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임경제] 현대자동차(005380)와 기아(000270)가 로봇 사업을 기술 전시 단계에서 실제 산업 시장으로 옮기기 시작했다. 핵심은 소형 모바일 로봇 플랫폼 '모베드(MobED)'다. 차량 플랫폼을 기반으로 성장해온 완성차 기업이 로봇 분야에서도 플랫폼 전략을 꺼내 들었다는 점이 이번 움직임의 본질이다.
현대차·기아는 최근 서울 코엑스에서 열린 2026 스마트공장·자동화산업전(AW2026)에서 모베드의 국내 상용화를 공식화했다. 동시에 부품사, 로봇 솔루션 기업, 관련 기관이 함께 참여하는 협력 체계인 '모베드 얼라이언스(MobED Alliance)' 출범도 발표했다.
이는 로봇을 하나의 제품으로 판매하기보다는 산업 현장에서 바로 활용 가능한 서비스 형태로 공급하려는 구조다. 자동차 산업에서 완성차 기업이 부품사·서비스 기업과 공급망을 구축하듯, 로봇 역시 플랫폼을 중심으로 생태계를 형성하겠다는 전략으로 읽힌다.

모베드는 현대차·기아 로보틱스랩이 개발한 소형 모바일 플랫폼이다. 외형만 보면 바퀴가 달린 이동 장치에 가깝지만, 설계의 핵심은 바퀴 구조에 있다.
네 개의 바퀴는 각각 독립적으로 구동되는 DnL(Drive-and-Lift) 메커니즘을 기반으로 움직인다. 여기에 편심 구조가 결합돼 노면 변화에 따라 높이와 각도를 조절한다. 배수로, 턱, 경사로처럼 일반 자율주행 로봇이 어려움을 겪는 환경에서도 안정적으로 이동할 수 있도록 설계됐다.
현대차·기아가 강조하는 지점은 이동 성능 자체보다 확장성이다. 플랫폼 상단에 '탑 모듈(Top Module)'을 결합하는 방식으로 다양한 용도를 구현할 수 있기 때문이다. 물류 배송, 순찰용 드론 스테이션, 광고 사이니지, 연구용 장비 등 산업 환경에 맞는 기능을 얹는 구조다.
이 접근 방식은 자동차 산업의 플랫폼 전략과 닮아 있다. 동일한 기반 구조 위에 다양한 차종을 파생시키는 것처럼, 모베드 역시 동일 플랫폼 위에 산업별 로봇 서비스를 얹는 구조다.

모베드 얼라이언스는 네 개 축으로 구성된다. 현대차·기아 로보틱스랩이 플랫폼과 핵심 기술을 맡고, 국내 부품사가 센서·전장·배터리 등 주요 부품 공급을 담당한다. 로봇 솔루션 기업은 산업 현장에 맞는 서비스를 설계하고 구축하는 역할을 맡는다. 여기에 관련 협회와 기관이 실증과 도입 환경을 지원한다.
현재 참여 기업만 봐도 구조가 명확하다. 현대트랜시스와 SL 등 자동차 부품 기업이 기술 기반을 담당하고, LS티라유텍과 가온로보틱스 같은 로봇 솔루션 기업이 현장 적용을 맡는다. 한국AI·로봇산업협회 등 기관은 실증과 산업 확산을 지원한다.
로봇 산업의 특징은 기술보다 적용 환경에서 승부가 갈리는 경우가 많다는 점이다. 제조 공장, 물류 시설, 공공 인프라 등 현장마다 요구 조건이 다르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로봇 기업 상당수가 하드웨어 기술력을 확보하고도 실제 사업화 단계에서 어려움을 겪어왔다.
현대차·기아가 선택한 방식은 이 문제를 구조적으로 해결하려는 시도다. 플랫폼을 중심으로 역할을 나누고, 각 분야 전문 기업을 연결하는 방식이다.

모베드는 이미 글로벌 무대에서 기술력을 인정받은 사례가 있다. 올해 초 열린 CES 2026에서 로보틱스 부문 최고혁신상을 수상했다. 하지만 전시회 수상과 산업 현장 적용 사이에는 상당한 간극이 존재한다. 실제 산업 시장에서는 안정적인 운용, 유지 관리, 서비스 구조가 갖춰져야 한다.
이번 얼라이언스 출범은 바로 그 단계로 넘어가려는 움직임으로 해석된다. 현대차·기아는 모베드를 B2B와 B2G 시장 중심으로 공급할 계획이다. 산업 현장과 공공 인프라가 초기 시장이 될 가능성이 크다.
AW2026 전시장에서는 양산형 모베드 모델도 처음 공개됐다. 실제 야외 환경을 모사한 구조물을 통해 험로 주행과 자율주행 성능을 시연하는 공간도 마련됐다. 배수로와 연석, 경사 구조를 통과하는 장면을 통해 플랫폼의 이동 능력을 직접 보여주는 방식이었다.
현동진 현대차·기아 로보틱스랩장(상무)은 "글로벌 무대에서 혁신성을 인정받은 모베드가 이번 얼라이언스를 통해 한 차원 더 뛰어난 로봇 솔루션으로 거듭나게 됐다"며 "현대차·기아는 핵심 파트너사들과 국내 로봇 산업의 경쟁력을 높이고 피지컬 AI 생태계 확장에 앞장설 것이다"라고 말했다.

현대차그룹은 최근 몇 년간 로보틱스 분야에 꾸준히 투자해왔다. 보스턴다이나믹스 인수 이후 로봇 사업은 그룹의 미래 전략 중 하나로 자리 잡았다. 모베드는 그 전략이 산업 현장에 연결되는 첫 플랫폼으로 볼 수 있다. 차량 기술에서 축적된 구동, 제어, 전장 기술을 이동형 로봇 플랫폼에 적용했다는 점도 특징이다.
자동차 기업이 로봇을 연구하는 이유는 단순히 새로운 사업을 찾기 위해서만은 아니다. 물류, 제조, 도시 인프라 같은 영역이 자동화될수록 이동 플랫폼 기술의 중요성이 커지기 때문이다.
결국 모베드는 자동차 산업이 로봇 산업으로 확장되는 과정에서 등장한 하나의 실험에 가깝다. 플랫폼 중심 구조와 협력 생태계 모델이 실제 시장에서 작동할 수 있는지 시험대에 오른 셈이다. 현대차·기아가 모베드를 통해 만들려는 것은 새로운 로봇 제품 하나가 아니다. 산업 현장에서 활용되는 이동형 플랫폼의 표준을 선점하려는 시도에 가깝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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