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위크=김지영 기자 국회에서 자사주 소각 의무화를 골자로 한 ‘3차 상법 개정안’ 처리가 속도를 내면서, 자사주 비중이 높은 식품기업들의 대응 전략에 이목이 쏠리고 있다.
지난 20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법안심사 제1소위원회는 자사주 소각 의무화를 골자로 하는 ‘3차 상법 개정안’을 의결했다. 회사가 자사주를 신규 취득할 경우 법 시행 후 1년 이내 소각하는 것을 원칙으로 한다는 내용이다. 민주당은 23일 법사위 전체회의를 거쳐 이달 안으로 본회의에서 3차 상법 개정안을 처리한다는 방침이다.
◇ 법안 통과 앞두고 고심 깊어진 기업
자사주 비중 상위권 식품기업으로는 샘표(29.9%), 오뚜기(14.2%), 국순당(11.9%), KT&G(11.6%) 등이 꼽힌다. 상법 개정안 통과에 따른 자사주 처리 계획에 대해 샘표와 오뚜기 관계자는 “내부 논의가 진행 중이나 구체적인 실행 계획은 아직 나오지 않았다”고 밝혔다. 국순당은 관련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
상법 개정안 통과를 앞두고 기업들의 고심은 깊어진 모습이다. 주주환원 차원에서 선제적인 자사주 소각을 단행하는 방법도 있지만 섣불리 결정을 하지 못하는 모습이다.
일각에선 기업들이 자사주 비중을 낮추기 위해 △시장·제3자 처분 △교환사채(EB) 발행 △협력사·재무적 투자자와의 자사주 맞교환 등의 방안을 검토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다만 자칫하면 이를 둘러싸고 비판 여론이 불거질 수 있어 조심스런 대응이 필요할 전망이다.
◇ 소각 대신 매각, EB나 맞교환 추진… 주당 가치 희석 우려
실제로 자사주를 소각하는 대신 ‘처분’해 논란이 된 사례도 있다. 삼양식품은 지난해 11월 보유 자사주 0.99%(약 994억원 규모)를 헤지펀드 3곳(비리디언·점프·바이스)에 전량 매각했다. 회사 측은 “중국·국내 공장 증설 등 투자 재원 마련을 위한 조치”라고 해명했지만, 한국기업거버넌스포럼은 “소각 의무화를 앞두고 자기주식을 자산 취급해 처분한 나쁜 선례”라고 비판했다.
교환사채(EB) 발행 방식도 도마에 올랐다. 하림지주는 지난해 9월 자사주 1,474만4,440주(발행주식총수의 13.16%)를 교환 대상으로 하는 무기명식 무보증 사모 교환사채를 발행했다. 발행 규모는 약 1,400억원이며, 교환가액은 주당 9,713원으로 책정됐다.
EB는 ‘자사주를 담보로 돈을 빌리는 것’으로, 나중에 그 자사주가 시장에 풀리면 유통주식 수가 늘어 기존 주주들이 갖고 있는 주식의 가치가 떨어지는 부작용이 생긴다. 다만 지난해 10월부터 금융당국이 자사주를 활용한 교환사채 발행 공시 기준을 강화하는 등 규제에 나선 상태여서, 이 방법을 택하기는 점점 어려워질 것으로 예상된다.
‘상법 개정안’ 논의가 본격화되자 기업간 자사주 ‘맞교환’ 사례도 나타났다. 상대 기업과 서로의 자사주를 처분하는 방식으로, 기업 입장에서는 현금 유출 없이 우호 지분을 확보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다만 이와 관련해 사업적 연관성이 뚜렷하지 않은 기업 간 맞교환 사례도 나타나 논란이 되고 있다. 종합주류기업 무학과 자동차부품기업 삼성공조가 대표적인 예다. 지난해 12월 무학과 삼성공조는 자사주 맞교환을 공시하면서 “지역의 주요 기업 간 상호 우호증진과 협력기반 구축을 통한 사회적 가치창출을 목표로 한다”고 밝혔다.
다만 무학이 주주가치 제고를 외면하고 있다는 시선을 피하기는 어려워보인다. 앞서 지난해 10월 무학은 자사주 대상 EB 발행으로 3.8%의 자사주를 처분한데 이어 지난달 13일에는 자사주 45만5,693주(지분 기준 1.6%)와 유리병 제조기업 금비 자사주 8만378주(지분 기분 8.04%)를 상호 맞교환하면서 자사주를 전량 처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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