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오하자드9’ 리뷰] ‘슈퍼겁쟁이’들을 위한 공포체험

시사위크

* 본 리뷰는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지난 2월27일 출시된 바이오하자드9: 레퀴엠은 초보 FBI 정보 분석관인 주인공 그레이스 애쉬크로프트가 의문의 감염 변사체들을 조사하며 벌어지는 사건을 배경으로 한다. 기자는 바이오하자드를 플레이하고 싶지만 여전히 공포게임이라는 장벽에 가로막혀 고민하고 있을 ‘슈퍼겁쟁이’들을 위한 리뷰를 해봤다./ 캡콤 
지난 2월 27일 출시된 바이오하자드9: 레퀴엠은 초보 FBI 정보 분석관인 주인공 그레이스 애쉬크로프트가 의문의 감염 변사체들을 조사하며 벌어지는 사건을 배경으로 한다. 기자는 바이오하자드를 플레이하고 싶지만 여전히 공포게임이라는 장벽에 가로막혀 고민하고 있을 ‘슈퍼겁쟁이’들을 위한 리뷰를 해봤다./ 캡콤 

“I recognize terror as the finest emotion and so I will try to terrorize the reader. But if I find that I cannot terrify, I will try to horrify, and if I find that I cannot horrify, I'll go for the gross-out.”

(나는 공포를 가장 고귀한 감정으로 여겨 독자를 공포에 떨게 하려고 노력할 것이다. 하지만 공포를 줄 수 없다면, 끔찍함을 느끼게 하려고 할 것이다. 그것마저 안 된다면 역겨움을 유발하려고 할 것이다.)

―스티븐 킹(Stephen King), ‘유혹하는 글쓰기’ 중- 

시사위크=박설민 기자  콘텐츠에 있어 ‘공포’ 만큼 호불호가 강한 장르가 있을까. 싫어하는 사람은 근처에도 가지 않는다. 하지만 공포는 인간의 가장 원초적 감정을 자극하는 요소다. 영화부터 소설, 만화, 게임에 이르기까지 모든 콘텐츠 분야서 공포 장르가 꾸준히 사랑받는 이유다.

그중에서도 ‘공포게임’은 가장 매니악한 장르일 것이다. 공포소설이나 영화를 생각해보자. 주인공은 나와 동떨어진 제 3자다. 최악의 경우에도 다음 장면이 나오길 눈을 감고 기다리거나 책장을 빠르게 넘겨버리면 그만이다.

하지만 게임은 다르다. 그 공포의 순간을 직접 경험하는 주체가 플레이어, 즉, ‘나 자신’이다. 다른 장르처럼 쉽게 공포에서 도망칠 수 없다는 의미다. 때문에 다른 콘텐츠들과 달리 공포를 이겨내지 않으면 콘텐츠 자체를 즐기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하다.

그런 의미에서 캡콤의 ‘바이오하자드’ 시리즈는 ‘모두’가 즐길 수 있는 공포게임이라 요약할 수 있다. 공포게임을 꺼리는 기자 역시 바이오하자드의 오랜 팬이다. 최근 캡콤이 공개한 신작 ‘바이오하자드9: 레퀴엠’ 역시 직접 플레이했다. 이에 바이오하자드를 플레이하고 싶지만 여전히 공포게임이라는 장벽에 가로막혀 고민하고 있을 ‘슈퍼겁쟁이’들을 위한 리뷰를 해보고자 한다. 

캡콤의 ‘바이오하자드’ 시리즈는 ‘모두’가 즐길 수 있는 공포게임이라 요약할 수 있다. 공포게임을 꺼리는 기자 역시 바이오하자드의 오랜 팬이다. 최근 캡콤이 공개한 신작 ‘바이오하자드9: 레퀴엠’ 역시 직접 플레이했다. / 기자의 개인 스팀 계정 화면 캡처 
캡콤의 ‘바이오하자드’ 시리즈는 ‘모두’가 즐길 수 있는 공포게임이라 요약할 수 있다. 공포게임을 꺼리는 기자 역시 바이오하자드의 오랜 팬이다. 최근 캡콤이 공개한 신작 ‘바이오하자드9: 레퀴엠’ 역시 직접 플레이했다. / 기자의 개인 스팀 계정 화면 캡처 

◇ 익숙함 속에 그려진 ‘슈퍼겁쟁이’들을 위한 공포게임

지난 2월 27일 출시된 바이오하자드9: 레퀴엠은 초보 FBI 정보 분석관인 주인공 그레이스 애쉬크로프트가 의문의 감염 변사체들을 조사하며 벌어지는 사건을 배경으로 한다. 그 과정에서 발생하는 공포의 순간에서 플레이어들은 최선을 다해 생존, 최종적으로 사건의 배후를 밝혀내고 해결하는 것이 게임의 주 목표다.

