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통합은 명분이 아니라 권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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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임경제] 대전·충남 행정통합 논의가 분수령에 섰다. 통합을 둘러싼 논쟁은 더 이상 찬반의 문제가 아니다. '어떤 통합인가'라는 본질의 문제다. 이장우 대전시장과 김태흠 충남지사가 통합의 전제 조건으로 재정·권한의 과감한 지방 이양을 거듭 강조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두 단체장은 "재정과 권한 없는 통합은 의미가 없다"며 한목소리를 내고 있다. 행정구역을 단순히 하나로 묶는 것이 통합의 목표가 아니라, 지방이 스스로 결정하고 책임질 수 있는 실질적 자치권을 확보하는 것이 핵심이라는 점에서다. 

그러나 더불어민주당이 발의한 '충남·대전 통합특별시 설치 법안'은 이 본질을 비켜 갔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김태흠 지사의 표현처럼, 재정과 권한 이양이 빠진 통합은 "그럴듯하게 포장된 무늬만 지방자치"에 불과하다.

특히, 재정 분권은 통합의 성패를 가르는 절대 조건이다. 충남·대전이 요구하는 양도소득세 100%, 법인세 50%, 부가가치세 일부 이양은 단순한 정치적 요구가 아니다. 연간 8조~9조 원 규모의 안정적인 재원이 확보돼야 특별시의 지속 가능성이 담보되고, 중앙 의존 구조에서도 벗어날 수 있다. 

반면 민주당안은 양도소득세 100% 이양에 그쳐 국세 이양 규모가 약 3조7000억원 수준에 불과하다. '통합은 하되 재정은 중앙이 쥐고 가겠다'는 기존 중앙집권 논리를 반복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권한 이양 문제도 크게 다르지 않다. 예비타당성 조사, 대규모 투자심사, 개발 인허가, 농업진흥지역 지정·해제 등 지역의 미래를 좌우할 핵심 권한이 여전히 중앙에 묶여 있다면 통합 이후에도 지방은 '허락받는 행정'에서 벗어날 수 없다. 법안 곳곳에 반복되는 '할 수 있다', '협의가 필요하다'는 임의 규정은 자치권이 아니라 재량 통제에 가깝다.

형평성 문제 역시 논란을 키우고 있다. 광주·전남 통합 법안에는 권한 이양을 '의무'로 명시한 조항이 다수 포함돼 있는 반면, 충남·대전 통합안은 현저히 낮은 수준에 머물러 있다. 지역마다 다른 기준을 적용한 통합은 국가 균형발전이 아니라 또 다른 지역 갈등을 낳을 수밖에 없다.

시민 여론도 심상치 않다. 최근 열린 대전시 타운홀 미팅에서는 "통합 자체보다 내용이 문제"라는 비판이 잇따랐다. 통합의 필요성에는 공감하면서도, 시민 동의 없는 졸속 추진과 알맹이 빠진 특별법에 대한 불신이 공개적으로 드러났다. 시의회 홈페이지에 접수된 1500건이 넘는 반대 의견은 이러한 민심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행정통합은 목적이 아니라 수단이다. 지방 소멸을 막고 수도권 일극 체제를 극복하기 위한 수단이다. 그 출발점은 명확하다. 중앙이 쥐고 있는 재정과 권한을 얼마나 과감하게 지방으로 내려놓을 것인가다. 이 질문에 답하지 못한 통합은 시작부터 실패가 예정된 통합이다. 지금 대전·충남 행정통합에 필요한 것은 속도가 아니라, 본질에 대한 정치적 결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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