이날 대미투자법 통과와 관련해 “한미 간 합의 이행을 위한 법적·제도적 기반을 마련함으로써 한미 간의 굳건한 신뢰를 재확인했다”고 평가했다.
문제는 트럼프 행정부가 제조업 분야 과잉 생산을 명분으로 ‘무역법 301조’ 조사에 나서면서 새로운 관세 리스크로 떠오를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점이다. 무역법 301조는 미국에 대한 불공정 무역이 있다고 판단할 경우 관세 부과 등 조치를 취할 수 있도록 한 규정으로, 미국 정부는 한국을 포함한 16개국을 대상으로 지목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달 연방대법원이 ‘국제비상경제권한법(IEEPA)’에 근거한 관세 부과가 위법하다고 판결하자 ‘무역법 122조’와 ‘무역법 301조’를 차례로 꺼내들고 있다.
정부는 이러한 미국 측의 행동을 이미 ‘예견된 상황’으로 받아들이며 대응에 나서겠다는 방침이다. 이 과정에서 대미투자법을 활용할 가능성도 엿보인다. 통상 분야에서의 협력 의지를 드러낸 것인 만큼, 도움이 될 것이란 판단이다. 한병도 민주당 원내대표는 이날 오전 회의에서 “정부의 설명에 따르면, 미국 측도 특별법 통과 시 관세 재인상은 없을 것이라는 반응을 보여왔다고 한다”고 말했다.
한편 이재명 대통령은 이날 X(구 트위터)에 “국가적 과제 앞에 여야가 따로 없다는 것을 보여준 뜻깊은 사례”라며 “특별법 통과로 한미 관세합의 이행을 위한 제도적·법적 기반이 마련됐다”고 말했다. 이어 “우리 기업이 마주한 위기를 완화하고 보다 적극적인 투자와 협력으로 이어지는 계기가 되길 기대한다”며 “정부 역시 특별법 시행을 위한 준비와 후속 조치를 차질 없이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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