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왕과 사는 남자’ 임은정 대표 “재미있는 의미, 의미 있는 재미여야 한다” 

시사위크
온다웍스 임은정 대표가 ‘왕과 사는 남자’ 흥행 소감을 전했다. / 쇼박스
온다웍스 임은정 대표가 ‘왕과 사는 남자’ 흥행 소감을 전했다. / 쇼박스

시사위크=이영실 기자  영화 ‘왕과 사는 남자’가 1,200만 관객을 돌파하며 극장가 흥행 기록을 새로 쓰고 있다. 단순한 흥행을 넘어 침체된 극장가에 활기를 불어넣으며 영화 산업 전반에도 긍정적인 신호를 던지고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 제작사 온다웍스 임은정 대표는 “너무 엄청난 숫자라 아직도 실감이 나지 않는다”며 “요즘은 매일 서로에게 ‘고맙다’는 말만 하고 있다”고 웃었다.

임은정 대표에게 이번 흥행은 단순한 성과 이상의 의미로 남는다. 사극 장르에 대한 시장의 우려와 100억원 안팎의 제작비 부담 속에서도 기획 단계부터 오랜 시간 준비해 온 프로젝트이기 때문이다. 흥행 공식을 따르기보다 반드시 해야 한다고 느낀 이야기를 선택한 결과기도 하다.

‘왕과 사는 남자’는 단종 유배지 청령포를 배경으로 엄흥도(유해진 분)라는 인물을 통해 역사 속 비극을 새로운 시선으로 바라본다. 개인의 선택과 책임, 그리고 기억과 애도의 의미를 담아내며 관객들의 깊은 공감을 얻었다. 최근 시사위크와 만난 임은정 대표는 흥행 소감부터 영화의 출발, 장항준 감독과의 협업 과정까지 다양한 이야기를 들려줬다. 최근 제기된 표절 논란에 대해서도 입장을 밝혔다.

-천만을 넘어 1,200만 관객을 돌파했다. 소감은. 예상했나. 

“너무 엄청난 숫자라서 우리끼리 매일 ‘고맙다’는 이야기밖에 하지 않고 있다. 감사하다. 이렇게 잘 맞아떨어지기가 쉽지 않은데 시기적인 것도 그렇고, 우리가 만나서 함께 일할 수 있었다는 것도 정말 감사한 일이라고 이야기를 나누면서 하루하루 보내고 있다. 자신감은 있었지만 관객 수에 대해서는 우리끼리 통일된 숫자가 있었던 건 아니었다. 1차 목표는 손익분기점이었다. 다만 이 시장에 간다고 하는 건 그래도 손익분기점의 두 배 이상은 목표로 해야 올 수 있는 자리라고 봤기 때문에 그게 2차 목표였다. 그다음 3차 목표는 정말 다 달랐다. 500만이 넘으면서부터는 우리끼리도 어떤 목표에 대해 이야기를 하지 않았다. 계획한다고 해서 달성되는 것도 아니고 이끌어주는 곳으로 우리가 따라가자는 마음으로 나날을 보내고 있다.”

-최근 표절 논란이 불거지기도 했다. 제작사 입장은 무엇인가.

“사실 이 내용도 보도를 통해 접했다. 해당 작품을 접근할 수 있는 어떤 가능성은 전혀 없었고, 실존 인물을 소재로 하다 보니 생긴 일인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기획의 출발점이 여러 가지가 있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시장에 돌아다니는 시나리오를 픽업하는 방식도 있을 수 있다. 그런데 이 경우는 애초에 그런 방식이 아니었다. 원안을 쓴 작가와 처음에 ‘어떤 이야기로 시나리오를 써볼까’ 의논하는 과정에서 엄흥도와 단종 이야기를 알게 됐고, 트리트먼트를 작성한 뒤 원안 계약까지 진행됐다. 이후 그 트리트먼트를 바탕으로 황성구 작가와 시나리오 계약을 하고 시나리오 디벨롭 과정이 이어졌다. 그렇기 때문에 이 작업은 창작자들과의 히스토리도 모두 남아 있다. 회의 과정이든 수정 과정이든 기록이 있다. 이후 장항준 감독님에게 가서 다시 수정하는 과정도 있었다. 그때는 PD와 나, 그리고 감독님까지 셋이서 각색 합숙을 하며 수정 작업을 진행했다. 그런 부분들이 기록으로도 남아 있고 충분히 증명이 가능한 부분이다. 어떤 부분에서 오해가 있었던 것이 아닐까 생각하고 있다. 관련해서 빠르게 입장을 표명한 것처럼, 오해가 있다면 성실하게 들어보고 풀어가는 과정을 가지려고 한다. 상황적으로 그때와 달라진 것은 없다.”

