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저출생시대, 다자녀 아빠로 살기(65)] ‘민족 대이동’ 명절에 없는 KTX 다자녀 가정 배려

시사위크
KTX는 다자녀 가정의 장거리 이동에 아주 요긴한 교통수단입니다. 하지만 설 명절 열차 승차권 예매엔 다자녀 가정을 위한 별도의 배려가 없는 상황입니다. / 이미지=이주희 기자
KTX는 다자녀 가정의 장거리 이동에 아주 요긴한 교통수단입니다. 하지만 설 명절 열차 승차권 예매엔 다자녀 가정을 위한 별도의 배려가 없는 상황입니다. / 이미지=이주희 기자

시사위크=권정두 기자  2026년 새해가 밝은 게 엊그제 같은데 벌써 설 명절을 지나 3월 새 학기가 코앞으로 다가왔습니다. 지난해 첫째가 초등학교에 입학하면서 설레고, 긴장되고, 감회도 새로웠는데 늘 그렇듯 시간이 참 빠르게 느껴집니다.

올해도 저희 가족은 또 하나의 큰 변화를 맞습니다. 막내가 유치원에 가는 건데요. 첫째와 둘째, 셋째 모두 같은 유치원에 가게 됐습니다. 첫째의 입학부터 막내의 졸업까지 무려 7년을 한 유치원과 함께하게 되겠네요.

얼마 전 설은 다섯 가족으로선 네 번째로 맞은 명절이었습니다. 저희는 명절을 대체로 소소하게 보내곤 합니다. 명절답지 않고, 다소 싱겁기까지 하죠. 

그만한 이유가 있는데요. 제 부모님은 가까이 거주하시지만 친척이 많지 않고, 제사도 없습니다. 아내의 고향은 부산이고 지금도 가족들이 부산에 거주하고 있고요. 거리가 아주 멀고 아이들이 셋이다 보니 명절에 찾아뵙는 게 쉽지 않습니다. 세 아이가 각각 두 살 터울로 태어나고, 중간에 코로나19 사태까지 있었던 탓에 더욱 그랬습니다. 그래서 명절과 가까운 시기에 부산에 다녀오거나, 다른 지역에 함께 여행을 가는 쪽으로 지내왔습니다. 진짜 명절엔 아이들과 시내 고궁 등에서 명절 행사에 참여하며 보내곤 했죠. 왁자지껄하지도 않고, 지독한 차량 정체도 없는 명절이었습니다. 힘들지 않은 건 좋지만, 아쉽기도 했죠.

올해는 아이들이 제법 큰 만큼 부산을 찾아 명절을 보다 명절답게 보내볼까 생각해보았는데요. 역시나 쉽지 않은 일이었습니다. 가장 큰 문제는 이동인데요. 차량으로 가는 건 무모한 일로, 가장 먼저 선택지에서 제외됐습니다. 가장 빠른 이동수단인 비행기는 이미 표를 구하기 힘든 상황인데다 비용도 만만치 않았습니다. 김해공항에서 적잖은 거리를 이동해야 하는 문제도 있고요. 고속버스 역시 소요시간과 터미널 이동까지 고려하면 세 아이를 데리고는 부담이 컸습니다.

세 아이와 함께 멀리 지방에 가는 이동수단으로는 KTX만한 게 없습니다. 소요시간도 짧고, 아이들도 좋아하고, 할인 혜택을 받으면 비용 또한 저렴합니다. / 권정두 기자
세 아이와 함께 멀리 지방에 가는 이동수단으로는 KTX만한 게 없습니다. 소요시간도 짧고, 아이들도 좋아하고, 할인 혜택을 받으면 비용 또한 저렴합니다. / 권정두 기자

결국 남은 선택지이자 최적의 선택지는 KTX였습니다. 평소에도 부산을 찾을 때 애용하는 교통수단이죠. KTX는 비행기만큼은 아니지만 소요시간이 짧고, 실질적인 전체 소요시간을 따져보면 큰 차이가 없기도 합니다. 아이들이 기차 타는 걸 재미있어 하기도 하죠. 여기에 비용 부담도 덜합니다. 세 자녀 이상 다자녀 가정의 경우 어른은 50%, 아이들은 나이에 따라 어른 운임의 50~75%의 할인이 적용되죠. 저희 다섯 가족이 11만원 정도면 서울에서 부산까지 갈 수 있습니다.

