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마이데일리 = 윤진웅 기자] 김정관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이 ‘한국 고액 자산가 해외 유출’ 관련 통계 인용을 둘러싼 논란과 관련해 대한상공회의소에 대한 감사를 즉각 착수하겠다고 밝혔다. 정부는 자료 작성·검증·배포 전 과정의 문제를 짚겠다는 입장이고, 대한상의는 법정단체로서 책임을 인정하며 공개 사과와 내부 시스템 전면 재정비를 약속했다.
김정관 장관은 9일 서울 종로구 한국무역보험공사에서 열린 ‘6개 경제단체 긴급 현안 점검 회의’ 모두발언에서 “해당 보도자료의 작성, 검증, 배포 전 과정에 대해 즉각 감사를 시작했다”며 “감사 결과에 따라 담당자에 엄중히 책임을 묻겠다”고 말했다. 그는 주무부처 장관으로서 국민에게 사과의 뜻도 표했다.
논란의 핵심은 대한상의가 지난 3일 배포한 ‘상속세수 전망 분석 및 납부 방식 다양화 효과 연구’ 보도자료에 인용된 통계의 신뢰성이다. 대한상의는 해외 이민 컨설팅사의 추계를 근거로 지난해 한국을 떠난 고액 자산가가 2400명으로 전년 대비 두 배 증가했고, 그 원인으로 상속세 부담을 지목했다. 그러나 정부는 해당 자료가 전문 조사기관의 공식 통계가 아니며, 원문 어디에도 ‘상속세로 인한 이민’이라는 인과관계가 명시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국세청 통계를 기준으로 하면 연평균 고액 자산가 해외 이주는 139명 수준이라는 설명이다.
김 장관은 “정책 목적이 어떠하든 신뢰할 수 없는 자료를 사용하는 것은 공적 역할을 수행하는 법정단체가 해서는 안 될 일”이라며, 다른 경제단체들에도 사실 검증 책임을 강화할 것을 촉구했다. 아울러 정부와 경제계 간 소통 강화를 위해 이달 말부터 정책 간담회를 정례화하겠다고 했다.
대한상의는 같은 날 재차 공개 사과했다. 박일준 상근부회장은 회의에서 “통계 방식과 전문성 논란이 있는 외부 자료를 충분히 검증하지 못한 점은 명백한 잘못”이라며 고개를 숙였다. 이어 “내부 시스템을 전면 재정비하고 잃어버린 신뢰 회복에 나서겠다”고 덧붙였다.
대한상의는 구체적인 재발 방지책도 내놨다. 조사·연구 인력을 대상으로 통계 검증 교육을 즉시 시행하고, 다층적 사실 확인을 의무화한다. 통계 분석 역량을 갖춘 임원을 팩트체크 책임자로 지정하고, 외부 전문가의 추가 검증 절차도 도입하기로 했다.
이번 사안을 두고 재계 안팎에서는 서로 다른 해석이 나온다. 통계 인용의 부실을 바로잡는 과정이라는 평가와 함께, 상속세 제도 논의 과정에서 정책 신뢰와 표현의 자유 사이 균형이 중요하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정부는 “사실 검증과 책임 원칙에 따른 조치”라는 입장인 반면, 경제계 일각에서는 향후 제도 개선 논의가 위축되지 않도록 객관적 데이터에 기반한 공론장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를 내고 있다.
재계 관계자는 “정부와 대한상의 모두 이번 논란을 계기로 통계 신뢰성 제고와 정책 소통 구조를 개선하겠다고 밝힌 만큼, 후속 감사 결과와 제도 논의의 향방을 지켜봐야 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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