임은정 대표가 영화의 출발을 떠올렸다. 사진은 호연을 펼친 박지훈(왼쪽)과 유해진. / 쇼박스
임은정 대표가 영화의 출발을 떠올렸다. 사진은 호연을 펼친 박지훈(왼쪽)과 유해진. / 쇼박스

-기획 출발점은 무엇이었나.

“사극을 특별히 좋아하는 편은 아니었다. 엄흥도라는 인물의 포지션이 굉장히 드라마틱하다고 느꼈다. 영화 ‘타인의 삶’을 굉장히 좋아하는데, 그 작품도 역사적 사건이 발생하는 가운데 역사의 전면에 기록되지 않는 한 개인이 자기에게 주어진 일을 수행하면서 성장하는 이야기다. 그런 지점이 엄흥도에게도 있다고 생각했다. 엄흥도가 가진 극성과 청령포라는 공간의 특성, 강을 건너야 하는 지리적 조건 같은 요소들이 배경적으로도, 인물적으로도 드라마틱하다고 느꼈다. 결국 그곳에서 단종의 죽음을 맞이하게 되는 이야기이기도 하지 않나. 그런 요소들을 현미경을 대고 들여다보듯 탐구하기 시작했다. 

이후에는 단순히 드라마틱한 설정 때문만이 아니라 주제적으로도 이 이야기를 꼭 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영화라는 매체가 이런 이야기를 해야 한다는 생각과도 맞닿아 있었다. 이 영화는 어떤 의미에서는 애도에 대한 이야기이기도 하다. 다만 그것을 단순히 망자에 대한 애도로만 보지는 않는다. 우리는 지금도 많은 사회적 공동의 기억을 안고 살아간다. 사회적 참사나 재난이 발생했을 때 지금 사회는 너무 복잡하고 다층적이어서 누가 책임이 있다고 단정하기 어려운 경우가 많다. 그렇다고 해서 정말 책임이 없는 것인가 하면 또 그렇지도 않은 것 같다는 생각을 하게 되고, 그 과정에서 깊이 슬퍼하게 된다. 그런 점에서 이 마을에서 벌어지는 단종의 이야기는 지금 우리가 겪고 있는 여러 사건들과도 유사한 면이 있다고 느꼈다. 우리는 어떤 일이 벌어질 때마다 ‘이건 기억해야 한다’고 말하지만 또 다른 사건들이 이어지면서 잊히기도 한다. 그래서 나는 그것을 기억하게 만드는 것이 영화라는 매체가 해야 할 역할이 아닐까 생각했다. 그런 생각이 있었기 때문에 더 집념을 가지고 이 영화를 만들어 갈 수 있었던 것 같다.”

-초기 투자 과정에서 어려움은 없었나. 

“당시에는 걱정하는 의견도 많았다. 가장 많이 들었던 이야기가 ‘중예산 작품을 하려면 60억원 이하로 맞춰야 투자를 받을 수 있다’는 것이었다. 그런데 이 작품은 아무리 작게 찍어도 90억원은 넘는 규모였다. 그래서 말리는 의견이 분명히 있었다. 이 프로젝트의 물꼬를 트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한 것은 쇼박스 투자팀이었다. 담당자가 시나리오를 보고 좋아해 주면서 나도 용기를 얻을 수 있었고, 그 덕분에 장항준 감독님에게도 제안을 할 수 있었다. 사실 그전에도 장항준 감독님과 함께 하려고 비에이엔터테인먼트 장원석 대표님에게 공동 제작을 제안한 적이 있었다. 그런데 같은 이유로 거절을 당했다. ‘리바운드’ 이후 반드시 성공하는 영화를 해야 한다는 입장이었고, 뜻은 이해하지만 지금 이 작품은 그런 조건에 맞지 않을 것 같다는 답을 받았다. 이후 쇼박스 투자팀의 지지를 조금 받으면서 이 작품이 의미 있는 영화가 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고 사람들이 언제까지나 도파민만 추구하는 콘텐츠만 찾지는 않을 것 같고, 의미 있는 영화로 충분히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했다. 그래서 장항준 감독님에게 직접 연락을 드려서 제안했고 그 뜻을 좋게 봐줬다.”