그렇게 저는 지난달 중순 이뤄진 설 명절 열차 승차권 예매 전쟁에 참전하게 됩니다. 나름 ‘광클’로 예약에 성공한 경험이 있어 행운을 기대했는데요. 결과는 참담했습니다. 아침 일찍 일어나 준비를 마쳤음에도 제 앞에 무려 130만명이 있었답니다. 오랜 기다림 끝에 원치 않는 시간대의 부산행 승차권은 예매했지만, 서울로 돌아오는 승차권은 끝내 예매조차하지 못했죠. 설날 부산 방문 계획도 다음을 기약할 수밖에 없게 됐고요.

설 명절 열차 승차권 예매 때에도 평소처럼 다자녀 가정을 위한 좌석을 일부 배정한다면 큰 도움이 될 것 같습니다. / 권정두 기자
설 명절 열차 승차권 예매 때에도 평소처럼 다자녀 가정을 위한 좌석을 일부 배정한다면 큰 도움이 될 것 같습니다. / 권정두 기자

씁쓸했습니다. 다자녀 가정에게 이동은 꽤나 중요하고 까다로운 미션입니다. 평소에도 어딘가 이동해야 할 때 시간대와 방법 등을 치열하게 고민하곤 하죠. 그런 다자녀 가정에게 KTX는 무척 요긴한 선택지입니다. 앞서 살펴본 이유들 때문인데요. 특히 명절이면 그 요긴함이 더더욱 커질 수밖에 없고, 마땅한 다른 대안이 없는 선택지가 되기도 합니다. 이번 저희처럼 KTX 예매 성공 여부에 따라 계획이 완전히 달라질 수도 있는 겁니다.

하지만 명절 승차권 예매에 있어 다자녀 가정에게 주어지는 배려는 없습니다. 65세 이상 고령자, 장애인복지법에 따른 등록 장애인, 국가유공자(교통지원 대상) 등 교통약자의 경우 별도의 기간에 사전 예매를 진행하지만, 다자녀 가정은 여기에 포함되지 않죠. 평소엔 제공되는 다자녀 가정 할인 혜택 역시 명절 특별수송기간엔 적용되지 않습니다. 

이처럼 평상시보다 더 절실한 명절 기간에 다자녀 가정을 위한 배려가 없는 점은 많이 아쉽습니다. 모두가 고생하는 ‘민족 대이동’ 기간이지만, 그 고충이 더욱 큰 다자녀 가정에겐 조금의 배려가 너무나 큰 도움이 될 텐데 말이죠.

크게 어렵거나 불가능한 일로 보이지도 않습니다. 다자녀 가정 할인 제도는 현재도 소정의 등록 절차를 거친 다자녀 가정이 예매하는 모든 승차권에 적용되는 것이 아니라, 특정 좌석을 다자녀 가정 할인 좌석으로 배정해두는 방식으로 운영되고 있습니다. 명절 기간 역시 꼭 할인까진 하지 않더라도 평소처럼 일부 좌석을 다자녀 가정용으로 배정해두고, 별도 예매를 진행하거나 추첨제 등으로 선정하면 운영에 큰 무리가 없을 겁니다. 부정사용 문제 등에 대한 대책도 이미 운영되고 있고요. 명절 기간엔 오히려 다자녀 가정 배정 좌석을 더 늘리는 게 필요하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비록 이번 설엔 실패했지만, 다가올 추석엔 다시 한 번 부산에서 명절 보내기에 도전해보려 합니다. 그땐 KTX 예매에 다자녀 가정을 위한 배려가 마련돼 꼭 저희가 아니라도 다자녀 가정의 고충을 조금이나마 덜어주면 참 좋겠습니다. 명절에 세 아이와 멀리 아내의 고향에 다녀오고, 외할아버지와 외할머니에게 손주 만나는 기쁨을 드리는 일이 엄두조차 내기 힘든 일이 아니길 소망합니다.

Copyright ⓒ 시사위크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alert

댓글 쓰기 제목 [초저출생시대, 다자녀 아빠로 살기(65)] ‘민족 대이동’ 명절에 없는 KTX 다자녀 가정 배려

댓글-

첫 번째 댓글을 작성해 보세요.

로딩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