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대스트리트북스] 수거함의 헌 옷, 재활용될까 쓰레기일까

마이데일리

책 만드는 사람들은 출판업계를 ‘홍대 바닥’이라고도 말합니다. 이곳에 많은 출판사가 모여 있기 때문입니다. 문화 예술의 거리로 불리우던 홍대의 옛 정취도 지금은 많이 사라졌지만, 여전히 의미 있는 책의 가치를 전하고 싶습니다. 홍대 바닥에서 활동 중인 여섯 명의 출판인이 돌아가며 매주 한 권씩 책을 소개합니다.

[북에디터 이미연] 우리 집 작은 방에 안 쓰는 의자 하나가 있다. 그 위에 안 입는 옷을 차곡차곡 개어 놨는데, 한동안 버리지 않았더니 산처럼 솟았다.

옷을 잘 사지 않는 편인데도 버릴 옷은 늘 나왔다. 낡고 헤지거나 색이 바래서 버릴 만하다 싶은 옷도 있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가 대부분이다.

살이 쪄서 안 맞는 옷, 반대로 살이 빠져서 안 맞는 옷, 크기를 잘못 고른 옷, 나와 어울리지 않아 안 입는 옷. 옷장을 정리하다 보니 양도 꽤 많았다. ‘헌 옷 수거함에 넣어야지’ 했는데, ‘다 들어갈까’ 걱정하는 수준이 됐다.

수거함에 넣은 옷은 어디로 갈까? 잘 재활용되어 중고의류 판매점에 진열될까? 실은 그대로 버려지진 않을까?

안타깝게도 후자일 것 같다. 주위를 아무리 둘러봐도 중고의류 판매점은 손에 꼽고, 너무도 저렴한 새 옷은 곳곳에 널려 있다. 게다가 말짱한데 버려지는 옷도 너무 많다.

<헌 옷 추적기>를 쓴 박준용, 손고운, 조윤상 저자(프로젝트팀)는 다음 세 이유로 버려진 옷의 경로를 탐사했다.

첫째, 한국이 세계 헌 옷 수출 4위 국가(2023년 유엔 국제 무역 통계)라는 점, 둘째, 국내 헌 옷의 이동 경로는 실제로 밝혀진 자료가 거의 없다는 점, 셋째, 선진국의 헌 옷은 개발도상국에 가서 환경오염을 유발한다고 알려져 있다는 점이다.

프로젝트팀은 보도 목적에 맞는 추적 장치를 만들고, 이를 헌 옷에 부착해 이동 경로를 따라가 봤다. 이 프로젝트로 보낸 헌 옷 153벌 중 60퍼센트 정도인 93벌이 국외에서 발견되었거나 국외로 나갈 예정이었다.

서울 마포구 공덕동에서 의류 수거함에 버린 바지는 말레이시아 조호르주로, 운동화는 볼리비아로, 서울 도봉구의 수거함에 넣은 티셔츠는 인도네시아로 갔다.

서울 송파구의 수거함에 넣은 스웨터는 인도 파니파트로 갔다. 스웨터를 포함해 9벌이 파니파트에서 발견됐다. 단일 도시로는 가장 많은 수라고 한다.

파니파트는 섬유로 재활용하는 산업이 가장 발달한 곳으로 ‘헌 옷의 수도’라고 불린다. 파니파트로 하루 250톤의 옷이 들어온다.

하지만 세계적인 의류 재활용 도시에서도 옷들은 온전히 재활용되지 못했다. 프로젝트팀은 파니파트 공터에서 옷을 태우는 광경을 목격했다. 버려진 옷들은 결국 쓰레기 산이 되었고, 불에 타버렸다.

책을 읽기 전에 이미 예상한 최후였지만 읽을수록 착잡했다. 특히 3부 당신들의 비윤리와 4부 모두의 책임 부분을 읽으면서는 반성도 했다.

패스트패션 기업이 내세우는 ‘재활용, 친환경’ 정책은 성립조차 되지 않는 말이라고 꼬집었다. 하기야, 빠르게 만들어서 빠르게 소비한다는 것과 환경을 위해 다시 쓴다는 말이 어떻게 짝이 될 수 있겠는가.

다시 처음으로 돌아가, 작은 방 의자 위에 쌓인 옷더미가 눈에 들어온다. 마치 헌 옷 쓰레기 산처럼 보인다. 헌 옷 수거함에 넣으면 어딘가에서 잘 활용될 것이라는 기대를 버렸다. 아아, 이제 저 옷들을 어쩌면 좋을까. 고민이 깊다.

|이미연. 출판업계를 뜰 거라고 해 놓고 책방까지 열었다. 수원에 있지만 홍대로 자주 소환된다. 읽고 쓰는 일을 사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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