-왜 장항준 감독이었나. 

“내가 투자팀에서 오래 일했는데 투자팀에서는 시나리오를 굉장히 많이 접수받고 글을 많이 읽는다. 그런데 2010년대 초반쯤 투자팀에서 시나리오가 뭔가 막혀 있을 때 ‘잘될 것 같은데 조금만 고치면 될 것 같은데 어떡하지’라는 상황이 생기면 ‘장항준에게 가져가라’는 말이 돌 정도로 뛰어난 각본가라는 인식이 있었다. 나 역시 그 부분을 알고 있었다. 또 ‘라이터를 켜라’ ‘싸인’, 그리고 ‘기억의 밤’을 보면서 연출자로서도 굉장히 준수한 역량을 가진 창작자라는 점을 다시 느꼈다. 이후 ‘리바운드’를 보고 나서는 이런 실력을 갖춘 사람이 이런 시선과 마음까지 가지고 있다면 좋은 작품을 만났을 때 충분히 성공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첫 천만 영화를 보유하게 된 장항준 감독(왼쪽)과 유지태. / 쇼박스
첫 천만 영화를 보유하게 된 장항준 감독(왼쪽)과 유지태. / 쇼박스

-장항준 감독은 어떻게 설득했나.

“처음 만났을 때부터 감독님이 말한 방향성이 굉장히 다각적이었다. 어른으로서 지켜야 할 것을 지키는 이야기라는 측면도 있었지만, 뛰어난 각본가라는 평가를 받는 창작자답게 시나리오에 필요한 재미 요소가 무엇인지, 메시지를 어떻게 해야 확장성 있게 전달할 수 있는지, 또 리듬을 어떻게 가져가야 하는지에 대해 길게 이야기했다. 당시 이 작품이 ‘안 된다’는 이야기를 많이 듣고 있었지만, 나는 이런 시기에 도전하는 사람이 기회를 가져간다고 생각했다. 극장은 여전히 열려 있고, 배급사가 문을 닫을 것도 아니기 때문에 많은 작품은 아니더라도 몇 편은 반드시 선택을 받는다. 그러니 그 기회를 잡아보자는 이야기를 했다. 감독님도 그 부분을 흥미롭게 받아들인 것 같다. 이후 ‘김은희 작가에게 한번 물어보겠다, 열흘만 시간을 달라’고 했는데, 나흘 뒤에 연락이 왔다.” 

-협업 과정은 어땠나.

“일종의 미담처럼 퍼뜨리고 싶은 이야기가 있다. 좋은 사람이자 어른인 사람이 이 작품을 연출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있었고, 장항준 감독님을 만나면서 그런 생각이 더 강해졌다. 감독님이 내가 이 프로젝트를 혼자서 고군분투하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됐다. 그러면서 ‘지금 너에게 필요한 것은 각색이냐, 그러면 같이 합숙을 하자’고 제안했다. 그래서 감독님과 프로듀서, 나 이렇게 셋이서 합숙을 했다. 당시 두 시간 반 정도 분량이었던 시나리오를 두 시간 안으로 줄이는 작업을 했고, 감독님이 이야기했던 각색 포인트들을 러프하게나마 이식하는 작업을 진행했다. 그 합숙이 열흘 정도 이어졌다. 그 과정에서 서로 호흡이 잘 맞는다는 느낌을 받았다. 이렇게 이야기 나누고 고친 부분들을 촬영하면서 잘 구현할 수 있다면 좋은 작품이 나올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 합숙이 끝난 날 뒤풀이를 하다가 새벽이 됐는데, 감독님이 갑자기 ‘이 작품은 안 될 가능성이 훨씬 높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래도 나는 이 작업을 하고 싶었다, 열정적인 프로듀서와 의미 있는 작품을 만들려고 하는 제작사가 이런 경험을 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앞으로 어떤 방식으로든 이 일을 계속하게 될 텐데, 오늘 밤을 기억해 줬으면 좋겠다’는 이야기를 했다. 이 작품이 반드시 만들어질 것이라고 생각해서 시작한 작업은 아니라는 말이었다. 이 이야기가 정말 가치 있는 이야기처럼 느껴지는데 그게 나만의 생각인지 궁금했다고도 했다. 계약도 하지 않은 상태에서 그 작업을 진행한 거였다. 그 말을 들으면서 장항준 감독님이 ‘만드는 일의 본질’을 알고 있는 창작자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내가 제대로 된 사람을 찾아왔다는 느낌도 받았다. 그때가 서로에 대한 신뢰와 일종의 충성심이 생긴 계기였다.”