처음 바이오하자드9: 레퀴엠을 플레이했을 때 가장 인상 깊은 첫 인상은 그래픽이었다. 캡콤에서 자체 개발한 게임 엔진 ‘RE 엔진’을 기반, 거의 실제 사진에 가까운 그래픽 구현을 자랑했다. 특히 비가 내리는 배경에서는 주인공들의 머리카락과 옷이 젖는 모습은 감탄이 나왔다. 또한 3인칭과 1인칭을 나눠 선택할 수 있다는 것도 장점이었다.

그래픽 최적화 역시 뛰어났다. 기자가 사용하는 컴퓨터 사양으로는 최고 옵션 설정은 불가능했다. 하지만 ‘보통’ 설정으로 진행했음에도 디테일한 텍스처, 뛰어난 광원 효과를 체험하는데는 문제가 없었다. 만약 고성능 컴퓨터를 가진 유저라면 최고성능 렌더링 기술인 ‘패스트레이싱(Path Tracing)’ 설정을 강력 추천한다.

바이오하자드9: 레퀴엠 실제 플레이 장면 모습.  캡콤에서 자체 개발한 게임 엔진 ‘RE 엔진’을 기반, 거의 실제 사진에 가까운 그래픽 구현을 자랑했다./ 실제 플레이 장면 캡처 
바이오하자드9: 레퀴엠 실제 플레이 장면 모습.  캡콤에서 자체 개발한 게임 엔진 ‘RE 엔진’을 기반, 거의 실제 사진에 가까운 그래픽 구현을 자랑했다./ 실제 플레이 장면 캡처 

플레이에서 받은 첫 느낌은 ‘익숙함’이었다. 플레이 방식은 비교적 최근 발매된 ‘바이오하자드 리메이크2’부터 ‘바이오하자드8: 빌리지’에 이르는 전작들과 유사한 구조였다. 주인공은 폐쇄적인 공간에서 각종 무기와 도구들을 활용해 퍼즐을 풀고 탈출해야 했다.

전체적인 공포감은 시리즈 상 가장 무섭다고 평가받는 ‘바이오하자드7’이나 ‘바이오하자드 RE:2’보다 덜했다. 해당 시리즈의 경우 죽일 수 없는 ‘추적자형 보스’의 등장으로 거의 게임 플레이의 절반을 쫓겨야 했다. 때문에 오히려 정신적으로 너무 피로하다는 평가가 유저들 사이에서 나오기도 했다.

이에 캡콤은 후속작부터 바이오하자드 신규 유저층 확장을 위해 부단한 노력을 기울였다. 전작 바이오하자드8: 빌리지를 광고할 때는 ‘무섭지 않아요’가 메인 슬로건이기도 했다. 물론 이는 새빨간 거짓말(?)이었다는 게 유저들의 소감이긴 했다. 

이번 바이오하자드9: 레퀴엠도 바이오하자드7이나 바이오하자드 RE:2와 비교해 덜 무서운 것일 뿐 사실 공포스럽긴 마찬가지다. 전작 대비 초반 난이도가 올랐다. 적들의 인공지능(AI)도 한층 향상됐다. 때문에 초보 유저가 느끼기엔 다소 압박이 클 것으로 예상됐다.

