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임경제] 지난해 주주총회에서 가까스로 봉합됐던 한미약품그룹의 경영권 갈등이 올해 정기 주주총회를 앞두고 다시 불확실한 국면으로 접어들고 있다.
특히 창업주 고(故) 임성기 회장의 부인인 송영숙 회장과 개인 최대주주인 신동국 한양정밀 회장이 박재현 한미약품(128940) 대표의 연임 문제를 두고 대립할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4자연합'의 균열 가능성까지 거론되고 있다.

업계에서는 양측이 이미 자산 가압류 소송을 진행 중인 상황에서 한미약품 이사회 구성 문제까지 겹칠 경우 그룹이 다시 경영권 분쟁의 소용돌이에 휘말릴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이번 갈등의 뿌리는 2024년 초 당시 상속세 문제 해결을 위해 제시된 OCI그룹과의 통합 방안을 두고 송영숙 회장과 임주현 부회장으로 구성된 '모녀 측'과 임종윤·임종훈 형제 측이 충돌하면서 한미약품 경영권 분쟁이 본격화됐다.
당시 개인 최대주주인 신동국 회장은 형제 측을 지원하며 '흑기사' 역할을 했다. 같은 해 3월 열린 주주총회에서 OCI와의 통합안이 부결됐고, 이후 임종훈 대표 체제가 출범하면서 분쟁은 형제 측의 승리로 마무리되는 듯했다.
그러나 상황은 그해 7월 다시 뒤집혔다. 신 회장이 모녀 측과 손을 잡고 사모펀드 운용사 라데팡스파트너스와 함께 이른바 '4자연합'을 구성하면서 지배구조의 균형이 달라졌다. 이후 지난해 2월 지주사인 한미사이언스(008930) 이사회에서 임종훈 대표가 사임하고 송영숙 회장이 대표이사로 복귀하면서 창업주 가족 간 경영권 분쟁은 사실상 4자연합의 승리로 마무리됐다.

이어 지난해 3월 열린 한미사이언스 주주총회에서는 외부 인사인 김재교 부회장이 대표이사로 선임됐고, 한미약품의 박재현 대표와 함께 전문경영인 중심 체제가 구축됐다.
하지만 올해 들어 다시 갈등이 표면화됐다. 신동국 회장과 박재현 대표 사이에서 충돌이 발생했고, 송영숙 회장이 박 대표를 공개적으로 지지하면서 내부 균열이 드러난 것이다.
박 대표는 지난달 중순 신 회장과의 대화 녹취록을 공개하며 팔탄공장 임원의 성추행 징계 과정에서 신 회장이 조사 사실을 가해자에게 알리고 이를 비호했다고 주장했다. 또한 이상지질혈증 치료제 '로수젯'의 원료를 검증되지 않은 중국산으로 변경하려 했다는 의혹을 제기하며 품질 경영을 훼손할 수 있다고 비판했다.
경영 간섭 논란에 대해서도 대주주로서 경영진이 특정 업체와 수의 계약 방식으로 원료를 조달해온 관행을 바로잡기 위해 경쟁 입찰 체제로 전환하려 했을 뿐이며, 이는 기업 발전과 주주 이익을 위한 정당한 역할이라고 주장했다.
이같은 갈등은 내부 조직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최근 한미약품 임직원들은 본사 로비에서 신 회장을 비판하는 피켓 시위를 벌이며 박 대표를 지지하는 움직임을 보였다. 여기에 송영숙 회장까지 박 대표를 지지하는 입장을 밝히면서 갈등은 대주주 간 대립 구도로 확산되는 모습이다.

관심은 결국 이번 주주총회에서의 이사회 구성에 쏠리고 있다. 이달 임기가 만료되는 한미약품 이사 5명의 선임을 두고 갈등이 본격화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현재 한미약품 이사 선임은 지주사 한미사이언스 지분 52.63%를 확보한 4자연합의 의사에 달려 있다. 그러나 박재현 대표 재선임 여부를 둘러싸고 연합 내부에서 합의가 이뤄질지는 불투명한 상황이다.
특히 박 대표 연임에 부정적인 입장을 보이는 신 회장은 한미사이언스 지분 29.83%를 보유한 최대주주다. 만약 이사회 재구성 문제를 두고 4자연합 내 설득에 실패할 경우 연합에서 이탈해 주요 안건을 놓고 표 대결에 나설 가능성도 제기된다.
이 경우 한미약품의 지배구조는 다시 불확실한 상황에 놓일 수 있다. 더구나 모녀 측과 라데팡스파트너스가 지난해 4자연합 계약 위반에 따른 위약벌 채권 확보를 목적으로 신 회장 자산 가압류와 수백억 원대 소송을 제기한 점도 갈등을 키우는 요인으로 꼽힌다.
업계 한 관계자는 "한미 내부에 가까운 인사가 거의 없는 신 회장 입장에서는 우호적으로 투자했음에도 오히려 불리한 위치에 놓였다고 느낄 수 있다"며 "전문경영인 체제를 제대로 구축하자는 취지에 다른 연합 주주들이 동참할지 여부가 향후 갈등의 중요한 변수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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