-현장에서 작품의 가능성을 체감한 지점이 있었나.

“배우들과도 이야기를 많이 했는데 그 이유는 장항준 감독님이다. 굉장히 귀가 열려 있는 사람이다. 배우든 PD든 제작자든 촬영 감독이든 누군가 ‘이렇게 하는 게 더 좋지 않겠냐’고 제안을 했을 때 일리가 있다고 판단되면 유연하게 받아들이는 편이다. 그렇다고 해서 기준이 없이 흔들리는 것은 아니다. 본인의 기준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좋은 제안이라고 생각되면 반영하는 방식이다. 그런 변화들이 단순히 방향성이 흔들린 결과라기보다는 ‘이렇게 하면 더 잘할 수 있겠다’는 생각들이 현장에서 계속 생겨났기 때문이었다. 그러다 보니 현장에서도 처음 예상했던 것보다 더 좋은 결과가 나올 수 있겠다는 분위기가 자연스럽게 형성됐던 것 같다. 특정한 하나의 포인트 때문에 잘됐다고 말하기보다는, 감독님이 다양한 의견을 받아들이며 조금 더 나은 방향으로 조정해 가는 과정 자체가 작품을 더 좋은 쪽으로 이끌었다고 생각한다.”

신드롬급 인기를 견인한 ‘왕과 사는 남자’ 박지훈 스틸. / 쇼박스
신드롬급 인기를 견인한 ‘왕과 사는 남자’ 박지훈 스틸. / 쇼박스

-단순 흥행이 아니라 스크린 밖에서도 인기가 이어지고 있다. 어떻게 받아들이고 있나.

“관객들이 이 영화를 바라보는 방식이 정말 다양하다는 것을 보고 놀랐다. 예를 들어 영월에 가서 영화의 배경이 된 장소를 직접 보고 오고 싶다는 이야기를 하기도 하고, 비슷한 주제를 다루는 전시를 추천하며 이야기를 확장하기도 하더라. 또 영화의 의미를 두고 ‘이건 이런 의미가 아닐까’라고 적극적으로 리뷰를 남기고 토론하는 모습도 인상적이었다. 이렇게까지 토론 문화가 활발한 나라였나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다양한 반응을 접했다. 그 과정에서 한 가지 느낀 것은 영화가 단순히 경제 활성화를 위해 존재하는 것은 아니지만, 좋은 콘텐츠 하나가 사회적으로 활기를 불러올 수 있다는 점이었다. 콘텐츠를 만드는 사람으로서 뿌듯함을 넘어 ‘정말 의미 있는 일을 하고 있구나’라는 자부심을 느끼게 된 계기이기도 했다.” 

-완성도에 대한 다양한 평가 속에서도 천만 관객을 기록했다. 제작사로서 어떤 생각이 드나.

“제작자로서 만듦새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는 것에 대해 ‘역시 주제가 중요하다’고만 말할 수는 없는 부분이라고 생각한다. 만듦새 역시 정말 만전을 기해야 하는 요소가 맞다. 다만 주어진 상황에서 다시 선택을 하라고 해도 나는 아마 같은 선택을 했을 것 같다. 이 영화가 가지고 있는 메시지나 감정에 조금 더 주안점을 두고 완성하는 방향을 택했을 것 같다. 영화뿐 아니라 소설이든 드라마든 결국 본질은 그런 지점에 있다고 생각한다. 물론 질적으로 더 나은 결과물을 보여드렸어야 했다는 부분에 대해서 제작진이 부정하거나 억지로 반박하려는 생각은 없다. 그 부분 역시 충분히 고민하고 받아들여야 할 지점이라고 생각한다.” 

