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D포커스] 중동에서 쏘아 올린 ‘환율 1500원’…환투기 경계 속 ‘IMF 기시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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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일리 = 최주연 기자] 미국·이스라엘과 이란 간 무력 충돌로 달러화 가치가 급등하면서 원/달러 환율이 야간 거래에서 장중 한때 심리적 저항선인 1500원을 돌파했다. 과거 국제통화기금(IMF) 당시 환율 급등 과정에서 투기성 자금 유입이 시장 불안을 키웠다는 사실이 상기되면서 환투기 가능성에 대한 우려도 커지고 있다.

4일 김정식 연세대 경제학부 명예교수는 <마이데일리>와 통화에서 “심리적 마지노선인 1500원을 넘어섰다는 것은 환율 상승 시그널로 시장에서 작동할 수 있다”면서 “이제는 환투기 세력도 달려들 수 있는데, 심리적인 제한선이 뚫렸기 때문에 1900원까지 상승 가능성도 열렸다고 본다”고 우려했다.

오후 2시 13분 원/달러 환율은 전 거래일보다 0.30원(0.02%) 오른 1480.30원에 거래되고 있다. 환율은 1470원 후반~1480원 초반에서 횡보하고 있다.

앞서 환율은 이날 새벽 야간 거래에서 뉴욕증시 개장 직후인 한국 시간 0시 5분께 1500원을 넘어섰고, 한때 1506원 부근까지 치솟다가 1490원선 아래로 되돌아왔다. 이후 상승폭을 일부 반납해 오전 2시 기준 1485.7원에 거래를 마쳤다

원/달러 환율 2008년 1월 1일부터 2026년 3월 3일까지 추이 /자료=한국은행

환율이 1500원을 상회한 것은 2009년 3월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17년만이다. 이번 급등은 중동 확전 우려와 맞물린 달러화 강세가 직접적인 배경으로 꼽힌다. 이란이 호르무즈 해협 봉쇄를 선언하면서 국제유가 급등 가능성이 부각됐고, 안전자산 선호 심리가 강화되며 달러화 가치가 빠르게 상승했다.

주요 6개 통화 대비 달러 가치를 나타내는 달러인덱스(DXY)는 99선까지 오르며 2거래일 연속 강세를 이어갔다. 글로벌 안전자산 선호가 확대되면서 유로화·엔화 등 주요 통화도 달러 대비 약세를 나타냈다. 상대적으로 변동성이 큰 신흥국 통화는 낙폭이 더 컸고, 원화 역시 그 흐름에서 자유롭지 못했다.

시장에서는 과거 1997년 외환위기 당시를 떠올리는 목소리도 나온다. 당시 급격한 환율 상승 과정에서 환차익을 노린 투기성 자금이 유입되며 외환시장 불안이 가중됐고, 이는 결국 IMF 구제금융 체제로 이어졌다. 원/달러 환율은 1997년 12월 1995원까지 치솟으며 사상 최고치를 기록한 바 있다. 당시 환투기 세력 유입 시점은 1500원이었다.

이와 관련해 오정근 한국금융ICT융합학회장은 “1997년 외환위기 당시 환율이 1500원까지 올라서니까 하루 만에 1700원, 며칠 뒤에 1900원까지 도달하면서 외환 위기가 왔었다”면서 “외환 이탈 문제가 심각하게 제기될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과거와 같은 외환위기가 발발하지 않더라도 전문가는 한국 경제를 위기 상황으로 진단했다. 오 회장은 “다행히 한국이 과거 금융시스템과는 다르고 가령, 국민연금의 해외 투자 규모만 5000억달러이기 때문에 외환위기까지 갈 상황은 아니라고 본다”면서도 “앞으로 외환시장에서 달러 부족 현상이 심화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 서킷브레이커 발동 19개월 만…스태그플레이션 진입 전망도

이번 중동 사태로 증시가 먼저 반응했다. 오후 2시 22분 기준 코스피는 전 거래일보다 578.81포인트(9.99%) 하락한 5213.10에 거래되고 있다. 코스닥은 142.18포인트(12.50%) 내린 995.52를 기록했다. 한국거래소는 오전 한때 코스피‧코스닥 시장에 동시에 서킷브레이커를 발동했다. 코스피 시장에서 서킷브레이커가 발동된 것은 19개월만으로 역대 7번째다.

이와 관련해 김 교수는 “원화 가치가 급락하면 외국인 투자자들이 빠져나갈 것이고 환차손으로 미국 주식 투자의 수익이 더 높으니까 국내 투자자들도 한국 주식 시장에서 자금을 빼는 것”이라면서 “한편으론 한국 경제 불확실성이 커지니까 주가가 빠진다고 볼 수 있다”고 분석했다.

다만 이 같은 시나리오는 중동 사태에서 촉발된 것이기에 사태가 안정화 되면 우려 상황을 모면할 수 있다. 환율이 1500원 이상에서 장기간 유지될 경우 나타날 수 있는 경제 충격이 현실화되지 않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장기화 되면 올해 성장률도 하향 조정될 수 있다. 한국은행은 올해 반도체 가격 상승과 수출 증대로 2% 성장을 전망했다. 오 회장은 “지난해 겨우 1% 성장하고 올해 2% 성장이 전망됐는데 중동 사태 때문에 1.5% 중반대까지 떨어질 수 있다”고 내다봤다.

환율 상승에 따른 물가 상승과 충돌하면서 스태그플레이션으로 진입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경기 침체와 물가 상승이 동시에 나타나는 현상을 의미한다.

그는 “성장률은 떨어지고 물가는 올라가는 상황이 벌어질 수 있다”면서 “경제학자들이 가장 개선시키기 힘들다고 진단하는 상황이 바로 ‘스태그플레이션’이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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