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위크=권신구 기자 중동 정세의 불확실성이 높아지는 가운데, 현지에 있는 국민 보호가 최대 과제로 떠올랐다. 약 2만여명의 국민이 중동 지역에 발이 묶인 만큼, 정부는 전세기를 투입해 이들을 신속하게 국내로 이송한다는 방침이다. 다만 사태 발생 이후 영사 조력 미흡 등에 대한 불만이 드러났다는 점은 개선해야 할 부분으로 지목된다.
강훈식 대통령 비서실장은 6일 춘추관 브리핑을 통해 전세기를 통해 중동 현지에 있는 우리 국민을 송환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강 실장은 “대통령 지시에 따라 중동 지역 내 핵심 우방국인 UAE와 즉각적인 협의에 착수했다”며 “UAE는 지역 내 긴장 상황을 직접 경험하고 있는 어려운 상황 속에서도 대한민국을 배려한 특별한 지원을 결정했다”고 밝혔다.
현재 중동 14개 국가에 체류 중인 우리 국민은 약 1만8,000여명이라는 게 청와대의 설명이다. 약 4,900명이 단기체류자인 가운데 이 중 약 3,500명이 항공편 취소 등으로 UAE와 카타르에 머무르게 됐다. 이에 정부는 UAE와 협의를 통해 민항기 운행 재개를 최종 확정했고, 우리 국민을 태운 에미레이트 항공기 두 대가 이날 오후 한국에 도착할 예정이다. 아부다비에서 출발하는 에티하드 여객기도 내일부터 운항이 재개된다고 강 실장은 설명했다.
발이 묶인 국민의 귀국 경로가 확보됐다는 점에서 정부는 안도하는 분위기다. 현재 UAE 국적기를 통해서만 국민을 송환하고 있지만, UAE 측과의 지속 협의를 통해 한국 국적 민항기도 조속한 시일 내에 투입하겠다는 방침이다. 현 상황에서 군용기 투입까지는 고려하지 않고 있지만 가능성을 완전히 닫아두지는 않았다. 조현 외교부 장관은 이날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전체회의에서 ‘군용기나 전세기를 직접 투입하는 안을 마련하고 있냐’는 질문에 “그렇다”고 답했다.
◇ 초기 대응 ‘미흡’ 지적도
우방국과의 협력을 통해 국민 송환을 이뤄냈다는 점은 다행스러운 일이지만, 이번 사태의 대응이 다소 미흡했다는 점은 문제로 지목된다. 전쟁이 발발할 가능성을 예측하지 못했다는 점, 사태가 발생한 지 이틀이 지나서야 중동 지역에 ‘특별여행주의보’를 발령한 것 등이 도마 위에 올랐다. 배현진 국민의힘 의원은 이날 국회 외통위 전체회의에서 “세계 각국 대다수 국가가 전쟁 발발 즉시 중동 전역에 여행경보를 내렸다”며 “다른 국가들에 비해 우리는 왜 이렇게 느리나”라고 했다.
현지의 영사 조력이 미흡했다는 점도 질타의 대상이 되고 있다. 이용선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보도에서 보면 며칠간 연락이 없어 매우 불안하고 두려웠다는 교민들의 상황이 많이 보도된 것이 사실”이라고 했다. 한정애 민주당 의원도 “두바이 탈출 목표로 모인 카톡방이 있다. 현지 교민이 하고 계신다”며 “공관에서 해야 하는 역할인데 공관이 안 되니 현지 교민이 이 역할을 하는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이 채팅방에 보면 대사관이나 영사 조력의 아쉬움을 토로하는 국민들이 있다”고 지적했다.
이러한 영사 조력이 단순한 개인 차원이 아닌 구조적 문제에서 비롯됐다는 점도 문제다. 김건 국민의힘 의원은 “중동 19개 지역 중 30%가 공관장이 없다”며 “이런 상태로 제대로 우리가 외교적 대응을 할 수 있다고 생각하나”라고 했다. 그러면서 “현장 직원들이 열심히 일하는 걸로 해결될 수 있는 게 아니라 구조적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데 정부가 제대로 대응하는 것을 기대하는 것도 난망이라고 생각한다”며 “대통령님과 장관님께서 꼭 해야 할 일을 해달라”고 했다.
정부는 이번 사태가 장기화할 조짐을 보이는 가운데 ‘정부 합동 신속대응팀’을 현지에 급파하는 등 국민 안전 확보에 힘을 싣고 있다. 이재명 대통령은 전날(5일) 임시 국무회의를 주재하고 “재외국민 안전보호 문제는 우리 국민들의 관심도 클 뿐만 아니라 실제로 피해가 발생할 경우 국가의 책임 문제가 야기될 수 있다”며 “철저하게 또 신속하게 대응할 수 있도록 만전을 기해달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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