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위크=권정두 기자 국내 가상자산 거래소 업계 2위의 위상을 자랑하는 빗썸이 이벤트 보상 오지급으로 거센 파문에 휩싸였다. 총 62만원을 지급했어야 했는데, 무려 62조원에 달하는 62만 비트코인을 지급하는 대형사고를 친 것이다. 오지급된 비트코인은 대부분 회수됐으나, 워낙 규모가 컸던 탓에 여전히 회수되지 않은 금액이 상당하고 이미 처분이 이뤄진 경우도 적지 않은 등 수습이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이번 초유의 사태와 관련한 쟁점들을 짚어본다.
Q 1. 보유한 것보다 훨씬 많은 비트코인은 어떻게 지급될 수 있었나
큰 파문을 몰고 온 오지급 사태가 발생한 건 지난 6일 저녁 7시쯤이다. 빗썸은 마케팅 차원에서 다양한 이벤트를 진행 중이며, 보유 포인트로 응모하면 여러 보상혜택 중 하나를 무작위로 지급하는 ‘랜덤박스’도 그중 하나다. 빗썸은 ‘랜덤박스’ 이벤트 참가자 249명에게 총 62만원의 보상을 지급했어야 했는데, ‘원’을 ‘비트코인’으로 잘못 입력해 총 62만 비트코인을 지급하고 말았다. 1비트코인 시세를 1억원으로만 잡아도 62조원에 해당하는 규모다. 2,000원을 받았어야 할 참가자가 약 2,000억원에 해당하는 2,000비트코인을 받은 것이다.
이는 빗썸이 보유 중인 비트코인보다도 훨씬 많은 수량이었다. 지난해 3분기 기준 빗썸 소유 비트코인은 175개에 불과하다. 이용자들로부터 위탁받아 보관 중인 비트코인도 4만2,619개였다. 지난해 3분기 기준 빗썸 소유 비트코인의 3,500배 이상이 보상으로 지급된 셈이다. 또한 실재하지 않는 비트코인이 지급된 것이기도 했다.
이것이 가능했던 건 ‘장부 거래’ 시스템 때문이다. ‘중앙화 거래소’인 빗썸에선 가상자산 거래 시 실제 가상자산이 오가지 않고 장부상 잔고만 변경된다. 이후 정산 절차를 통해 장부와 실제 가상자산을 맞추는 것으로, 이를 ‘장부 거래’라 한다. 이는 비단 빗썸만이 아니라 업계 1위 업비트 등 중앙화 거래소 모두 취하고 있는 방식이다. 은행과 증권사 등 전통적인 금융기관에서도 오랜 기간 활용해왔다.
따라서 이번 사태가 ‘장부 거래’에서 비롯된 문제로 보긴 어렵다는 게 전반적인 평가다. 빗썸이 어처구니없는 실수 혹은 의도적인 범죄를 막기 위한 내부통제 시스템을 충분히 구축하지 못하고 있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빗썸 측은 오지급 사태 이후 공지사항을 통해 “고객 자산 이동 및 리워드 지급 시 2단계 이상의 결재가 실행되도록 일부 누락됐던 프로세스를 보완하겠다”고 밝혔다.
Q 2. 오지급된 비트코인, 모두 회수 가능할까
빗썸은 사상 초유의 실수를 20여분 뒤 인지했고, 계좌 동결 등의 조치가 이뤄지기까진 20여분 가량이 더 소요됐다. 그런데 뜻밖의 가상자산을 받은 이용자 중 일부는 이러한 조치가 이뤄지기 전에 이를 처분하기도 했다. 처분된 비트코인은 1,788개다. 빗썸은 오지급된 나머지 비트코인 61만8,212개는 회수했고, 처분된 1,788개에 대해선 자체 보유 가상자산을 투입해 고객 예치 자산과 거래소 보유 자산의 정합성을 100% 확보해 둔 상태다.
처분된 비트코인 중 93%에 해당하는 규모도 회수했다. 하지만 비트코인 125개는 아직 회수가 이뤄지지 않았다.
