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위크=권정두 기자 한국마사회가 오랜 지연과 우여곡절 끝에 신임 회장을 맞았다. 과거 더불어시민당 창당을 주도하고, 조국혁신당 비상대책위원회 위원을 지내기도 한 우희종 서울대학교 수의과대학 명예교수가 새로운 수장으로 선임된 것이다. 하지만 우희종 신임 회장은 첫 출근과 취임식이 무산되는 등 출발부터 험로를 마주하고 있다.
◇ 우희종 신임 회장, 취임하자마자 ‘난제’ 직면
한국마사회 신임 회장이 마침내 선임됐다. 우희종 서울대 수의화대학 명예교수가 그 주인공이다. 앞서 유력 후보로 거론된 바 있는 그는 과거 더불어민주당 위성정당인 더불어시민당 창당을 주도해 공동대표를 맡았으며, 이후 조국혁신당 비대위원으로 활동하기도 했다. 더 먼 과거로 거슬러 올라가면, 이명박 정부 시절 광우병 문제를 적극 제기한 바 있다. 대표적인 진보 학자라는 평가 속에 사회적 목소리를 내왔고, 국회의원 등 공직을 지내진 않았지만 정치권에서도 활동한 인물이다.
이로써 한국마사회는 마침내 신임 회장을 맞게 됐다. 한국마사회는 전임인 정기환 전 회장의 임기가 지난해 2월 만료된 바 있다. 이에 2024년 12월 후임 회장 인선을 위한 임원추천위원회를 구성했고, 지난해 2월엔 공모에 나섰다. 하지만 당시 비상계엄 사태로 정국이 극심한 혼란에 빠지면서 결국 선임이 무산됐다. 이 과정에서 검찰 및 정치인 출신이자 윤석열 전 대통령과 가까운 것으로 알려진 바 있는 인물의 선임을 강행하는 움직임이 나타나 거센 ‘알박기’ 논란에 휩싸이기도 했다.
이후 이재명 정부가 대통령직 인수위원회 기간 없이 출범해 한동안 내각구성이 이뤄지고, 국회 국정감사가 이어지면서 한국마사회 회장 선임 절차는 한동안 재개되지 못했다. 그러다 지난해 11월 원점으로 돌아가 다시 공모를 냈고, 이번에 최종 선임까지 이르게 됐다. 이에 따라 임기를 마치고도 1년가량 더 자리를 지켜왔던 정기환 전 회장도 비로소 물러나게 됐다. 정기환 전 회장은 문재인 정부 시절 취임해 윤석열 정부를 거쳐 이재명 정부까지 3개 정권을 거치는 진풍경을 남기기도 했다.
이처럼 오랜 지연과 우여곡절을 뒤로 하고 새롭게 한국마사회를 이끌게 된 우희종 회장은 뜻밖의 변수로 출발부터 험로를 마주하고 있다.
발단은 한국마사회 회장으로 선임되기 일주일 전 정부가 발표한 부동산 공급대책이다. 정부는 수도권에 6만 가구를 공급하는 부동산 대책을 내놓았는데, 여기엔 과천에 위치한 경마공원(렛츠런파크 서울)과 인근 방첩사령부 부지도 포함됐다. 경마공원을 이전하고, 해당 부지에 9,800가구 규모의 주택을 공급한다는 것이다.
이에 한국마사회 내부에선 거센 반발이 터져 나오고 있다. 정부가 어떠한 논의나 대책 없이 경마공원 이전을 일방적으로 결정 및 발표했고, 경마공원 이전 시 기관의 존립이 위태로워질 수 있다는 게 한국마사회 노조의 주장이다. 또한 대부분 주말 및 단시간 근무로 일하고 있는 많은 노동자들이 일자리를 잃는 등 생계를 위협받을 수 있다고도 지적한다.
이런 가운데, 한국마사회 노조는 우희종 신임 회장 선임 첫날부터 더욱 본격적인 투쟁에 돌입했다. 지난 5일 오전엔 한국마사회 본관 앞에서 집회를 열고 우희종 회장의 첫 출근을 가로막았으며, 오후엔 긴급총회를 열어 투쟁을 결의했다. 노조는 투쟁결의문을 통해 “2만4,000여명 말산업 종사자의 삶과 일터를 흔들고, 수십년간 국민과 함께해 온 한국경마의 심장을 파괴하는 행정 폭거”라고 지적하는 한편 “어떠한 이전·개발 논의에도 응하지 않을 것이며 정부는 경마공원 이전 시도를 중단한 뒤 경마와 말 산업의 지속 가능한 발전이 가능토록 지원 대책을 마련하라”고 촉구했다. 또한 사측에 대해서도 “정부 방침을 수용하거나 이전 논의를 진전시킬 경우 노조는 전면 투쟁에 돌입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취임하자마자 거센 논란에 직면하며 첫 출근마저 저지된 우희종 회장은 한국마사회 내부 반발에 공감한다는 뜻을 밝히기도 했다. 첫 출근일 전날 SNS를 통해 “노조 반발은 당연하다”고 언급했다. 주거안정을 위한 국가 주택공급대책에 동의하지 않을 이는 없지만, 그 과정에 문제가 있었다는 게 우희종 회장의 지적이다.
이어 “국토부, 농식품부, 과천시, 노조, 경마이용자, 지역주민 등이 함께 검토하는 공론 구조를 마련할 필요가 있다”며 “그렇게 경제적 사회적 타당성이 검토된 구체적 자료를 근거로 진행 내지 반대 입장을 정하면 된다”고 밝혔다. 아울러 노조를 향해서는 “정책을 결정한 국토부와 농식품부에 항의라면 모를까, 굳이 마사회 집행부와 갈등할 이유는 없다”고 언급했다. 다만, 우희종 회장은 첫 출근길을 가로막은 노조의 ‘서울경마공원 이전계획 철회 탄원서’ 서명 요구에는 응하지 않았다.
경마공원 이전을 둘러싼 논란과 갈등은 한동안 지속 및 확대되는 것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한국마사회 노조 뿐 아니라 지역사회 등에서도 반발이 거센데, 정부가 이를 전격 철회하기도 어려워 보이기 때문이다. 다른 지역까지 파장이 확산되고, 부동산 대책 전반이 흔들릴 수 있다는 점에서다.
취임과 동시에 난제를 마주하게 된 우희종 회장이 이를 어떻게 타개해나갈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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