이번 바이오하자드9: 레퀴엠은 그레이스 애쉬크로프트(위쪽)와 레온 S.케네디(아래쪽) 두명의 주인공으로 플레이가 진행된다. 전자는 변변찮은 무장으로 공포감을 극대화시키고 후자는 강력한 무장으로 좀비와 적들을 쓸어버리는 쾌감을 준다. / 실제 플레이 장면 캡처 
이번 바이오하자드9: 레퀴엠은 그레이스 애쉬크로프트(위쪽)와 레온 S.케네디(아래쪽) 두명의 주인공으로 플레이가 진행된다. 전자는 변변찮은 무장으로 공포감을 극대화시키고 후자는 강력한 무장으로 좀비와 적들을 쓸어버리는 쾌감을 준다. / 실제 플레이 장면 캡처 

특히 초반 ‘공포 파트’는 겁많은 유저들에겐 다소 부담스러울 수 있다고 생각됐다. 주인공 그레이스가 게임 초반부 탈출해야하는 ‘요양병원’에서는 ‘더 걸(The Girl)’이라 불리는 거대한 괴물이 쫓아온다. 해당 괴물은 죽일 방법이 없어 소리내지 않고 숨어 다녀야 한다. 괴물의 그림자는 마치 플레이어 자신이 공포영화 속 주인공이 된 느낌을 받게 한다.

하지만 일종의 ‘환기 시스템’이 도입된 것이 다른 시리즈들과의 결정적 차이다. 그레이스 애쉬크로프트와 함께 레온 S.케네디를 또 다른 주인공으로 내세운 것. 레온 S.케네디는 바이오하자드 2편부터 등장한 특수요원 캐릭터다. 역대 주인공 중 최다 출연하며 시리즈의 상징이기도 하다.

레온은 이번 작에 처음 등장한 그레이스와 달리 강력한 전투력을 바탕으로 좀비들과 괴물을 손쉽게 제압한다. 즉, 어딘가 어설픈 그레이스의 플레이 파트는 극한의 공포를, 레온 파트는 이를 복수하듯 공포감을 다 부숴버리는 쾌감을 제공한다. 말 그대로 ‘단짠단짠’의 플레이를 즐길 수 있었다.

다만 게임 초반은 그레이스의 비중이 훨씬 높아 레온 파트가 많기를 바라는 유저 입장에선 고통(?)의 순간이 길게 느껴질 수도 있다. 하지만 게임 중반부로 넘어가면 레온이 본격적인 주인공으로 활약한다. 따라서 기자와 같이 겁쟁이 플레이어 분들이라면 초반을 잘 넘기는 것이 바이오하자드9: 레퀴엠을 즐기는 핵심 포인트라 볼 수 있겠다.

게임 초반은 그레이스의 비중이 훨씬 높아 레온 파트가 많기를 바라는 유저 입장에선 고통(?)의 순간이 길게 느껴질 수도 있다. 하지만 게임 중반부로 넘어가면 레온이 본격적인 주인공으로 활약한다. / 실제 플레이 장면 캡처 
게임 초반은 그레이스의 비중이 훨씬 높아 레온 파트가 많기를 바라는 유저 입장에선 고통(?)의 순간이 길게 느껴질 수도 있다. 하지만 게임 중반부로 넘어가면 레온이 본격적인 주인공으로 활약한다. / 실제 플레이 장면 캡처 

◇ 올드 팬들에겐 추억을, 신규 유저들에겐 환영사를

바이오하자드9: 레퀴엠은 1996년 캡콤이 출시한 전설적인 서바이벌 호러게임 ‘바이오하자드’의 시리즈 9번째 후속작이다. 즉, 30년이라는 긴 시간 동안 유저들에게 사랑 받아온 시리즈다. 때문에 이번 바이오하자드9: 레퀴엠이 ‘올드 팬’들을 위한 종합 선물과 같았다. 하지만 신규 유저 입장에선 ‘이건 무슨 뜻이지’하고 의문을 가질만한 부분도 있다.

이를 이해하기 위해선 바이오하자드 세계관을 간단히 이해할 필요가 있다. ‘라쿤시티’라는 가상의 도시서 발생한 생물학적 재난에 대한 내용이 중심이다. 여기서 생물학적 재난의 중심은 ‘T-바이러스’다. 게임 세계관 속 다국적 기업 ‘엄브렐러’에서 개발한 생물병기다.

이 바이러스에 감염되면 강력한 신체 능력을 얻을 수도 있지만 대다수는 이성을 잃은 감염자, 즉 ‘좀비’나 괴물이 된다. 이 괴물들 틈에서 살아남는 것이 바로 바이오하자드 시리즈 전체 스토리의 큰 골자라 할 수 있다. 숨겨진 불법 연구실과 비인간적인 연구, 바이러스 유출로 인한 좀비 사태 발생 등 좀비 영화와 게임의 클리셰가 바이오하자드 시리즈로 정립됐다 해도 과언은 아니다.

