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품·유통업계, 중동 정세 혼란에 신시장 확장 전략 차질 ‘노심초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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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이 이란에 대해 군사공격이 진행 중인 가운데 지난달 28일 이란 테헤란에서 폭발이 발생한 뒤 연기가 피어오르고 있다. /뉴시스

[마이데일리 = 이호빈·방금숙 기자] 미국·이스라엘과 이란 간 무력 충돌이 격화되며 호르무즈 해협 봉쇄 가능성 부각에 식품·유통업계 전반에 긴장감이 확산되고 있다.

호르무즈 해협은 이란 영해와 오만 사이에 위치하며, 이란이 통제하는 페르시아만 출구다. 전 세계 원유 해상 물동량의 약 20%가 통과하는 핵심 수송로다.

3일 식품·유통업계에 따르면 이번 이란 사태가 장기화될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중동 수출을 확대해온 기업은 대응 시나리오를 점검하고 있다. 현재까지 직접적인 사업 차질은 제한적이지만, 유가 상승과 환율 변동, 운임 인상이 현실화할 경우 수익성과 투자 계획 전반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분석이다.

가장 큰 변수는 국제 유가다. 호르무즈 해협 봉쇄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서부텍사스산원유(WTI)와 브렌트유 가격이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국내 수입 중동산 원유 역시 상당 부분이 이 구간을 지난다.

한국무역협회 관계자는 “해협 봉쇄 시 해상 운임이 최대 50~80% 상승할 수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며 “육로 운송과 통관 절차로 운송 기간도 3∼5일 늘어날 수 있다. 과거 해당 지역에서는 보험료가 최대 7배까지 할증된 사례도 있다”고 말했다.

에너지 가격 상승은 식품기업 원가 구조에 직격탄이다. 밀(원맥), 설탕(원당) 등 주요 원재료를 수입에 의존하는 구조에서 유가 상승은 제조·가공 비용과 내륙 운송비를 동시에 끌어올린다. 환율까지 상승하면 마진 방어가 쉽지 않다.

또다른 문제로 이제 중동은 K-푸드의 핵심 성장 축으로 급부상했다.

삼양식품은 할랄 인증 불닭볶음면을 앞세워 아랍에미리트(UAE), 사우디아라비아, 쿠웨이트 등 중동 10여개국에서 지난해 약 660억원 매출을 기록했으며 올해 800억원을 목표로 하고 있다. 2021년 현지 유통업체 사르야 제너럴 트레이딩과 독점 공급 업무협약을 체결한 이후 해당 파트너를 통해 수출을 확대해왔다. 이란은 현재 수출 대상국에 포함돼 있지 않다.

삼양식품 관계자는 “현재 진출국에 이란은 없고, 재고도 일정 수준 확보돼 있어 단기적인 차질은 제한적”이라면서도 “만약 해협이 봉쇄될 경우 오만 항로로 우회하거나 해상·육상 복합 운송 서비스를 활용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제품 특성상 유통기한이 비교적 길어 재고 관리 측면에서 일정 부분 대응 여력은 있는 상황”이라면서도 “다만 전쟁 여파로 중동 운항 노선이 중단될 경우 유럽 노선 선복에도 영향을 미쳐 선복 감소와 해상 운임 상승 등 추가적인 비용 부담이 발생할 가능성은 배제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농심 역시 할랄 인증 신라면을 중심으로 최근 5년간 중동 매출이 연평균 약 12% 성장했으며, 올해는 전년 대비 50% 이상 확대를 목표로 삼았다. 동원F&B도 양반김·김부각을 앞세워 UAE, 카타르, 이집트, 쿠웨이트까지 수출 범위를 넓히며 중동 시장 공략에 속도를 내왔으나, 장기화 시 전략 수정 가능성이 거론된다.

이재현 CJ그룹 회장이 압둘라 알 하마드 UAE 국립 미디어 오피스 의장과 만나 사업 전략을 논의했다. /CJ그룹

중동을 미래 거점으로 키워온 유통 대기업도 긴장하고 있다. CJ그룹은 중동을 미래 성장 거점으로 삼고 사업 기반을 확대해왔다. 이재현 회장은 지난해 UAE를 방문해 현지 정부 및 기업과 식품·문화·유통 분야 협력 방안을 논의했다.

CJ그룹 관계자는 “현재 이란에 공장을 두고 있거나 직접적으로 사업을 영위하고 있는 상황은 아니어서, 현 시점에서는 특이 사항은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당장 그룹 차원에서 직접적인 영향이 발생한 부분은 없다”고 설명했다.

다만 그는 “분쟁이 미국과 이란 간 국지전에 그치지 않고 주변국으로 확산될 경우에는 내부적으로도 예의주시할 필요가 있다”며 “사태 확산 여부에 따라 상황을 면밀히 점검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GS리테일은 사우디아라비아를 중심으로 편의점 사업 진출 가능성을 타진해왔으며, 마스터 프랜차이즈 방식이 거론됐다. SPC그룹이 운영하는 파리바게뜨 역시 중동·아프리카 12개국 진출을 목표로 할랄 인증 제품 확대와 현지 맞춤형 전략을 강화해왔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이번 사태가 단기적인 충격에 그칠지, 아니면 중동 전략 전반을 다시 점검해야 하는 국면으로 이어질지는 조금 더 지켜봐야 한다”며 “유가·환율·물류비가 동시에 흔들리는 상황이 장기화하면 K-푸드와 K-뷰티의 중동 확장 속도 역시 조정이 불가피할 수 있다”고 말했다.

정부는 대응 체계를 가동했다. 농림축산식품부는 환율·유가 변동에 따른 농식품 수출, 사료 등 농기자재 공급망, 국제 곡물 가격 변동 가능성을 점검하고 있다.

송미령 농식품부 장관은 “농업 및 식품 산업에 피해가 발생하지 않도록 관계부처와 긴밀히 협력해 상황을 파악하고, 즉각 대응할 수 있도록 현장을 면밀히 살피겠다”고 밝혔다.

K-뷰티 업계 역시 상황을 주시하고 있다. 중견 화장품사 관계자는 “전쟁이 발발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구체적인 변화는 없다”며 “중동은 매출 비중이 아직 크지 않아 당장 영업에 지장은 없다”고 말했다. 다만 그는 “해협 봉쇄가 장기화하면 유럽행 물류까지 차질이 생길 수 있고, 고유가가 지속될 경우 수출 경쟁력 약화로 이어질 가능성도 있다”고 우려했다.

여행업계는 즉각 대응에 들어갔다. 하나투어 관계자는 “두바이 등을 경유하는 노선에 대해 대체 항공편을 준비하고 있고 해당 지역 상품 운영 중단도 검토 중”이라며 “현지 체류 고객의 안전 관리와 비용 처리 문제도 논의하고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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