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마이데일리 = 최주연 기자] 한국은행이 올해 경제 성장률 전망을 기존보다 0.2%포인트 높인 2.0%로 수정 제시했다. 반도체 경기 회복과 글로벌 인공지능(AI) 투자 확대가 상방 요인으로 꼽히는 반면 투자 과열 조정 가능성과 통상 환경 불확실성은 하방 리스크로 지목된다. 이는 한국 경제가 사실상 반도체 ‘단일 엔진’에 기댄 성장 구조임을 여실히 보여주는 대목이다.
26일 한국은행은 경제 전망 보고서를 통해 반도체 수출 물량 증가율이 지난해 16%에서 올해 10% 내외, 내년 8% 내외로 점차 둔화될 것으로 전제하면서 올해 2%의 경제 성장을 보일 것으로 예상했다. 건설경기 회복 지연에도 불구하고 반도체 경기 개선과 세계경제 흐름이 상향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라는 전망에 기댔다.

1분기에는 전 분기 역성장(-0.3%)의 기저효과와 반도체 수출 강세가 겹치며 1%에 근접(0.9%)한 성장률이 예상된다. 이후에도 글로벌 AI 투자 확대와 소비 회복 흐름이 이어지며 완만한 성장세가 지속될 전망이다.
◇ AI 투자 확대 땐 ‘확장 사이클’ vs 과잉투자·병목 땐 ‘조정 국면’
낙관 시나리오는 AI 확산과 국가 주도의 투자 가속화로 반도체 확보 경쟁이 심화되는 경우다. 이 경우 반도체 수출 증가세가 예상보다 높은 수준을 유지하면서 성장률은 기본 전망을 웃돌 가능성이 있다. 물가 역시 전자기기 수요 확대와 일부 비용 상승이 맞물리며 소폭 상방 압력을 받을 수 있다.
반면 AI 수익성이 기대에 못 미치거나 데이터센터 확충 과정에서 전력 부족 등 물리적 병목이 심화될 경우 반도체 수출 증가세가 빠르게 둔화될 수 있다. 이 경우 2% 성장선이 위협받고 1%대 후반으로 내려앉을 수 있다.
시장에서는 AI 산업의 성장 가속화 기대와 과잉투자 우려가 공존하는 분위기다. 결국 반도체 사이클이 확장 국면을 이어갈지, 조정 단계에 진입할지가 2% 성장의 향방을 좌우할 핵심 변수로 꼽힌다. 한국 경제가 AI 산업의 ‘확장’과 ‘조정’ 사이에서 외줄 타기를 하고 있는 셈이다.
◇ 물가 2.2%…환율 불확실성은 완화
올해 소비자물가는 2.2% 상승할 것으로 전망됐다. 수요 측 압력이 아직 제한적인 가운데 일부 품목 가격 상승이 반영된 결과다. 환율 불확실성은 완화됐지만, 반도체 가격 상승이라는 새로운 비용 요인이 물가 경로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이날 한국은행 이지호 조사국장은 경제전망 설명회에서 “물가 측면에서 환율과 관련한 불확실성은 이전보다 상당 부분 완화된 것으로 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최근 환율 변동성이 줄어들면서 수입물가를 통한 추가 상방 압력은 다소 줄었다는 의미다.
반도체 가격 상승이 전자기기 가격에 반영될 가능성은 물가 상방 리스크로 남아 있다. 이 국장은 “우리나라는 반도체 수출국이라는 점에서 성장 측면에선 긍정적이지만, 휴대전화·노트북 등 전자기기 가격을 통해 물가에 일부 반영될 수 있다”고 말했다.
민간 소비는 상반기보다 하반기에 더 뚜렷하게 회복될 것으로 전망됐다. 이 국장은 “분기별로 보면 상반기에는 0.3% 안팎의 완만한 증가세를 보이다가, 하반기에는 0.4% 수준으로 점차 속도가 빨라질 것”이라며 “내년에는 회복 속도가 더 확대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코스피 6300 돌파 韓 증시…양극화로 소비 진작 제한적
한국은행은 주가 상승이 소비를 자극하는 ‘자산 가격 효과’ 자체는 분명 존재한다고 인정했다. 다만 과거에 비해 그 강도는 약해졌고, 효과가 나타나는 데에도 시간이 걸릴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날 코스피는 전 거래일보다 223.41포인트(3.67%) 오른 6307.27에 거래를 마치며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한국은행 관계자는 “주식 가격이 오르면 소비로 연결되는 효과는 분명히 있다”면서도 “다만 그 규모가 과거보다 작아졌고, 소비로 이어지기까지 시차가 존재한다는 점을 함께 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자산가격 효과가 약해진 배경으로는 자산 보유 구조의 변화를 꼽았다. 최근 주식 보유가 상위 계층과 기관에 집중되면서 자산 증가의 혜택이 소비 성향이 낮은 계층에 더 많이 돌아가고 있다는 것이다. 관계자는 “관련 연구들을 보면 미국과 우리나라 모두 자산 가격 탄성치가 과거보다 낮아지는 경향이 나타난다”며 “주식을 많이 보유한 계층일수록 소비 성향이 낮기 때문에 소비로 연결되는 파급력이 줄어드는 측면이 있다”고 설명했다. 주식으로 번 돈이 소비를 크게 늘리지 않는 계층에 집중되면서, 주가 상승의 소비 효과가 예전보다 줄었다는 의미다.
또한 현재 증시 상승이 반도체 등 특정 산업 중심으로 이뤄지고 있다는 점도 변수로 지목했다. 그는 “주식시장이 반도체 위주로 오르고 있는데, 이 성과가 배당이나 임금, 투자 확대로 이어져 실질 소득 증가로 연결되기까지는 시간이 필요하다”며 “자산가격 효과는 나타나더라도 점진적으로 반영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Copyright ⓒ 마이데일리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comment--
첫 번째 댓글을 작성해 보세요.
댓글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