-특히 호랑이 CG에 대한 아쉬운 평가가 많다. 제작비 절감 차원이었나. 수정 작업을 계획하고 있다고. 

“아낀 것이 아니다. 어떤 감독이나 제작자는 더 완성도를 높이기 위해 개봉일을 미루거나 시사회를 늦추는 선택을 하기도 할 것이다. 하지만 나는 우리가 정한 날짜에 맞춰 많은 분들이 이 영화를 보고 즐길 수 있게 하는 것이 제작자의 역할에 더 가깝다고 생각했다. 그렇게 해야 입소문도 더 빨리 퍼지고 더 많은 사람들이 함께 즐길 수 있다고 판단했다. 그 부분에 대해 내부적으로도 어느 정도 공감대가 있었다. 배급사 입장에서도 아쉬움이 있었을 것이다. 다만 함께 영화를 보면서 판단했던 지점들이 있었다. 사실 가장 아쉬운 쪽은 CG팀일 것이다. 결과물이 결국 작품으로 남고 본인들의 포트폴리오로도 남기 때문에 부담이 클 수밖에 없다. 관련해서는 조만간 VFX 회사에 가서 회의를 하기로 했다. 독자적으로 수정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는 이야기는 들었고 그 결과를 확인하는 자리가 될 것 같다. 이후 어떤 타이밍에 어떤 방식으로 교체하거나 관객에게 보여줄지에 대해서는 그 자리에서 논의해 봐야 할 것 같다.”

유해진의 열연도 호평 이유로 꼽힌다. / 쇼박스
유해진의 열연도 호평 이유로 꼽힌다. / 쇼박스

-이 영화가 관객에게 특별하게 다가간 이유는 무엇이라고 보나.

“기획자이자 제작자로서 이 작품을 기획적인 관점에서 바라보면 결국엔 무언가를 지켜주고 싶다는 마음이 담겨 있다고 생각한다. 이 작품이 애도의 이야기이기도 하다는 점도 그런 맥락과 연결된다. 지금은 미래에 대해 낙관적인 이야기를 하기 쉽지 않은 시기라고 생각한다. 여러 사건과 일들이 계속 벌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람들은 더 바른 미래, 더 행복한 미래, 희망을 이야기할 수 있는 걸 원한다고 생각한다. 그러면서도 우리가 지켜주지 못했던 것들에 대해 절망감을 느끼기도 하고, 동시에 다르게 해볼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의지도 함께 가지고 있다고 본다. 이 영화가 그런 감정과 맞닿아 있다고 생각한다. 우리가 지켜주지 못했지만, 그 죽음만은 끝까지 지키려 했던 이야기를 보면서 관객들이 비슷한 감정을 느끼고 있는 것이 아닐까 싶다. 그런 지점이 사람들의 마음을 울리고, ‘왜 이 영화를 자꾸 다시 보고 싶지’라는 생각을 하게 만드는 이유가 아닐까 생각한다.”

-제작 첫 작품으로 큰 성공을 거뒀다. 앞으로 제작자로서 지키고 싶은 방향성은 무엇인가.

“예전에 쇼박스 대표가 ‘이 영화 결과가 어떨 것 같냐’고 물어봐서 내가 이런 이야기를 했다. ‘오랜 기간 투자팀과 투자·배급사에서 일하면서 느낀 건데, 정석적인 과정으로 의사결정이 이루어지고 만들어진 영화는 최소한 손익분기점은 넘는다’는 거였다. ‘왕과 사는 남자’도 그 지점이 있었다. 물론 개인적으로 이 이야기에 꽂혀서 장항준 감독님에게 먼저 달려갔던 부분은 지금 생각해도 조금 이성적이지 않았던 면이 있었지만 그 이후의 과정들은 굉장히 이성적으로 진행됐다. 의사결정이나 시나리오 수정 과정에서도 누군가의 고집이나 맹목적인 신념으로 밀어붙인 것이 아니라 ‘이 정도면 된다’는 판단을 단계마다 확인하면서 다음 단계로 넘어갔다. 그래서 대표에게도 ‘믿어 달라’고 말했다. 오랫동안 소싱 부서에서 일해 온 경험을 바탕으로 이런 과정을 거쳐 만든 작품이 손익분기점을 넘지 못한 경우는 한 번도 보지 못했다. 그게 내 나름의 신념인 것 같다. 앞으로도 유연하게 소통하면서 의사결정을 해 나가는 제작자가 되고 싶다.”

