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사태로 유가 폭등...李 대통령, 기름값 '상한제' 검토·담합엔 엄단 경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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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인트경제] 미국·이스라엘과 이란 간 군사 충돌이 확대되면서 국제유가가 급등하고 있다. 중동 원유 수송의 핵심인 호르무즈 해협 긴장이 고조되며 공급 차질 우려가 커진 영향이다. 우리 정부도 국내 석유제품 가격 관리에 나섰다.

미국과 이스라엘의 이란 공습 여파로 국내 주유소와 휘발유 가격 급등, 대전 대덕구의 한 저렴한 주유소 풍경 / 사진=연합뉴스 (포인트경제)
미국과 이스라엘의 이란 공습 여파로 국내 주유소와 휘발유 가격 급등, 대전 대덕구의 한 저렴한 주유소 풍경 / 사진=연합뉴스 (포인트경제)

5일(현지시간) 뉴욕상품거래소에서 4월 인도분 서부텍사스산원유(WTI) 선물 종가는 배럴당 81.01달러로 전장 대비 8.51% 상승했다. 2024년 7월 이후 약 1년 8개월 만의 최고치다.

같은 날 ICE선물거래소에서 5월 인도분 브렌트유 선물 가격도 배럴당 85.41달러로 4.93% 올랐다.

▲ 호르무즈 긴장에 국제유가 급등

이란이 호르무즈 해협 인근 걸프해역에 정박 중이던 유조선을 공격했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원유 공급 차질 우려가 급격히 확대됐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이라크 바스라주 호루 알주바이르 항구 인근에 정박한 유조선이 폭발로 파손됐다고 전해졌다. 이란 이슬람혁명수비대(IRGC)는 걸프해역 북부에서 미국 유조선을 공격했다고 주장했다.

특히 세계 원유와 액화천연가스(LNG) 수송량의 약 20%가 통과하는 호르무즈 해협이 사실상 봉쇄 상태에 들어가면서 공급 불안이 커졌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미국과 이스라엘의 이란 공습 이후 세계 5위 산유국인 이라크의 원유 생산량이 절반 이하로 감소했다고 보도했다. 투자은행 JP모건은 호르무즈 해협 봉쇄가 지속될 경우 이라크와 쿠웨이트 원유 공급이 며칠 내 중단될 수 있으며, 분쟁 8일째에는 하루 최대 330만 배럴의 공급이 차단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여기에 중국 정부가 정제 석유제품 수출을 일시 중단하도록 주요 정유사에 구두 지시를 내렸다는 보도도 유가 상승 압력을 키웠다.

▲ 국내 기름값 빠른 상승...정부, 유류 가격 관리 검토

국제유가 상승은 국내 석유제품 가격에도 즉각 반영되고 있다.

한국석유공사 유가정보시스템 오피넷에 따르면 5일 기준 전국 평균 휘발유 가격은 리터(L)당 1840.5원으로 하루 만에 63원 상승했다. 전국 평균 휘발유 가격이 1천800원을 넘어선 것은 2022년 8월 이후 약 3년 7개월 만이다.

경유 가격도 L당 1839.8원으로 하루 사이 111원 급등하며 2022년 12월 이후 처음으로 1천800원선을 돌파했다.

서울의 경우 휘발유 평균 가격이 1891.1원, 경유는 1897.6원까지 올라 1천900원선에 근접했다.

통상 국제유가 변동은 2~3주 시차를 두고 국내 가격에 반영되지만, 이번에는 지정학적 불안에 따른 시장 심리가 반영되면서 시차 없이 가격이 상승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이재명 대통령은 전날 청와대에서 열린 임시 국무회의에서 “객관적인 공급 차질이 발생하지 않았는데도 가격이 급등하고 있다”며 대응 방안을 주문했다. SNS를 통해서는 "담합 가격조작은 대국민 중대범죄로 대가가 얼마나 큰 지 곧 알게 될 것"이라며, 가격 질서를 어지럽히는 정유업계에 일침을 날렸다.

이재명 대통령이 청와대에서 열린 임시 국무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 사진=뉴시스 (포인트경제)
이재명 대통령이 청와대에서 열린 임시 국무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 사진=뉴시스 (포인트경제)

정부는 주유소 판매 가격을 일정 수준 이상으로 올리지 못하도록 하는 ‘최고가 지정제’ 도입 가능성을 포함해 행정 조치를 검토 중이다.

다만 정유업계에서는 현실적으로 가격 통제가 쉽지 않다는 입장이다. 국내 주유소 대부분이 자영업 형태로 운영돼 정유사가 소매 가격을 직접 통제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주유소 판매 마진은 통상 4~5% 수준으로 알려졌다.

시장에서는 중동 정세가 단기간에 안정되기 어렵다는 점에서 국제유가 변동성이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 유가 충격에 금리 인하 전망도 흔들

국제유가 상승은 글로벌 통화정책 전망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JP모건은 최근 보고서에서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의 올해 기준금리 인하 전망을 기존 1회에서 0회로 낮췄다. 지난해 12월을 마지막으로 금리 인하 사이클이 종료됐다는 판단이다.

이는 유가 상승이 인플레이션을 자극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실제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내부에서도 물가 전망이 상향 조정된 것으로 나타났다.

다른 주요 투자은행들은 연내 1~3회 금리 인하 전망을 유지하고 있지만, 대부분 하반기 이후로 시점을 늦추고 있다. 유가 상승이 장기화될 경우 금리 인하 여건이 더욱 제한될 가능성이 제기된다.

미국 정부 역시 에너지 가격 상승에 대응하기 위해 대책 마련에 나섰다. 백악관은 휘발유 가격 안정을 위해 유조선 보호, 에너지 운송 보험 지원, 휘발유세 일시 유예 등의 방안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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