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위크=이영실 기자 지난해 한국영화 시장은 외형을 방어했을 뿐, 내부 체력이 약화됐다. 1조원 매출·1억명 관객은 지켜냈지만 산업 전반의 불안 신호는 뚜렷해졌다. 2026년 상반기 흥행이 회복 흐름으로 이어질 수 있을지 주목된다.
27일 영화진흥위원회가 발표한 ‘2025년 한국 영화산업 결산’에 따르면, 지난해 전체 극장 매출은 1조470억원, 관객 수는 1억609만명이다. 2022년 이후 4년 연속 매출 1조원·관객 1억명 선은 유지했지만, 전년 대비 각각 12.4%, 13.8% 감소하며 2년 연속 하락세를 기록했다.
특히 한국영화의 위축이 두드러졌다. 2025년 한국영화 매출은 4,191억원, 관객 수는 4,358만명으로 전년 대비 약 39% 급감했다. 점유율은 40%까지 떨어졌다. 팬데믹을 제외하면 2012년 이후 처음으로 ‘천만 영화’가 나오지 않은 해로도 기록됐다. 이는 단순한 흥행 부진을 넘어 제작·투자 생태계 위축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에서 더 무겁다. 실제로 상업영화 평균 추정수익률은 –33.1%로 악화됐다.
반면 외국영화는 매출 6,279억원으로 24.7% 증가하며 점유율 60%를 기록했다. ‘주토피아 2’가 연간 흥행 1위를 차지했고, 일본 애니메이션 ‘극장판 귀멸의 칼날: 무한성편’은 국내 개봉 일본영화 최고 흥행 기록을 세웠다. 애니메이션과 글로벌 IP가 극장을 견인하며 소비 중심축이 이동하는 흐름이 확인됐다.
관객은 줄었지만 소비는 더 선명해졌다. 특수상영 매출이 1,110억원으로 전년 대비 46.3% 급증했다. IMAX·4DX 등 프리미엄 상영관 확대와 대형 IP 콘텐츠 결합 효과가 영향을 미쳤다. 평균 관람요금은 9,869원으로 소폭 상승했지만 1인당 연간 평균 관람횟수는 2.08회로 줄었다. 관객은 극장을 덜 찾지만, 대신 ‘극장에서만 볼 가치가 있는 작품’에 집중하는 경향이 강화됐다.
황재현 CGV 전략지원담당은 “지난해 박스오피스 상위권 작품 다수가 특별관에서 강세를 보였다”며 “집이나 모바일로 대체하기 어려운 체험형 콘텐츠에 관객이 지갑을 여는 경향이 뚜렷해졌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왕 한 편을 본다면 더 가치 있게 소비하겠다는 성향이 극장 관람에도 반영되고 있다”고 덧붙였다.
◇ 2026년, 반등의 분수령
이러한 흐름 속에서 2026년 상반기 한국영화의 흥행은 시장 회복 여부를 가를 분수령으로 읽힌다. 2월 개봉한 ‘왕과 사는 남자’는 손익분기점(약 260만명)을 넘어 670만명을 돌파했고, ‘휴민트’ 역시 160만명대를 넘어서며 꾸준히 관객의 선택을 받고 있다. 두 작품은 서로 다른 장르적 기반과 감독·배우에 대한 신뢰를 바탕으로 각기 다른 관객층을 흡수한 것으로 보인다.
‘왕과 사는 남자’는 역사극이라는 친숙한 장르와 설 연휴 개봉 효과를 바탕으로 가족 관객을 중심으로 장기 흥행 흐름을 만들었고, ‘휴민트’는 류승완 감독의 장르적 브랜드와 캐스팅 기대감에 힘입어 개봉 전부터 예매율 1위를 기록하며 장르 관객층의 선호가 집중되는 양상을 보였다.
이는 단순한 흥행 성공을 넘어 투자 심리 회복과 제작 활성화로 이어질 수 있는 신호로 읽힌다. 2025년 상업영화 수익률 악화로 위축됐던 제작·투자 환경이 2026년 들어 일부 완화 조짐을 보인다면, 산업 구조 역시 점진적 회복 국면에 진입할 가능성이 있다.
황재현 전략지원담당은 “‘왕과 사는 남자’와 ‘휴민트’의 성과는 특정 작품의 성공을 넘어 극장 관람 경험의 가치를 재확인한 사례”라며 “이 분위기가 유지된다면 올여름 개봉하는 대형 제작비 영화는 물론 코미디·가족극 등 다양한 장르에도 긍정적 영향을 줄 수 있다”고 내다봤다.
관건은 단발성 흥행이 아닌, 지속 가능한 제작·투자 구조로의 전환이다. 중급 예산 영화의 안정적 성과, 장르 다양성 확보, 흥행 규모의 다층화가 동시에 이뤄질 때만 선순환 구조로 전환할 수 있다. 영화진흥위원회 결산이 보여준 2025년의 수치는 경고였다. 2026년이 그 경고를 전환점으로 만들 수 있을지, 한국영화는 지금 시험대에 서 있다.
| 총 관객수 및 매출액(연도별) | |
|---|---|
| 2026.02.27 | 영화진흥위원회 영화관입장권 통합전산망 |
| 2025 한국 영화산업 결산 발표 | |
|---|---|
| 2026.02.27 | 영화진흥위원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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