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위크=박설민 기자 전 세계 사람들의 가슴을 달궜던 ‘2026 밀라노·코르티나담페초 동계올림픽’이 22일 막을 내렸다. 이번 올림픽에서 한국은 금메달 3개, 은메달 4개, 동메달 3개를 획득해 종합 13위에 올랐다. 특히 대한민국 역사상 최초의 설상종목 금메달, 쇼트트랙 왕좌 탈환 등 눈길을 끄는 이슈도 다수였다.
이 가운데 전 세계인의 주목을 받았던 것은 개최지 이탈리아 ‘알프스 산맥’의 아름다운 자연환경이었다. 알프스 산악 경관으로 펼쳐진 경기는 말 그대로 ‘동계올림픽’임을 실감케 했다. 뿐만 아니라 오는 2030년에도 프랑스 알프스 권역에서 동계올림픽이 열릴 예정이기도 하다.
하지만 동계올림픽의 화려한 영광 뒤엔 씁쓸한 광경이 남아있다. 바로 ‘기후변화’다. 동계올림픽이 열린 이탈리아 코르티나담페초의 알프스산맥은 뜨거워진 날씨로 빙하와 눈이 녹았다. 때문에 전문가들은 머지않은 미래, 지구온난화로 인해 동계올림픽을 더는 볼 수 없는 상황이 올지도 모른다고 경고한다.
◇ 눈이 녹는 알프스, 20년 이내 빙해 50% 사라진다
실제로 이탈리아 동계올림픽과 오는 2030년 프랑스 동계올림픽의 무대인 알프스 산맥은 매년 급격하게 빙하와 눈이 녹고 있다. 국제학술지 ‘네이처(Nature)’에 스위스 취리히 연방공대 수문학 및 빙하학 연구실(VAW)이 지난해 12월 발표한 연구도 관련 내용이 담겨있다.
취리히 공대 연구팀은 유럽 알프스, 북아시아 지역, 코카서스, 아열대 안데스 산맥 등 지역에선 향후 20년 이내 빙하의 50%가 사라질 것으로 예측했다. 작고 빠르게 반응하는 빙하 지역으로 남극과 북극보다 훨씬 기후변화의 영향을 쉽게 받는다는 것이다.
전 세계 산맥으로 확인하면 더욱 상황은 심각하다. 연구팀은 기온이 1.5°C 상승하면 연간 약 2,000개, 4.0°C 상승하면 연간 약 4,000개의 빙하가 전 세계적으로 사라질 것으로 예측했다. 이는 유럽 알프스의 모든 빙하가 단 1년 만에 사라지는 것과 동일한 양이다.
취리히 공대 연구팀은 “현재 글로벌 기후변화 연구진들이 모델링하는 연간 750~800개의 빙하소멸보다 3~5배 높은 수치”라며 “이 최고점을 지나면 연간 소멸 속도는 점차 감소해 세기말에는 연간 700~1,200개의 빙하가 사라질 것”이라고 경고했다.
문제는 알프스와 같은 산악 지역이 지구온난화로 인한 기후변화 가속이 더 빠르다는 점이다. 포츠머스대학교 연구팀이 네이처에 지난해 11월 발표한 연구에 따르면 고도가 높은 산맥에선 ‘고도 의존적 기후변화(EDCC)’라고 부르는 현상이 발생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쉽게 말해 높이가 높은 환경일수록 기후변화가 가속화되는 현상이다.
포츠머스대 연구팀은 전 세계 주요 산맥의 기온, 강수량, 강설 패턴 변화를 분석했다. 분석 대상은 로키 산맥, 알프스 산맥, 안데스 산맥, 티베트 고원 등 특정 산맥 등이다. 조사 결과, 1980년과 2020년 사이 산악 지역은 주변 저지대보다 평균적으로 세기당 0.21°C 더 빠르게 기온이 상승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눈과 얼음의 감소, 대기 중 수분 증가, 에어로졸 오염 물질 등의 피해가 고도가 낮은 지역보다 고지대가 더 크기 때문이다.
연구책임자 포츠머스대 지구환경연구소 페핀 박사는 “산악 지역은 북극 지역과 많은 특징을 공유하며, 비슷한 속도로 변화를 겪고 있다”며 “히말라야와 알프스 빙하는 예상보다 빠르게 감소하고 있는데 이로 인한 위험 현상도 더욱 극심해지고 있다”고 경고했다.
◇ ‘인공 눈’으로 올림픽 치렀지만… ‘기후변화’는 더욱 가속
올림픽 개최 전, 알프스 지역이 기후변화로 눈이 감소하면서 동계올림픽 개최가 어려운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 바 있다. 실제로 최근 이탈리아는 지난 5년간 기온 상승으로 인해 265개의 스키장이 문을 닫았다.
이때 올림픽 주최 측이 찾은 해답 ‘인공 눈’이다. 밀라노·코르티나 2026 조직위원회(Fondazione Milano Cortina 2026)에 따르면 이번 올림픽에서 사용된 인공 눈은 240만m³ 규모다. 이를 무게로 환산하면 100만톤이 넘는다. 축구장 넓이로는 1,100개 규모와 맞먹는 넓이다. 사용된 물의 양은 약 94만8,000리터(L)로 추정된다.
막대한 인공 눈을 투입해 밀라노 동계올림픽은 성황리에 막을 내릴 수 있었다. 그러나 기후과학자들은 이 같은 조치가 ‘바닷물로 갈증을 해결한 것’과 같다고 우려한다. 기후변화로 눈이 녹은 지역에 강제로 인공 눈을 덮는 과정에서 오히려 막대한 온실가스 배출과 환경오염이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인스브루크 대학교, 워털루 대학교 공동 연구진은 인공 눈 제조가 환경에 미치는 영향과 스키 관광의 지속가능성에 미치는 영향에 관한 연구를 2023년 진행했다. 그 결과, 많은 양의 물을 사용해 수자원 불균형의 유발, 전기에너지 소비량 급증, 이산화탄소 배출량 급등이라는 문제가 발생한 것을 확인했다.
공동 연구팀은 “캐나다에서만 스키장에서 사용될 인공 눈의 수요는 2050년까지 55%에서 97%까지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이는 약 1만7,000가구의 연간 전력 소모량과 맞먹는 에너지가 필요한 작업으로 연간 약 13만 톤의 이산화탄소 배출로 이어지게 된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기후변화로 인한 알프스 환경 변화는 단순 동계올림픽을 치르기 어려워지는 것이 문제가 아니다. 주민들의 삶까지 위협할 수 있다. 이탈리아 볼차노의 ‘유라크연구소’ 연구팀은 최근 연구에서 알프스 영구 거주민들은 기후변화에 특히 민감하다고 지적했다. 오랜 시간 빙하지역에서 살아간 삶의 방식과 문화가 기후변화에 취약할 수 있다는 것이다.
특히 위험한 것은 ‘열 스트레스’다. 알프스의 고산 지대에서의 고강도 활동은 기후변화로 급상승한 기온에 취약하다. 이 경우 열사병 등 질병의 발병률이 급증할 수 있다. 유라크연구소에 따르면 알프스 소도시들은 도시화, 제한된 녹지공간으로 도시 열섬을 유발, 고령층과 어린이를 위협할 수 있다고 한다.
유라크 연구소는 “오스트리아와 스위스와 같은 알프스 국가에서는 고배출 시나리오를 고려했을 때, 2071년에서 2099년 사이에 체감온도가 쾌적 한계를 초과할 것”이라며 “발생하는 사망률이 각각 1.74%와 1.96%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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