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성능’ vs ‘나토 동맹’…캐나다 잠수함 놓고 韓·獨 ‘격돌’

마이데일리
대한민국 핵심 국가전략부대인 해군 잠수함사령부 승조원들이 경남 진해시 해군 잠수함사령부에 정박된 국내 독자 설계·건조한 3000톤급 잠수함 1번함 ‘도산안창호함’에서 떠오르는 태양 뒤로 연말 대비태세를 위해 출항 준비를 하고 있다. /뉴시스

[마이데일리 = 심지원 기자] 건국 이래 최대 규모인 60조원대 캐나다 잠수함 도입 사업(CPSP)을 놓고 우리 정부와 기업들이 총력전을 펴고 있다. CPSP 사업자가 한국과 독일의 2파전으로 압축된 가운데 성능 면에선 우리가 앞서지만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 표준과 유럽식 유지·보수·운영(MRO)를 앞세운 독일의 수세가 강하면서 긴장감이 고조되고 있다.

21일 업계에 따르면 CPSP는 내달 2일 최종 제안서 제출을 마감하고 이르면 6월 최종 사업자가 발표될 전망이다.

2021년부터 추진된 CPSP는 캐나다 해군이 노후화된 빅토리아급 잠수함 4척을 대체하기 위해 8~12척의 신형 잠수함을 도입하는 프로젝트다. 건조비 약 20조원, 향후 MRO 비용 약 40조원을 합쳐 총 사업 규모는 60조원에 달할 것으로 추산된다. 지난 8월 캐나다 정부는 한화오션·HD현대중공업 컨소시엄과 독일 티센크루프마린시스템즈(TKMS) 2곳을 적격 공급업체로 선정했다.

이 사업은 단순 전력 보강을 넘어 북극 항로 방어와 해양 주권 수호 등 국가 안보 차원에서도 상징성이 크다. 북극해·태평양·대서양을 아우르는 3면 해역을 상시 감시·방어하기 위한 핵심 전력으로 평가되면서다.

이에 한국은 ‘장보고-III’를, 독일은 ‘212CD’를 내세웠다. 객관적 성능과 납기 경쟁력 측면에서는 한국이 우위라는 평가다. 한국은 계약 후 통상 9년 걸리는 도입 기간을 6년으로 단축하겠다는 제안을 내놓으며 전력 공백 해소를 강조하고 있다.

이는 이미 도산안창호함과 안무함 등을 통해 검증된 장보고-III의 건조 경험을 바탕으로 캐나다 맞춤형 생산 체계를 신속히 가동할 수 있다는 점을 강조한 것이다. 아직 개발 단계에 있는 모델을 제안한 독일과 달리 실전 배치 경험이 있는 플랫폼이라는 점이 차별화 요소로 내세웠다.

이번 수주의 핵심 업체인 한화오션이 잠수함 분야에서 앞선 기술력과 노하우를 보유하고 있다는 점도 우리나라의 강점이다. 최신 장보고-Ⅲ(3000톤급) 도산안창호함을 2021년 해군에 인도했고, 개량형인 3600톤급 장보고-Ⅲ 배치-Ⅱ 3척 모두 한화오션이 수주한 바 있다.

성능 역시 강화됐다. 한국은 세계 최초로 수소연료전지와 리튬이온배터리를 결합한 하이브리드 체계를 제안했다. 기존 납축전지 대비 잠항 시간을 3배가량 늘린 이 기술은 북극해 작전 환경에 적합한 강점으로 평가된다.

폴 암스트롱 모호크대 총장(앞줄 왼쪽), 김희철 한화오션 대표(앞줄 가운데), 숀 파둘로 온타리오조선소 대표(앞줄 오른쪽)가 전략적 협력 의향서(LOI)를 체결한 뒤 캐나다 국회의원 등 관계자들과 함께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한화오션

반면 독일은 나토 회원국이라는 안보적 공통분모가 최대 강점으로 꼽힌다. 김홍유 경희대 경영대학원 교수(한국방위산업협회 정책위원)는 “독일이 유럽 방산 공급망의 핵심 국가라는 점을 무시할 수 없다”며 “캐나다 역시 단순 구매를 넘어 유럽 방위체계와 연동된 MRO 체계 안에 있다”고 설명했다.

TKMS는 나토 재래식 잠수함 시장에서 높은 점유율을 확보하고 있으며, 212CD는 노르웨이와 공동 개발 중인 모델이다. 검증된 연료전지 기반 AIP 기술과 콩스베르그의 ‘ORCCA’ 전투체계를 결합해 신뢰성과 상호운용성을 강조한다. 나토 표준 무장과의 완전한 호환성은 연합 작전을 중시하는 캐나다 해군의 요구에 부합하는 요소다.