-어떤 영화를 만들고 싶나.

“단정적으로 말하기는 어렵지만 나는 늘 ‘무조건 재미있고 무조건 의미가 있어야 한다’는 말을 한다. 결국 재미와 의미가 함께 있어야 한다는 생각이다. 그래서 그 재미가 무엇이고, 그 의미가 무엇인지에 대해 계속 고민하게 된다. 의미 있는 재미여야 하고, 재미있는 의미여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런 지점이 결국 시대의 정신과도 맞닿아 있다고 본다. 지금 관객들이 필요로 하는 위로가 무엇인지 생각하고, 그 질문 속에서 영화가 완성된다고 느낀다. 또 지금의 관객들이 원하는 지각적인 쾌락은 무엇인지, 우리가 놓치고 있던 결핍은 무엇인지 같은 질문을 조금 더 구체적으로 들여다볼 때 답이 보이는 것 같다. 두루뭉술한 접근보다는 왜 이런 재미를 추구하는지, 왜 이것이 의미 있다고 생각하는지에 대해 더 분명하고 구체적인 언어로 설명할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래야 관객들도 그 메시지를 받아들이고 공감해 준다고 본다.”

임은정 대표가 제작사로서의 소신, 철학을 밝혔다. / 쇼박스
임은정 대표가 제작사로서의 소신, 철학을 밝혔다. / 쇼박스

-이번 흥행이 영화 산업에 어떤 의미를 남겼다고 보나.

“우선 정말 많은 축하 연락을 받았다. 업계 동료들뿐 아니라 선배 제작자들, 후배들, 동료들, 또 이름만 들으면 알 만한 감독들까지 연락을 주셨다. 축하 인사와 함께 공통적으로 ‘고맙다’는 이야기를 많이 하셨다. 이 영화 덕분에 업계에 기회가 조금 더 생길 것 같다는 말도 들었다. 실제로 그런 기회가 생기면 좋겠다고 생각한다. 한 작품이 흥행했다고 해서 나만 이익을 얻는 것은 아니다. 배급사가 수익을 얻으면 다시 투자 여력이 생기고, 그 투자로 또 다른 작품들이 만들어질 수 있는 구조가 된다. 그래서 더 많은 사람들이 그 기회를 함께 누릴 수 있었으면 좋겠다. 무엇보다 이제 막 시작하는 창작자들이 더 많은 기회를 가질 수 있기를 바란다.”

-다른 천만 영화들과 비교해도 이번 작품에 대한 반응이 유독 따뜻한 것 같다. 이유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전 연령을 아우르는 작품이어서 그런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그래서 극장이 붐비는 분위기도 조금 다른 느낌이 있다. 극장은 혼자 가서 어둠 속에서 큰 스크린으로 영화를 보는 경험도 있지만, 이 영화는 함께 웃고 함께 우는 영화라는 점에서 조금 다른 성격을 갖고 있는 것 같다. 그런 경험이 극장이 지닌 어떤 문화적인 기억을 다시 떠올리게 만든 것 아닐까 싶다. 조금 조심스럽지만, 그 지점이 다른 작품들과는 조금 다른 특성이었던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코로나19 이후 관객들이 느꼈던 극장에 대한 그리움 같은 것들이 이 영화를 통해 어느 정도 채워지고 있는 측면도 있는 것 같다. 결국 이 영화가 가진 다정함 때문이 아닐까 생각한다. 나는 ‘다정함이 세상을 구원한다’는 말에 동의하는 사람인데, 관객들도 그런 감정을 이 영화에서 느끼고 있는 것이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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