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마이데일리 = 최주연 기자] 노조와의 ‘임금 체불’ 논란을 봉합하고 임명 22일 만에 첫 출근에 성공한 장민영 신임 IBK기업은행장이 또 다른 시험대에 섰다. 중소 건설업 불황이 장기화하면서 건설업 연체율이 치솟고, 사실상 회수 포기 단계인 ‘추정손실’도 역대 최대를 기록했기 때문이다. 정책금융 확대라는 공적 책무와 재무건전성 관리라는 현실적 과제 사이에서 장 행장은 구조적 딜레마에 직면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24일 금융업계에 따르면 장 신임 행장은 인공지능(AI)·반도체·에너지 등 혁신기업 지원으로 생산적 금융 전환 등 정부 정책 보조를 맞출 것으로 분석된다. 장 행장은 지난 20일 취임사에서 “단순 자금 공급자를 넘어 산업 체질 개선을 선도하는 금융 파트너로 도약하겠다”고 밝혔다. 이날 장 행장은 정부가 추진하는 ‘생산적 금융’을 동력으로 2030년까지 300조원을 투입하는 ‘IBK형 생산적 금융 프로젝트’도 본격 가동하겠다고 선언했다.
◇ 노조 갈등 봉합, 그러나 건설업 리스크 ‘부상’
장 행장은 취임 전 ‘총액인건비제’를 둘러싸고 노조와 충돌했다. 1월 23일과 26일 두 차례 출근이 무산됐으나, 이후 갈등을 봉합하고 정상 업무에 돌입했다. 취임식 직후 기자 간담회에서 그는 “정책적 역할과 공공적 노력이 잘 홍보되고 소통되도록 하겠다”고 밝히며 소통 중심 리더십을 강조했다.

하지만 건설 경기 침체가 변수로 떠올랐다. 기업은행의 중소기업 건설업 연체율(1개월 이상 원리금 연체 기준)은 지난해 말 1.71%로 1년 전보다 0.49%포인트(p) 상승했다. 기업은행 IR북 기준 2011년 이후 연말 최고치다. 지난해 1.32~1.34% 수준에서 횡보하다 4분기 말 급등했다. 부동산업·임대업 연체율도 0.87%로 1년 새 두 배 이상 뛰며 12년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을 기록했다.
건설투자 감소세는 거시지표에서도 확인된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해 4분기 건설투자(건물‧토목 건설)는 3.9% 감소했다. 지난해 10% 가까이 급감한 건설투자의 연간 국내총생산(GDP) 성장률 기여도는 -1.4%p였으며, 이는 건설투자를 제외하면 경제성장률은 1% 수준에서 그치지 않고 2.4%까지도 높아졌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는 이유다.
부실의 질도 악화 조짐을 보인다. 기업은행의 ‘추정손실(사실상 회수를 포기한 채권)’은 지난해 말 6389억원으로 전년(5338억원) 대비 19.7% 증가했다. 2021년 2908억원에서 매년 1000억원 안팎 늘어나며 연말 기준 역대 최대치다. 지방 건설 경기 위축과 중소 건설업체 수익성 악화가 맞물린 결과로 해석된다.
◇ 300조 투입 선언…정책금융과 자본의 딜레마
장 행장은 ‘5극 3특 체제’에 맞춘 지역 산업 생태계 지원과 75조원 규모의 소상공인 종합 지원(저금리 대환대출·채무조정·경영컨설팅 연계)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문제는 정책금융 확대가 자본비율 관리와 충돌할 수 있다는 점이다.
기업은행의 2025년 말 보통주자본비율(CET1)은 11.50%로, 국내 시중은행(12~13%대)보다 낮다. 기업은행 관계자는 “국책은행 특성상 산출 방식이 2~3%포인트 보수적”이라며 “시중은행 기준으로 환산하면 13~14%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금융권에서는 “정부 배당이 높은 구조상 잉여자금 축적이 쉽지 않아 CET1 개선 여지가 제한적”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기업은행은 건설업 비중이 전체 자산에서 크지 않다는 점을 강조한다. 기업은행 관계자는 “건설업 포션이 상대적으로 작고, 부실채권 손실 규모는 10년째 유사한 반면 자산은 매년 6~7%씩 증가해 손실률은 개선세”라며 “건전성 관리는 내재화돼 있다”고 말했다.
반면 한 금융권 관계자는 “지방 건설 경기가 급랭했고 기준금리가 (더 인하하지 않고) 동결이 이어지면서 차주의 채무 부담이 이어지고 있다”며 “정책금융 확대 국면에서 연체가 더 오르면 자본 부담이 커질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 ‘소통형 리더’의 시험…정책금융 확대 vs 재무건전성 방어 관건

1964년생인 장 행장은 고려대 독문학과를 졸업하고 미국 펜실베이니아주립대에서 경영학 석사(MBA)를 취득했다. 1989년 입행 이후 자금운용부장, IBK경제연구소장, 강북지역본부장, 리스크관리그룹장(부행장), IBK자산운용 대표를 거쳤다. 금융시장 이해도와 리스크관리 전문성을 두루 갖춘 내부 출신이라는 점에서 안정적 리더십이 기대된다는 평가다.
장 행장이 노조 갈등을 봉합하며 행장으로서 첫 단추를 꿰었다는 게 업계 중론이다. 금융업계 관계자는 “건설업 부실 확대와 300조원 생산적 금융이라는 거대한 과제는 동시에 진행형”이라면서 “장 행장이 정책금융 확대와 재무건전성 방어라는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을 수 있을지가 올해 관건”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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