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위크=권정두 기자 성기학 영원무역그룹 회장이 공정거래위원회에 의해 검찰에 고발 조치됐다. 공시대상기업집단 지정을 위한 자료를 제출하면서 총 82개의 계열사를 누락해 공시대상기업집단 지정을 회피한 혐의다. ‘노스페이스 신화’로 불려온 그의 위상이 크게 흔들리며 사법리스크가 대두되는 모습이다.
◇ 본인 소유 기업까지… 총 82개사 누락해 공시대상기업집단 지정 회피
공정위는 지난 23일, 성기학 영원무역그룹 회장을 검찰 고발 조치한다고 발표했다. 문제가 된 것은 ‘계열사 누락’이다. 공정위는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에 따라 매년 각 기업집단의 동일인 등으로부터 계열회사·친족·임원·계열회사 주주·비영리법인 현황 등의 자료와 감사보고서 등을 제출받고 있다. 이를 통해 직전 사업연도 재무제표 자산총액 합계액이 5조원 이상인 기업집단을 공시대상기업집단으로 지정하며, 공시대상기업집단엔 각종 공시 의무가 부여된다.
그런데 공정위 조사 결과, 성기학 회장은 2021년과 2022년, 2023년 지정자료를 제출하면서 총 82개사를 소속회사 현황에 포함시키지 않고 누락한 것으로 드러났다. 2021년엔 69개사를, 2022년과 2023년엔 각각 74개사와 60개사를 누락했다. 누락한 계열사는 자신의 딸과 남동생, 조카 등이 친족이 소유한 곳과 임원이 소유한 곳 등이었으며 심지어 본인이 지분 100%를 보유하고 있는 곳을 누락하기도 했다.
덕분에 영원무역그룹은 늦어도 2021년부터는 공시대상기업집단으로 지정돼야 했지만 2023년까지 지정되지 않았고, 각종 공시의무를 피할 수 있었다.
공정위에 따르면, 영원무역그룹 측은 이러한 계열사 누락에 대해 “2022년까지는 자산총액이 5조원에 미치지 못해 공정위가 계열회사 현황 등 핵심 자료만 제출하도록 요청하였기 때문에 담당 실무자가 동일인에게 제대로 보고를 하지 않았던 점 등을 감안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공정위는 “계열회사 현황 등 핵심 자료만 제출하도록 요구한 것은 기업집단의 업무 부담 경감을 위해 일부 항목을 간소화해준 것에 불과하고, 제출 의무 관련 법적 근거와 허위 제출에 대한 법적 책임은 일반 지정자료와 동일하다”며 “계열회사 범위에 대해 충분히 파악할 수 있었던 성기학 회장이 간소화된 지정자료라는 형식을 악용해 계열회사를 누락한 행위는 그 책임이 가볍지 않다”고 지적했다.
또한 본인을 비롯해 친족이 소유하고 있어 계열회사에 해당한다는 사실을 모를 수 없었던 기업들까지 누락한 점, 친족으로부터 계열회사임을 제출받았음에도 누락한 점, 기존 계열회사의 감사보고서 등을 통해 누락한 회사의 존재를 충분히 확인할 수 있었음에도 이를 전혀 파악하지 않는 점 등에 비춰봤을 때 계열회사 범위를 제대로 확인하기 위한 노력이 현저히 부족했다고 판단했다.
공정위는 특히 이번 적발이 역대 최대 규모의 지정자료 제출 누락 행위이자 역대 최장기간 공시대상기업집단 지정 회피라고 강조하기도 했다. 아울러 이를 통해 성기학 회장 일가의 지분 증여 등 경영 승계 과정이 공시되지 않을 수 있었던 점도 지적했다.
공정위는 “이번 조치는 그간 자산총액 5조원 미만 기업집단들의 자료 제출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계열회사 현황 등 핵심 자료만 요구하는 간소화된 지정자료 제출 과정에서 계열회사를 누락한 행위에 대해서도 동일인을 고발한 최초 심결”이라며 “기업집단의 편의를 위해 운영돼 온 제도의 취지를 왜곡한 허위 제출 행위에 대해 엄중한 책임을 묻고, 향후 유사한 위법행위 시도에 대해 경종을 울렸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다”고 밝혔다.
이로써 ‘노스페이스 신화’라 불려온 성기학 회장은 그 위상과 대내외 리더십이 크게 흔들리며 사법리스크 우려를 마주하게 됐다. 성기학 회장의 뒤를 이어 2세 후계자 행보를 걷고 있는 성래은 부회장도 승계를 둘러싼 잡음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있는 모습이다.
한편, 영원무역그룹 측은 이번 사안과 관련해 “실무 착오가 있었던 것으로 고의적 은폐나 다른 의도는 전혀 없었다”며 “과오를 인지한 즉시 자진신고를 진행했고, 재발 방지를 위해 내부 프로세스를 개선했다”는 입장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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