바이오하자드의 오랜 팬들이라면 추억을 자극할만한 요소가 게임 내 여기저기 자리 잡고 있다. / 플레이 장면 캡처
바이오하자드의 오랜 팬들이라면 추억을 자극할만한 요소가 게임 내 여기저기 자리 잡고 있다. / 플레이 장면 캡처

바이오하자드9: 레퀴엠은 이 전체 스토리를 마무리 짓는 느낌이었다. 하지만 일부 게임이 기존 주인공에 대해 배려 없는 퇴장이나 비중 감소로 유저들의 불만을 받았던 것과는 다르다. 기존 시리즈의 주인공인 레온은 과거의 유산을 청산하는 느낌이지만 전체 시리즈 중 가장 멋진 모습으로 등장한다. 새로운 시작과 희망은 그레이스가 그려내며 완성된 신구조화를 보여준다.

또한 폐허가 된 라쿤시티에 도착하면 올드 플레이어들의 감성을 자극할 요소가 다수 보인다. 기존 시리즈에서 희생된 등장인물의 흔적, 플레이 장소 등이 대표적이다. 다시 등장하지 않았으면 했던 괴물과 적들도 모습을 드러낸다. 말 그대로 ‘바이오하자드식 동창회’ 같은 느낌이다.

게임 플레이를 모두 마치면 등장하는 훌륭한 주제곡도 플레이어들을 기다린다. 바이오하자드7에선 ‘Go Tell Aunt Rhody’이 음산한 공포를, 바이오하자드8의 ‘Yearning for Dark Shadows’이 안타까운 부성애를 나타냈다. 이번 작의 주제곡은 ‘Through The Darkness’이다. 고통의 순간에도 포기하지 않겠다는 가사는 게임 속 주인공들의 심정을 묘사한 듯하다. 

메타크리틱의 평점 현황. 유저 평점 9.5점으로 매우 높은 평가를 받고 있다./ 메타크리틱 홈페이지 캡처
메타크리틱의 평점 현황. 유저 평점 9.5점으로 매우 높은 평가를 받고 있다./ 메타크리틱 홈페이지 캡처

이 같은 장점들로 중무장한 바이오하자드9: 레퀴엠은 현재 플레이어들로부터 큰 호평을 받고 있다. 9일 기준 글로벌 콘텐츠 평가사이트 ‘메타크리틱(Metacritic)’에서 유저 평점 9.5점을 기록 중이다. 이는 역대 AAA급 게임 중 가장 높은 점수다. 이번 바이오하자드 신작에 대해 신·구 유저들의 반응이 최고 수준이라는 방증이다.

이를 증명이라도 하듯 판매량도 날개 돋친 듯 날아오르고 있다. 4일 캡콤에 따르면 바이오하자드9: 레퀴엠은 출시 5일 만에 전 세계 판매량 500만장을 돌파했다. 이는 바이오하자드 시리즈 사상 가장 빠르게 판매된 게임이기도 하다.

물론 아쉬운 점도 분명 존재했다. 대표적으로는 ‘개연성이 부족한’ 스토리를 꼽을 수 있다. 전체적인 스토리 구성 자체는 짜임새가 있다고 평가할 수 있었다. 하지만 세부적으로 주인공들의 행동이 어색한 부분도 분명 존재했다. 

특히 등장하는 악역들의 행동을 보면서 ‘대체 뭐하냐’라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메인 악역인 ‘빅터 기디언’의 ‘어설픈’ 계획을 보면서 웃음이 나오기도 했다. 다만 게임플레이를 하면서 크게 방해가 되거나 거슬리는 정도는 아니었다. 바이오하자드의 오랜 팬들도 ‘익숙한 맛’이라고 자조섞인 평을 내놓기도 했다.

전체적으로 평가하면 뛰어난 그래픽과 신규·올드 유저들을 배려한 콘텐츠, 적절한 완급 조절에 성공한 명작 게임이라고 볼 수 있다. 만약 공포게임을 해보고 싶지만 두려움 때문에 그동안 망설이던 유저라면 한 번 도전해 볼 만하다고 생각된다. 또한 게임을 모두 마무리하고 등장하는 다양한 스페셜 콘텐츠로 다회 차를 즐기는 재미도 쏠쏠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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