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마이데일리 = 최주연 기자] 우리금융그룹이 서울 중구 회현동 ‘우리금융디지털타워’ 매각에 전격 착수했다. 동양‧ABL생명 자회사 편입 과정에서 금융당국으로부터 부여 받은 재무건전성 확보 조건을 이행하기 위한 자본관리 차원이다. 다만 경기 불황 여파로 대형 오피스 시장 시장도 침체돼 있어 매각까지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12일 우리금융에 따르면 우리은행은 우리금융디지털타워 매각 주관사(자문사) 선정 입찰 공고를 지난 10일 홈페이지에 올렸다. 매각 대상은 명동 본점 사옥 맞은편에 위치한 건물로 대지 2246.9㎡, 연면적 3만3022.89㎡의 지하 2층~지상 22층 규모다. 우리은행이 2019년 말 LG CNS로부터 약 2092억원에 매입한 이후 우리은행 디지털 관련 인력과 IT 자회사 우리FIS 등이 입주해 사용 중이다.
우리금융이 매입 7여년 만에 매각을 추진하는 배경에는 지난해 동양생명과 ABL생명 인수 과정에서 금융당국이 부과한 자본관리 조건이 있다.
금융위원회는 지난해 5월2일 우리금융의 동양·ABL생명 자회사 편입을 조건부로 승인하면서 ‘내부통제 개선 계획’과 ‘중장기 자본관리 계획’을 충실히 이행하고 그 이행 상황을 2027년 말까지 반기별로 금융감독원에 보고하도록 하는 부대조건을 부과했다. 우리금융의 동양·ABL생명 인수 가격은 1조5493억원으로 알려져 있다.
우리금융은 자본관리 계획에 유휴 부동산 매각 등을 포함한 계획서를 제출했다. 디지털타워를 비롯해 경기 안성 우리은행 연수원 부지와 통폐합 등으로 공실이 된 일부 지점 건물 등이 처분 대상에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또 과거 영업점 직원들을 위한 합숙소(기숙사)와 지역 거점용 사택 부지들, 경기 군포, 안양, 부천 등 1기 신도시 인접 지역과 서울 외곽의 강서, 도봉구 등 노후 단독 필지들도 포함된 것으로 전해졌다.
업계는 지난해 감정 당시 우리금융이 디지털타워를 5000억원 내외에서 매각할 수 있을 것이라고 추산했으며 사택 부지들을 묶어 팔면 최대 800억원의 추가 자본 확충 효과를 낼 것이라고 기대했다. 안성 연수원은 지난해 11월 매각 완료됐으며 구체적인 매각가는 알려지지 않았지만 수백억대로 추정된다. 전국 10여개 지점까지 모두 매각하면 최소 8000억원 규모의 자본 확충이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 매각 시일 걸릴 것 vs 국내·글로벌 운용사 '군침'
부동산에 따른 자본 실탄이 충분한 상황에서 우리금융은 2027년까지 보통주자본(CET1) 비율 13% 달성을 목표로 하고 있다. CET1 비율은 금융사의 손실흡수능력을 평가하는 지표로 주주환원 및 기업 인수합병(M&A) 가능성과 직결된다.

우리금융은 지난해 CET1 비율 관리에 총력을 기울이며 4분기 기준 12.9%까지 달성하며 목표치인 12.5%를 넘었다. 다만 동양생명·ABL생명 인수 과정에서 발생한 염가매수차익이 일부 반영된 만큼 부동산 매각 등을 통해 자본비율을 추가로 끌어올린다는 계획이다.
금융권에서는 디지털타워 매각이 우리금융의 자본비율 개선에 도움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문제는 매각 시점이 언제가 될지 모른다는 점이다. 감정 당시 5000억여원이었지만 불경기 속 부동산 가격 급등으로 매수자를 찾기도 곤란한 상황이기 때문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매각 시점은 단정할 수 없다”면서 “10억, 20억짜리 아파트 거래도 몇 년 걸리는 상황에서 수천억대 딜의 성사까지는 상당한 시일이 소요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
반면 투자은행(IB) 업계에서는 대형 블라인드 펀드를 보유한 이지스자산운용, 코람코자산신탁 등 국내 운용사는 물론 싱가포르투자청(GIC) 등 글로벌 자본이 서울 오피스 시장의 견조한 수요에 주목하고 있어 예상보다 빠르게 매각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일각에서는 우리금융이 매각 후 임차(세일 앤 리스 백) 전략을 취할 것이라고도 내다봤지만 우리금융은 ‘구체적인 계획은 정해지지 않았다’는 입장이다. 우리금융 관계자는 <마이데일리>와 통화에서 “현재 IT 관련 부서랑 FIS랑 우리금융경연구소가 들어가 있는데 그 회사들이 어디로 이동할지는 아직 어떤 논의도 이뤄지지 않고 있다”면서 “여의도에 있는 미래에셋증권 건물이나 을지로에 짓고 있는 건물로 갈지 아니면 아예 새로운 장소로 갈지는 디지털타워 매각에 가닥이 잡힐 때 그때 논의할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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