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임경제] 한국 대학의 교실은 이미 오래전부터 갈라져 있다. 우수한 학생들은 수도권으로 몰리고, 그들이 모인 대학에서는 팀워크 중심 수업이나 프로젝트·토론 수업이 비교적 자연스럽게 작동한다. 반면 다수의 지역 대학에는 졸업장을 목표로 한 대학에 진학한 학생들이 남는다. 참여형 수업에 익숙하지 않고, 팀 작업 경험도 부족한 경우가 적지 않다. 이는 개인의 태도 문제가 아니라, 오랜 교육 환경의 누적된 결과다.
문제는 이러한 학생 구성의 차이가 대학 수업 방식의 차이로까지 이어지고 있다는 점이다. "학생이 다른데 수업 방식도 달라야 하지 않느냐"는 주장은 현장을 아는 사람일수록 쉽게 꺼내는 말이다. 참여형 수업은 상위권 대학에서나 가능하고, 지역 대학에서는 무리라는 인식도 여전히 강하다. 그러나 이 논리는 대학 교육의 역할을 근본적으로 오해하고 있다.
학생의 출발선이 다르다는 이유로 수업 방식까지 달라진다면, 대학은 격차를 줄이는 기관이 아니라 격차를 고착화하는 공간이 된다. 교육은 현실을 반영해야 하지만, 동시에 현실을 넘어서도록 설계돼야 한다. 특히 AI 시대의 대학은 더 이상 지식을 전달하는 공간이 아니다. 지식은 이미 교실 밖에 넘쳐난다. 대학이 해야 할 일은 함께 일하는 방법을 연습시키는 것이다.
팀 안에서 역할을 맡고, 문제를 정의하고, 갈등을 조정하며 결과를 만들어보는 경험은 곧 사회 직장생활의 축소판이다. 이 경험은 '이미 잘하는 학생'을 위한 훈련이 아니라, 오히려 경험이 부족한 학생일수록 반드시 거쳐야 할 과정이다. 참여형 수업은 선택 과목이 아니라, 기본 교육 방식이 되어야 한다.
특히 대학 수업은 지역 기업의 현실과 더 깊게 연결될 필요가 있다. 지역 기업들은 인력난과 기획·기술 역량 부족을 동시에 호소하지만, 대학의 수업은 여전히 교실 안에 머무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기업의 애로사항은 가장 현실적인 문제 기반 학습의 출발점이다. 대학이 지역 기업의 실제 문제를 수업 과제로 삼고, 학생들이 팀을 이뤄 해결 방안을 모색한다면 수업은 곧 실무 경험이 된다.
이러한 경험은 졸업 후 취업과의 연결을 '예외적인 성공 사례'가 아니라 '자연스러운 경로'로 만든다. 학생은 이미 해당 기업의 문제를 고민해본 사람이고, 기업은 학생의 역량을 미리 확인한 주체가 된다. 처음 만나는 낯선 기업이 아니라, 대학 시절부터 알고 있던 기업으로 접근하는 구조다. 규모가 작은 기업일수록 이 효과는 더욱 크다.
그럼에도 참여형·연계형 수업이 확산되지 못하는 이유는 분명하다. 대학에서 강의를 맡은 교수자는 학생을 평가하는 동시에, 학생으로부터 수업평가를 받는다. 참여형 수업을 부담스러워하는 학생 입장에서는 듣기 편한 강의식 수업이 선호될 수밖에 없다. 질문과 조별 과제가 없는 수업은 만족도가 높게 나타나기 쉽다. 결국 학생들이 찾지 않는 수업은 존치하기 어렵고, 강의자는 평가 점수를 의식할 수밖에 없는 구조에 놓인다.
이 구조 속에서 참여형 수업은 늘 불리하다. 준비 시간은 더 많이 들고, 불만도 더 많이 제기된다. 그러나 듣기 편한 수업은 학생의 만족도를 높일 수는 있어도, 사회 진출을 준비시키지는 못한다. 사회는 강의식으로 움직이지 않기 때문이다.
그래서 필요한 것은 개인 교수자의 용기가 아니라 대학 차원의 제도적 선택이다. 참여형·연계형 수업을 시도하는 교원이 평가에서 불이익을 받지 않도록 보호하고, 기업 연계 수업을 정규 교육의 중심에 놓는 기준이 필요하다. 어느 대학에 가든, 어느 지역에 있든, 대학 수업의 기본 방향은 참여형·팀워크 중심이라는 최소한의 표준화가 요구된다. 학생들의 참여도가 낮고 결과물의 질이 기대에 미치지 못하더라도, 수업 방식만큼은 같아야 한다.
지역 대학 학생들이 팀워크에 약하다는 사실은 참여형 수업을 포기해야 할 이유가 아니다. 오히려 반드시 해야 할 이유다. 대학은 이미 잘하는 학생을 더 잘하게 만드는 곳이 아니라, 부족한 학생이 연습할 수 있도록 돕는 공간이어야 한다. 실패해도 되는 교실, 서툴러도 괜찮은 기업 연계 프로젝트 경험은 사회 진출의 충격을 줄여준다.
이제 대학은 선택의 기로에 서 있다. 학생 만족도를 우선하는 '편한 수업'을 유지할 것인가, 아니면 단기적인 불편을 감수하더라도 사회와 연결된 교육을 할 것인가. 이 선택을 개인에게 맡겨서는 안 된다. 대학과 제도, 평가 시스템이 함께 바뀌어야 한다.

학생이 다르다고 수업이 달라져서는 안 된다. 오히려 학생이 다르기 때문에 수업은 같아야 한다. 어느 대학에 가든, 대학 수업은 참여하고 협업하며 지역의 실제 문제를 다루는 경험을 제공해야 한다. 그 기준이 지켜질 때, 대학은 졸업장을 주는 공간을 넘어 사회로 이어지는 첫 번째 직장이 될 수 있다.
이윤선 인력경영학자/원광대 미래인재개발처 초빙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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