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위크=김두완 기자 같은 금품 수수 사건에서 법원이 서로 다른 결론을 내렸다. 통일교 측이 전달한 샤넬 가방과 목걸이의 법적 성격을 두고 한 재판부는 일부 무죄를 선고했고, 다른 재판부는 공모를 전제로 중형을 선고했다. 동일한 사실관계를 공유한 사건에서 청탁의 존재와 인식, 공모 범위에 대한 판단이 엇갈리면서 김건희 씨 사건 항소심은 단순한 형량 문제가 아니라 법리 기준 자체를 다시 세우는 시험대가 됐다.
◇ 같은 샤넬 가방… 전달자 ‘청탁 대가’, 수수자 ‘입증 부족’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3부(이진관 부장판사)는 지난 24일 ‘건진법사’ 전성배 씨에게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알선수재 혐의로 징역 6년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당시 통일교 측이 윤석열 대통령 당선 이후 정부 협조를 기대하며 금품을 제공했고, 전씨가 이를 김건희 씨에게 전달하며 청탁을 알선한 것으로 판단했다. 특히 2022년 4월 7일 전달된 샤넬 가방부터 이미 청탁을 전제로 한 금품 수수였다고 봤다. 이는 앞서 김건희 씨 1심 판결(이하 김건희 판결)이 같은 날 전달된 샤넬 가방에 대해 청탁 입증이 부족하다며 무죄로 판단한 것과 정면으로 충돌하는 대목이다.
이날 건진법사 판결에서 김건희 판결과 엇갈린 첫 번째 쟁점은 샤넬 가방의 법적 성격이다. 김건희 판결은 당시 통화 내용과 정황만으로는 청탁을 전제로 한 금품 수수라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반면 건진법사 판결은 대선 직후 권력 이행기 상황과 통일교 측의 기대, 이후 이어진 요청 등을 종합할 때 이미 청탁 관계가 형성돼 있었다고 봤다. 같은 시점, 같은 물건이 한 법원에서는 ‘청탁 입증 부족’으로, 다른 법원에서는 ‘청탁의 시작’으로 판단된 것이다.
두 번째 쟁점은 ‘묵시적 청탁’을 어디까지 인정해야 하는지가 문제다. 건진법사 판결은 명시적 청탁 표현이 없더라도 금품 전달 당시의 관계와 이후 이어진 접촉, 요청 정황 등을 종합해 청탁이 존재했다고 판단했다. 반면 김건희 판결은 동일한 시점에 대해 구체적인 청탁 인식이 입증됐다고 보기 어렵다고 봤다. 알선수재죄에서 묵시적 청탁은 판례상 인정되는 개념이지만 같은 사건에서 적용 범위가 달라진 것은 항소심이 기준을 분명히 해야 할 부분으로 남았다.
세 번째 쟁점은 김건희 씨의 청탁 인식 여부다. 알선수재죄는 금품 수수 자체보다 그것이 공무원 직무 관련 알선을 전제로 이뤄졌다는 인식이 있었는지가 핵심이다. 건진법사 판결은 금품 전달 당시 김 씨가 통일교 측과 연락을 이어가며 관련 요청을 전달받는 구조에 있었다고 판단했다. 반면 김건희 판결은 최소한 2022년 4월 시점에는 그러한 인식이 충분히 입증되지 않았다고 봤다. 같은 사건에서 당사자의 인식 시점과 범위를 다르게 본 것이다.
네 번째 쟁점은 대통령 취임 전, 즉 당선인 시기 금품 수수의 법적 평가다. 건진법사 판결은 당선인 시기라도 청탁이 전제된 금품 수수라면 알선수재가 성립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 이는 권력 이행기 역시 실질적인 영향력이 작동하는 시기로 볼 수 있다는 법적 해석이다. 반면 김건희 판결은 당선인 시기라는 점 자체를 이유로 범죄 성립을 부정한 것은 아니다.
그러나 해당 가방이 청탁을 전제로 한 금품이라는 점이 입증되지 않았다고 판단했다. 같은 당선인 시기 금품을 두고 한 법원은 이미 청탁 관계가 형성된 상태로 본 반면, 다른 법원은 아직 범죄로 평가하기에는 입증이 부족하다고 본 것이다. 따라서 이 또한 당선인 시기 영향력을 어떻게 법적으로 평가할 것인지는 항소심에서 정리될 필요가 있다.
다섯 번째 쟁점은 공모 관계 인정 범위다. 건진법사 판결은 전 씨가 김 씨에게 전달될 것을 전제로 금품을 받았고, 두 사람 사이에 청탁 전달 구조가 형성돼 있었다고 판단했다. 반면 김건희 판결은 통일교 관련 금품 수수 가운데 일부만 유죄로 인정하고 나머지는 무죄로 판단했다. 동일한 전달 경로와 관련자 진술이 존재하는 상황에서 공모가 언제부터 형성됐는지, 어느 범위까지 인정할 것인지가 항소심 판단의 핵심이 될 전망이다.
여섯 번째 쟁점은 형량과 책임 구조의 평가다. 전 씨는 통일교 금품 수수 전반이 유죄로 인정돼 징역 6년을 선고받았고, 김 씨는 일부 금품만 유죄로 인정돼 징역 1년 8개월이 선고됐다. 형량을 단순 비교할 수는 없지만, 동일한 금품 전달 구조에서 전달자에게는 중형이 금품 수수 당사자에게는 상대적으로 낮은 형이 선고됐다. 공모의 성립 시점과 책임 범위를 어디까지 인정할 것인지가 항소심의 핵심 쟁점으로 떠올랐다.
정치권에서는 두 판결의 간극을 문제 삼는 목소리가 이어졌다. 서영교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25일 페이스북을 통해 건진법사가 징역 6년을 선고받은 점을 언급하며 “실제 금품을 받은 당사자는 징역 1년 8개월에 그쳤다”며 형량과 책임 구조의 불균형을 지적했다. 같은 날 진보당 손솔 수석대변인 역시 서면 논평을 통해 동일한 금품 흐름에서 중간 전달자로 지목된 인물이 더 무거운 처벌을 받은 점을 거론하며 “심부름꾼은 6년 몸통은 1년 8개월? 기괴한 판결로 사법정의는 실종됐다”고 비판했다.
김건희 사건 항소심이 다뤄야 할 쟁점은 보다 분명해졌다. 동일한 금품과 동일한 전달 구조를 두고 재판부마다 판단이 엇갈린 만큼 △샤넬 가방의 법적 성격 △묵시적 청탁 인정 기준 △청탁 인식 시점 △당선인 시기 금품 수수의 법적 평가 △공모 관계 범위 △책임 인정 범위와 형량 판단 기준 등을 항소심에서 어떻게 정리할지가 주목된다.
김건희 씨 항소심은 1심 판결에서 우인성 부장판사가 언급한 “옛말에 형무등급(刑無等級), 그리고 추물이불량(趣物而不兩)이라는 말이 있다”고 했던 것처럼, 법을 적용함에 있어 그 대상이 권력자이든 아니면 권력을 잃은 사람이든 예외나 차별 없이 동일한 기준이 적용되고 있는지 스스로 답해야 하는 과정이 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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