문제는 처분된 비트코인의 경우 시세 변동으로 인해 100% 회수가 쉽지 않다는 점이다. 실제 빗썸은 원화나 다른 가상자산 형태로 회수하기도 한 것으로 알려진다. 이 경우 어떤 식으로든 차액이 발생할 수밖에 없다. 때문에 회수를 위해선 빗썸이 차액을 감수하거나 보상하는 등의 방식으로 고객과의 협의가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이와 관련해 빗썸 관계자는 “현재는 구체적인 내용을 밝히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답했다.
Q 3. 돌려주지 않으면 불법일까
‘뜻밖의 횡재’를 한 고객이 오지급된 비트코인의 회수에 응하지 않을 가능성도 존재한다. 다만, 이 경우 법적 대응을 통해 최종적으로는 회수가 가능할 것이란 전망에 무게가 실린다.
이번 오지급 사태는 기존 금융권에서도 자주 발생하는 ‘착오 송금’ 성격으로 볼 수 있다. 계좌번호나 금액 등을 잘못 입력해 송금하는 것인데, 모바일뱅킹 이용이 크게 늘면서 이 같은 사례도 꾸준히 늘고 있다. 예금보험공사 차원에서 ‘착오 송금 반환지원 제도’를 운영하고 있을 정도다.
통상 ‘착오 송금’의 반환을 거부하는 경우엔 민사소송에 해당하는 부당이득반환소송을 거쳐 돌려받을 수 있다. 빗썸 역시 유사한 경우로 소송을 통한 회수는 충분히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또 하나의 쟁점은 형사처벌 가능성이다. 오지급된 비트코인을 처분하거나 회수에 응하지 않은 경우 횡령죄 적용이 가능한지 여부다. 이와 관련해선 과거 유사한 판례가 존재하는데, 당시엔 비트코인을 ‘재물’로 인정하지 않으면서 무죄 판단이 내려졌다. 하지만 최근엔 가상자산 관련 법제화가 이뤄진 만큼, 재물 여부에 대한 판단이 바뀔 여지가 크다.
과거 한 증권회사에서 벌어진 사례에 비춰보면 형사처벌 가능성에 더욱 무게가 실린다. A증권사는 과거 우리사주 보유 직원에게 배당금을 지급하는 과정에서 주당 ‘1,000원’이 아닌 ‘1,000주’를 지급하는 실수를 저질렀고, 이를 받은 직원 중 일부가 대거 처분에 나서면서 주가가 급락하는 파문이 일었다. 이에 당시 23명의 직원이 해고와 정직 등의 중징계를 받았고, 일부는 형사 고소돼 징역형과 벌금형 등을 받은 바 있다.
빗썸으로부터 오지급된 비트코인을 받은 이용자들이 이벤트 참여시 2,000원~5만원의 보상이 지급되는 걸 사전에 인지하고 있었다는 점 역시 형사처벌 가능성을 더한다.
다만, 법적 대응은 빗썸에게도 부담이 될 수 있다. 빗썸은 일단 협의와 설득을 통해 사태를 수습하는데 주력할 방침이다.
Q 4. 빗썸에 대한 제재는 가능할까
금융당국은 이번 사태를 상당히 엄중하게 보고 있다. 사태 직후 곧장 현장 점검에 착수한 상태이며, 위법사항이 발견될 경우 정식 검사에 돌입하고 관련 법규에 따라 엄중 조치하는 등 적극적인 후속조치에 나설 방침이다. 뿐만 아니라, 모든 가상자산 거래소를 대상으로 내부통제 전수 점검에 나서는 등 파장이 커지고 있다.
특히 이찬진 금융감독원장은 9일 기자간담회를 통해 “빗썸 사태는 가상자산 거래소 장부 시스템의 구조적 문제를 적나라하게 보여준 사례로 정말 심각하게 보고 있다”고 지적하며 “규제 감독 체계를 만들고 그럼에도 해결되지 않을 경우 인허가에 반영하는 것을 실무적으로 논의 중”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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