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위크=이영실 기자 박찬욱 감독의 ‘어쩔수가없다’가 북미 누적 흥행 수익 1,000만 달러(한화 약 146억원)를 돌파했다. 박찬욱 감독 작품 가운데 북미 최고 흥행 기록이다. 단순한 기록 경신을 넘어 북미 시장에서 자막 영화의 확장 가능성을 다시 짚게 하는 성과다.
‘어쩔수가없다’는 지난해 12월 25일 일부 극장에서 먼저 개봉한 뒤, 지난 1월 16일 695개 극장으로 상영관을 늘렸다. 북미 시장에서는 자막 영화가 제한 상영으로 시작해 관객 반응을 보며 상영관을 넓혀가는 방식이 적지 않다. 평단 평가와 관객 반응 역시 상영 규모 확대에 영향을 미치는 요소로 작용한다.
이 같은 흐름 속에서 ‘어쩔수가없다’는 확대 개봉 당일 북미 박스오피스 9위에 올랐다. 이후 누적 수익 1,000만 달러를 넘어섰다. 이는 박찬욱 감독의 종전 최고 기록이었던 ‘올드보이’의 240만 달러와 비교해도 네 배 이상 높은 수치다. 단순 기록 경신이 아니라 북미 내 흥행 규모 자체가 달라졌음을 확인하는 지점이다. 배급을 맡은 CJ ENM 측도 이번 성과를 북미 시장 확장의 신호로 평가했다.
흥행 요인은 복합적이다. 우선 해고된 가장의 생존기를 블랙코미디와 스릴러 문법으로 풀어낸 서사가 보편적 공감대를 자극했다. 사회 구조 속 개인의 불안을 전면에 배치한 서사는 북미 관객에게도 낯설지 않은 소재다. 지역적 특수성보다 현대 사회의 공통된 위기를 다룬 점이 확장성을 확보한 배경으로 읽힌다.
주연배우 이병헌의 존재감도 관객의 발걸음을 극장으로 이끈 이유로 꼽힌다. 다수의 할리우드 프로젝트와 넷플릭스 ‘오징어 게임’ 시리즈를 통해 쌓아온 인지도로 북미 관객의 신뢰를 얻었다. 여기에 박찬욱 감독 특유의 미장센과 장르적 긴장감이 결합되면서 ‘감독 브랜드 영화’로서의 기대치를 충족시켰다는 평가다. 로튼 토마토 역시 97%로 높은 평점을 유지하고 있다.
북미 시장에서 한국 영화의 존재감을 다시 확인시킨 성과기도 하다. 봉준호 감독의 ‘기생충’ 이후 비영어권 영화에 대한 관심은 높아졌지만, 모든 작품이 같은 흐름을 만든 것은 아니다. ‘어쩔수가없다’는 자막 영화로서는 드문 성적을 기록하며 특정 팬층을 넘어 일반 관객까지 확장시켰다는 점에서 의미가 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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