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마이데일리 = 최주연 기자] 카드업계의 배당 정책이 순이익 흐름과 엇갈리고 있다. 지난해 대형 카드사 대부분이 실적 둔화를 겪은 가운데, 배당에 대한 판단은 회사별로 뚜렷하게 갈렸다. 순이익의 증감보다 자본 여력과 향후 리스크를 어떻게 해석했는지가 배당 정책을 좌우했다는 평가다.
같은 업황 속에서도 KB국민카드는 배당을 재개하며 ‘회복 신호’를 택한 반면, 순이익이 증가한 현대카드는 배당을 대폭 축소하며 보수적 재무 전략을 선택했다.
11일 카드업계에 따르면 삼성·신한·현대·KB국민카드 등 대형 카드사 4곳의 지난해 합산 순이익은 1조8031억원으로 전년 대비 7.8% 감소했다. 가맹점 수수료율 인하, 카드론 규제 강화, 금리 상승에 따른 이자비용 증가가 동시에 작용하며 업권 전반의 수익성이 후퇴했다.

◇ 실적 감소에도 ‘배당 재개’…KB의 선택
KB국민카드는 배당을 재개했다. 국민카드는 지난해 보통주 1주당 2174원의 현금배당을 결정했다. 배당 총액은 2000억800만원으로, 회계연도 기준 2023년 이후 2년 만이다.
국민카드는 KB금융지주가 지분 100%를 보유하고 있다. 이 때문에 배당금 전액은 KB금융이 전액 받게 됐다.
국민카드의 지난해 순익은 3302억원으로 전년 대비 18% 감소했다. 실적만 놓고 보면 배당 재개가 부담스러울 수 있는 상황이지만, 회사는 순이익보다 자본 안정성 회복에 무게를 뒀다는 분석이 나온다. 지난해 당기순이익(3302억원)을 반영한 배당성향은 약 60%다.
배당성향은 당기순이익 대비 현금배당 총액의 비율로, 배당성향이 낮을수록 내부 유보가 늘어나고, 반대로 과도하게 높을 경우 자본 여력을 약화시킬 수 있다.
국민카드의 자기자본비율은 19.5%로 전년(18.3%) 대비 1.2%포인트(p) 상승했고, 연체율은 전 분기(1.21%) 대비 0.23%p 하락한 0.98%를 기록했다.
이 기간 고정이하여신(NPL)비율도 전 분기(1.11%) 대비 0.17%p 하락한 0.94%로 건전성 지표는 개선된 것으로 보인다. 업계에서는 이를 두고 ‘이익 감소에도 불구하고, 건전성 지표 개선을 통해 배당 여력이 회복됐다는 내부 판단이 작용했다’는 해석이 나온다.
◇ 순익 늘었지만 배당은 축소…현대의 리스크 관리
반면 현대카드는 이익 증가에도 배당을 줄였다. 현대카드의 지난해 순이익은 3503억원으로 전년 대비 10.7% 증가해 대형 카드사 가운데 유일하게 실적이 개선됐다. 그럼에도 지난해 말 배당 총액은 1060억6755만원으로 전년(1543억6760억원) 대비 약 31% 축소했다.
순익 증가에도 배당 총액을 대폭 감소한 탓에 배당성향은 큰 폭 축소했을 것으로 예측된다. 현대카드는 2022년 현금배당 재개 이후 배당 규모를 단계적으로 확대해왔고, 배당성향이 50% 안팎을 유지해왔다. 회사 측은 “배당은 재무건전성과 배당 여력 등 종합적인 판단을 통해 배당 규모를 결정”한다고 밝혔다.
과거 높은 배당성향 유지에 따른 재무 부담 누적과 동시에 향후 업황 불확실성에 대비해 자본 여력을 선제적으로 확보하려는 판단이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현대카드는 지난해 말 기준 1개월 이상 연체율이 직전 분기와 동일한 0.79%(대환 미상환 금액 미포함)로 5년 연속 업계 최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이번 배당 축소는 재무건전성의 부실 신호라기보다는 카드업황 불황에 따른 선제적인 리스크 관리로 해석된다.
◇ 신한 ‘이익 연동’, 삼성 ‘견조한 환원 정책’
신한카드는 순이익 감소 흐름 속에서 보수적 기조를 유지했다. 신한카드의 지난해 순이익은 4767억원으로 전년 대비 16.7% 줄었고, 배당 총액도 전년(2860억원) 대비 17% 감소한 2384억원으로 같은 폭 감소했다. 배당성향은 50%로 유지했지만, 순익 감소가 그대로 배당 축소로 이어진 전형적인 ‘이익 연동형’ 결정이다.
삼성카드는 배당을 확대하진 않았지만 견조한 주주환원 기조를 유지했다. 지난해 순이익이 6459억원으로 전년(6646억원) 대비 2.8% 감소했음에도 보통주 1주당 2800원의 배당을 전년과 동일하게 결정했다. 순이익이 줄었지만 배당을 유지하면서 배당성향은 △2022년 42.9% △2023년 43.8% △2024년 45% △2025년 46.4%로 4년 연속 상승했다.
삼성카드 관계자는 “앞으로도 배당 성향을 안정적으로 유지하고, 이익 성장에 따라 주당 배당금을 확대하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면서 “회사 성과가 투자자와 공정하게 분배할 것”이라고 밝혔다.
◇ “배당은 이익이 아닌 자본 체력의 문제”
업계에서는 카드사 배당 정책이 순이익보다 자본 체력과 리스크 인식을 반영하는 방향으로 재편되고 있다고 본다.
한 카드업계 관계자는 “같은 실적 감소 국면에서도 국민카드는 ‘회복된 건전성’을, 현대와 신한은 ‘앞으로의 불확실성’을 더 크게 본 것”이라며 “배당은 이제 이익 규모보다 각 사의 체력과 전략적 판단 차이를 보여주는 지표가 되고 있다”고 말했다.
가맹점 수수료 인하와 대출 규제, 금리 변동성 등 구조적 부담이 지속되는 상황에서, 카드사들의 배당 정책은 당분간 실적보다 자본 관리 전략에 더 민감하게 반응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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