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호동 리스크에 묶인 농협금융…‘6500억 농지비’ 기업가치 압박

마이데일리
이찬우 NH농협금융지주 회장/뉴시스

[마이데일리 = 최주연 기자] 강호동 농협중앙회장을 둘러싼 사법 리스크가 확산되는 가운데, 매년 중앙회로 이전되는 대규모 농업지원사업비(농지비)와 배당 구조가 NH농협금융지주의 기업가치를 짓누르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순이익의 절반을 훌쩍 넘는 자금 유출이 고착화되면서 자본 축적 여력이 구조적으로 제한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금융당국마저 수년 째 농지비를 비롯한 배당금 등 대규모 비용 이전을 개선하라 지적하고 있는 상황에서, 중앙회와의 재무 관계를 어떻게 재설정할 지가 새 과제로 떠올랐다. 이찬우 농협금융 회장의 전략적 선택도 시험대에 올랐다는 평가다.

18일 금융업계에 따르면 농협금융은 지난해 순이익이 2조5112억원을 기록했다. 전년 대비 2.3% 증가하며 실적은 개선됐지만 수익성 지표는 오히려 소폭 후퇴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말 기준 자기자본이익률(ROE)은 5대 금융(KB 11.87%·신한 9.1%·하나 9.19%·우리 9.1%·NH농협) 중 가장 낮은 7.83%로 전년(7.98%) 대비 0.15%포인트(p) 하락했다. 다만 농협금융의 '농지비 부담 이전 ROE'는 9.26%로 집계됐다.

시장에서는 ‘구조적 비용’ 부담을 주요 배경으로 꼽는다. 지난해 농협금융이 농협중앙회에 납부한 농지비는 전년 대비 6.4% 증가한 6503억원으로 집계됐다.

최근 5년간 농지비는 4000억원대에서 6500억원대까지 꾸준히 확대되며 순익 감소에 주요 요인으로 작용했다.

농협금융 농업지원사업비 규모 추이 /그래픽=최주연 기자

농지비는 농협법에 따라 농업인 지원을 위해 계열사가 납부하는 분담금으로, ‘농협’ 브랜드 사용료 성격을 포함한다. 일반 금융지주에는 없는 농협 특유의 비용 구조다.

여기에 배당금까지 더해지면서 중앙회로 이전되는 자금 규모는 더욱 커진다. 2024년 기준 농협금융이 농지비와 배당금 등 명목으로 농협중앙회에 지원한 금액은 1조5000억원으로 알려졌다. 당해 순이익(2조4537억원)의 절반을 웃도는 규모다.

금융당국 역시 이 같은 구조에 문제를 제기한 바 있다. 금융감독원은 “농협금융이 농지비와 내부유보 필요액의 재무적 영향을 별도로 분석하지 않고 있으며, 중앙회와의 배당 협의 과정에서도 관련 논의가 충분히 이뤄지지 않았다”고 지적한 바 있다. 중장기 자본계획 수립 과정에서도 해당 요소가 충분히 반영되지 못했다는 설명이다.

◇중앙회가 지배하는 농협 조직…연 수익 ‘절반 이전’

이 같은 부담은 지분으로 연결된 지배구조에 기인한다. 농협중앙회는 농협금융 지분 100%를 보유한 모회사이며, 농협금융은 다시 농협은행 등 금융 계열사 지분 100%를 보유하고 있다. ‘농협중앙회→농협금융→농협은행 등 계열사’으로 이어지는 수직 구조 속에서 금융 부문의 이익이 상위 조직으로 이전되는 체계다.

/그래픽=최주연 기자

이 구조는 자본적정성에도 영향을 미친다. 농지비와 배당금은 당기순이익을 줄이고, 이는 보통주자본(CET1) 비율 개선 여력을 제한한다. 농협금융의 지난해 말 CET1 비율은 12.25%로 전 분기(12.34%) 대비 0.09%p 하락했다. 4대 금융지주가 13%대를 유지하고 있는 점과 비교하면 상대적으로 낮은 수준이다.

CET1 비율은 보통주자본을 위험가중자산(RWA)으로 나눈 값으로, 이익잉여금이 핵심을 이룬다. 순이익이 내부에 얼마나 축적되느냐에 따라 자본비율이 좌우되는 구조다. 시장에서는 구조적으로 이익잉여금이 충분히 쌓이지 못하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 강 회장 리더십 흔들…농지비 체계 조정 불투명

문제는 이러한 구조적 부담이 중앙회 리더십 리스크와 맞물리고 있다는 점이다. 강호동 중앙회장은 금품 수수 의혹 등으로 수사 대상에 올라 있으며, 지난달 농림축산식품부 특별감사에서 특혜·공금 낭비 의혹마저 불거지며 노조와 정치권 일각에서는 사퇴 요구도 제기되고 있다. <관련 기사 : “하룻밤 200만원 스위트룸·8억 연봉”…강호동 농협중앙회장 공금 낭비 도마>

강호동 농협중앙회장 /뉴시스

노조는 지난 9일 기자회견에서 “농림축산식품부 특별감사 결과 강 회장의 해외 출장비 집행과 인사 개입 의혹 등이 드러났다”며 즉각 사퇴를 촉구했다.

이처럼 리더십 불확실성이 확대될 경우 농지비 체계나 배당 정책의 합리적 조정 논의 역시 탄력을 받기 어려울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특히 중앙회가 올해 ‘생산적 금융 전환’을 강조하며 농업 지원 확대를 예고한 만큼 농지비 부담이 추가 확대될 가능성도 거론된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농지비와 배당금 구조는 단순 비용이 아니라 지배구조와 직결된 사안”이라며 “중앙회 리스크가 지속되면 금융지주 가치에 할인 요인으로 작용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농지비와 관련해 농협금융 관계자는 본지에 “농협법에 의거해 금융 사업에서 발생한 이익으로 농업인과 조합의 자율적인 경제활동 지원하고 있다”면서 “매출액의 ‘1000분의 25’ 범위에서 농지비를 부과할 수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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