최근 공개된 캐나다 정부의 CPSP 평가 항목을 보면 △잠수함 플랫폼 성능 20% △MRO 및 군수지원 50% △산업기술혜택(ITB)과 고용 창출 등 경제적 효과 15% 등으로 구성돼 있다. 특히 MRO 비중이 절반을 차지하는 점은 장기 운용 체계와 현지 산업 기여도가 핵심 변수임을 보여준다. 단순 성능 경쟁을 넘어 현지화 전략과 기술 이전, 고용 창출을 포함한 ‘경제 패키지 딜’이 요구되는 구조다.

이 같은 평가 구조에 맞춰 한국은 조선업계 ‘빅2’인 한화오션과 HD현대가 손잡고 산업 협력 확대에 속도를 내고 있다. 한화오션은 캐나다 온타리오조선소 및 모호크대 등과 협력 양해각서를 체결하고, 설계 자문·공정 관리·품질 시스템 구축·스마트 조선소 기술 이전 등 종합 지원 계획을 제시했다. 또 알고마스틸, 코히어, 텔레샛, 퍼뮤즈 에너지 등과 잇달아 협약을 체결하며 철강·인공지능(AI)·위성통신·에너지 분야로 협력 범위를 넓히고 있다.

HD현대는 에너지 분야에서 HD현대오일뱅크를 중심으로 캐나다 원유업체와 협력해 잠수함 사업 기간 동안 수조 원 규모의 원유를 수입하는 방안을 마련한다는 방침이다.

현대자동차도 전략적 카드로 부상했다. 이는 지난달 정부 방산 특사단에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이 합류한 것이 계기가 됐다. 캐나다 정부는 자국에 완성차 생산 공장을 설립해줄 것을 요구하고 있지만, 현대차는 캐나다의 친환경 기조를 노려 ‘수소 생태계 구축’과 미래 모빌리티 협력 방안을 대안으로 제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미국 앨라배마와 조지아에 이미 공장이 있는 만큼 신공장 건설은 효율성이 낮다는 판단에서다.

김 교수는 현대차와 관련해서 “미국과 캐나다의 관계, 관세 이슈 등을 고려하면 캐나다 생산기지를 통해 미국 시장에 공급하는 구조는 현실적으로 제약이 있다”며 “현대차의 북미 전략은 이미 미국 현지 생산을 중심으로 짜여 있다”고 말했다.

반면 독일도 폭스바겐 등 자국 기업과의 연계를 통해 현지 생산 확대, 우주·AI·희토류 협력 등을 제시하며 맞불을 놓고 있다. 일부 부품의 캐나다 현지 생산 계획도 제안하며 산업 기반 확대를 강조하고 있다.

4일 스티븐 퓨어 캐나다 국방조달장관 일행이 HD현대 관계자들로부터 잠수함 모형에 대한 설명을 듣고 있다. /HD현대

이번 수주가 성사될 경우 국내 생산 유발 효과만 40조원 이상, 2만개 이상의 일자리 창출이 기대된다는 전망도 나온다. 특히 방산 부문에선 나토 회원국 시장 진출의 교두보를 확보한다는 전략적 의미도 크다.

김 교수는 “캐나다는 나토 회원국으로, 지상 무기 중심이던 K-방산이 해군·공군 영역까지 확장되는 계기가 될 수 있다”며 “유럽은 블록 경제 성격이 강하고, 무기 체계도 다국 간 공유·운용되는 구조이기 때문에 교두보 확보의 상징성이 크다”고 평가했다.

다만 전문가들은 독일과 캐나다의 수십 년 된 ‘안보 라포(신뢰관계)’를 단기간에 뛰어넘기 어렵다고 진단하고 있다.

최기일 상지대 군사학과 교수(한국방위산업연구소장)는 “독일은 수년 전부터 캐나다 정부와 교감을 이어오며 공을 들여왔다”며 “정부 간 라포와 현지 네트워크는 단기간에 형성하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이어 “기술 사양만 놓고 보면 우리가 경쟁력이 있지만 상업적 시장과 달리 방산은 정치·외교·안보 요소가 결합된 특수 시장”이라고 덧붙였다.

또 그는 방산에서의 컨트롤 타워 부재와 국내 함정 사업(KDDX) 갈등으로 인한 ‘원팀 리스크’가 해외에서 발목을 잡을 수 있다는 우려를 제기했다. 그는 “한발 앞선 준비가 아니라, 두세 발 앞선 전략이 필요했는데 KDDX가 겉돌면서 완전한 원팀 체제를 만들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한화오션과 HD현대중공업 간 경쟁 구도가 정리되지 않은 점이 해외 대형 수주전에서도 리스크로 작용할 수 있다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이번 캐나다 잠수함 사업이 단순한 수주 경쟁을 넘어 한국 해양 방산의 구조적 경쟁력을 가늠하는 시험대라고 진단한다. 수주에 실패할 경우 국제 시장에서의 신뢰와 예측 가능성에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유럽 해양 무기 시장에서의 취약성이 부각될 수 있다는 점도 우려스러운 대목이다.

최 교수는 “이번 캐나다 사업은 단순 계약을 넘어 유럽 해양 방산 시장의 벽을 넘느냐의 시험대”라며 “결과와 무관하게 체질 개선과 선제적 준비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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