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통가, ‘자사주 소각·배당 확대’ 열풍…“본업 경쟁력 확보 관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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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백화점·이마트·롯데쇼핑 본사. /각 사

[마이데일리 = 방금숙 기자] 유통업계가 내수 부진과 소비 둔화, 온라인 공세라는 ‘삼중고’ 속에서 전례 없는 규모의 배당 확대와 자사주 소각 카드를 잇달아 꺼내 들고 있다.

19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다수 기업이 정부 기조에 맞춰 ‘주주가치 제고’에 나서고 있다. 2026년 정기 주주총회를 앞두고, 단순 배당 확대뿐 아니라 발행 주식 수 자체를 줄이는 ‘자사주 소각’까지 포함한 파격적인 환원책에 집중하고 있다.

정책 환경도 우호적이다. 대형마트의 새벽배송 허용을 담은 유통산업발전법 개정 논의와 중국 단체관광객 무비자 입국 허용에 따른 면세점 회복 기대감은 업종 전반의 심리 개선 요인으로 꼽힌다.

반면에 전문가들은 근본적인 경쟁력 강화 없이 환원 정책만으로는 장기적 효과가 제한적이라고 지적한다. 쿠팡 등 이커머스 공세가 지속되고, 소비 둔화 역시 단기간에 해결되기 어렵기 때문이다.

황용식 세종대학교 경영학부 교수는 “기업이 초과이익이 발생했을 때 주주환원을 진행하는 것은 긍정적이나 단순 배당이나 자사주 소각만으로는 기업 가치를 장기적으로 제고하기 어렵다”며 “본업 경쟁력 확보와 신성장 동력 마련이 병행될 때 투자자 신뢰와 주주가치가 꾸준히 개선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당장 기대되는 효과로는 자사주 소각이 유통 주식 수를 줄여 주당순이익(EPS)을 높이고, 배당 확대는 직접적인 현금 보상을 통해 투자 매력을 끌어올린다는 점이다. 여기에 정부의 기업가치 제고 정책과 배당소득 분리과세 제도도 주주환원 확대를 유도하는 환경으로 작용한다.

현대지에프홀딩스-현대홈쇼핑 주식교환 핵심. /그래픽=방금숙 기자

가장 적극적인 곳은 현대백화점그룹이다. 그룹은 계열사 보유 자사주를 포함해 약 3500억원 규모를 전량 소각하며 사실상 ‘자사주 제로’를 선언했다. 기존 보유분 약 2100억원에 추가 매입 1400억원을 더해 3500억원 전량을 없앤다.

여기에 지주사인 현대지에프홀딩스가 현대홈쇼핑을 완전 자회사로 편입해 상장폐지하는 강수까지 뒀다. 이는 시장에서 비판받아온 복잡한 중복 상장 구조를 해소하고 의사결정을 단순화하려는 조치다.

현대백화점그룹 관계자는 “자사주 소각을 통해 기업가치를 높이자는 정부 정책과 사회적 요구에 선도적으로 부응하고, 주주와 함께 성장하겠다는 의지가 담긴 결정”이라고 설명했다.

이마트도 주주환원 속도를 높였다. 주당 배당금을 기존 2000원에서 2500원으로 확정하며 25% 인상했고, 올해 28만주를 추가 소각해 발행주식 2% 이상 감축 목표를 이행한다는 방침이다.

롯데쇼핑은 배당성향 40% 이상을 유지하고 연간 배당금을 전년보다 200원 인상한 4000원으로 확대하기로 했다. 정부가 시행한 배당소득 분리과세 요건을 충족해 기관·연기금 자금 유입을 노리는 전략이다.

유정현 대신증권 연구원은 “대형마트 규제 완화와 ‘탈쿠팡’ 움직임에 따른 트래픽 유입으로 영업 환경이 과거보다 우호적으로 변하고 있다”며 “현대백화점도 방한 외국인 매출 비중 상승으로 백화점 본업의 밸류에이션 확대를 견인할 것”이라고 평가했다.

이어 “배당 확대와 자사주 소각 등 주주가치 제고 노력이 밸류에이션 재평가(리레이팅)의 핵심 동력”이라고 덧붙였다.

식품업계는 실적 개선을 바탕으로 배당 확대에 속도를 내고 있다.

삼양식품은 결산배당을 1주당 2600원, 연간 배당금을 4800원으로 확대했다. 전년 대비 45% 이상 증가한 규모로 6년 연속 배당 확대다. 지난해 연결 기준 순이익은 3876억원으로 42.9% 급증했다.

삼양식품·오리온·동원산업 본사. /각 사

오리온은 주당 배당금을 2500원에서 3500원으로 40% 인상했고, 오리온홀딩스도 800원에서 1100원으로 확대했다. 그룹 전체 배당 규모는 2000억원을 넘어섰다.

동원산업은 결산배당 600원을 확정하고 자사주 7137주 전량 소각을 발표했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입법 여부와 관계없이 주주환원 확대 흐름은 이미 대세”라며 “자산 가치 재평가 기대가 커지고 있는 유통·식품주를 중심으로 배당 확대와 자사주 소각 기조가 더욱 뚜렷해질 것”이라고 진단했다.

한편, 3차 상법 개정안 추진 속도도 빨라지고 있다.자사주 소각 의무화 개정안 통과가 유력한 가운데 더불어민주당은 오는 24일 국회 본회의에서 해당 안을 처리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국민의힘 이견을 반영해 이달 중 입법공청회를 개최하는 등 여야 협의도 지속한다는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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