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마이데일리 = 김희수 기자] KBO에서 충분히 통할 무기를 갖고 있다. 그 무기를 어떻게 활용할지만 고민하면 된다.
롯데 자이언츠의 2025시즌을 돌아봤을 때 가장 뼈아프게 남는 이름은 단연 터커 데이비슨이다. 데이비슨은 22경기에 등판해 10승 5패 ERA 3.65라는 무난한 성적을 기록했지만, 상위권 경쟁에서 치고 나갈 변수를 만들고자 했던 팀의 판단하에 시즌을 완주하지 못하고 롯데를 떠나게 됐다. 그러나 공교롭게도 데이비슨의 이탈 이후 롯데가 하락세에 빠지면서 결국 서로에게 아쉬운 엔딩이 나고 말았다.
그래서 올해 롯데의 외국인 선발투수들에게는 유독 눈길이 간다. 김태형 감독 역시 타이난으로 출국하기 전 공항에서 기자들과 만나 “웬만하면 외국인 투수는 안 바꿔야 하지 않겠나”라는 자조적인 멘트를 남겼을 정도다. 당연히 외국인 투수들의 활약상이 시즌에 지대한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두 명의 외국인 투수 중 엘빈 로드리게스는 1998년생의 우완 강속구 투수로, 2015년부터 마이너리그와 MLB, NPB 무대를 고루 누빈 선수다. 현재 스프링캠프에서도 좋은 퍼포먼스를 유지하고 있어 많은 기대를 받고 있는 자원이다.
엘빈은 과연 롯데의 에이스가 될 자질을 갖춘 선수일까. 베이스볼 레퍼런스와 베이스볼 서번트의 다양한 데이터들을 통해 엘빈을 조금 더 자세히 파헤쳐봤다.
우선 MLB에서의 성적은 아쉬움이 남는다. 3시즌 동안 15경기에 등판했고, 이 중 선발 등판은 7경기였다. ERA는 9.40이었고, 9이닝당 사사구도 3.8개로 다소 많았다. 가장 큰 문제는 피홈런이었다. 총 21개의 홈런을 내주면서 9이닝당 피홈런 3.62개를 내줬다. 지난 2025시즌만 봐도 트리플A와 MLB를 거치며 65이닝을 소화한 엘빈은 21개의 홈런을 맞았다. 9이닝당 2.9개의 피홈런이다.
그렇다면 엘빈은 왜 이렇게 많은 피홈런을 내줬을까. 구사 비율이 46%에 달하는 직구의 문제일까. 구위만 봤을 때는 전혀 그렇지 않다. 지난 시즌 엘빈의 직구 평속은 시속 94.4마일(약 152km/h)이었고, 수직 무브먼트 역시 리그 평균보다 살짝 좋은 수준이었다. 헛스윙률도 24.1%로 높았다. 직구의 구위 자체는 MLB 기준으로도 준수했다는 의미다.
그런데 지난 시즌의 엘빈은 유독 강한 타구를 많이 허용하는 투수였다. 타구 속도가 95마일 이상 나오는 비율인 하드 히트 퍼센티지(HardH%)는 48.4%에 달하고, 타구 속도 98마일 이상에 발사각 26~30도 내외로 장타를 허용할 가능성이 높은 비율인 배럴 타구 비율(Barrel%)은 20.3%다. HardH%의 리그 평균은 39%, Barrel%의 평균은 8% 내외인 것을 감안하면 MLB 레벨에서는 완전히 받쳐놓고 치는 볼들을 던졌다는 것이다.

좋은 구위를 가졌음에도 강한 타구를 많이 내준 이유는 엘빈이 무난하게 스트라이크를 잡으러 들어가는 상황에 직구를 너무 많이 썼기 때문으로 해석된다. 실제로 엘빈은 0-0 카운트에서의 직구 구사율이 47.2%로 자신의 평균 직구 구사율(46%)보다 다소 높았고, 쓰리 볼 상황에서의 직구 구사율은 55.2%까지 치솟았다. 즉 스트라이크를 무난하게 잡으러 들어오는 타이밍에 직구 비율이 높아지니 구위가 아무리 좋아도 MLB 레벨에서는 노림수에 통타당한 것이다.
실제로 직구로 아웃카운트를 잡아내는 풋어웨이 퍼센티지는 22.5%로 평균 이상이었던 엘빈이다. 결정적인 순간이 아닌 무난한 카운트 싸움 상황에서 이른바 ‘흘리는 볼’이 너무 많았기 때문에 자신의 구위를 성적으로 직결시키지 못한 셈이다.
MLB에 비해 KBO 타자들의 빠른 볼 대처 능력은 평균적으로 떨어진다. 엘빈이 자신의 구위를 보여줄 수만 있으면 MLB에서보다는 훨씬 수월하게 힘 싸움에서 우위를 점할 수 있다. 대신 직구로 편하게 카운트를 잡아가려고 했던 부분은 KBO 레벨에서도 후벼 파일 수 있는 약점임을 인지하고 자신의 구위를 보다 신중하고 영리하게 활용할 수 있는 방법을 찾을 필요가 있는 엘빈이다.
상대적으로 공격력에 집중하며 내야 수비가 약해질 전망인 롯데와 땅볼 비율이 낮은(2025시즌 땅볼 비율 18.8%) 플라이볼러 엘빈은 전반적인 궁합 역시 나쁘지 않다. 자신의 화끈한 구위를 영리하게만 살린다면, 사직을 열광시키는 에이스가 될 자질은 충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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