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위크=김두완 기자 전쟁은 권력자들의 선택이지만 그 대가는 청년들이 가장 먼저 치른다. 싸워야 할 이유도, 적이 누구인지도 충분히 알지 못한 채 전장에 내몰린 이들은 목숨을 담보로 처참한 현실을 견딘다. 운이 좋아 전쟁에서 살아남아도 또 다시 이들은 선택을 강요받는다. 전쟁 포로로 돌아갈 권리와, 돌아갔을 때 감내해야 할 처벌 사이에서 개인의 의사는 국가의 결정 앞에서 뒷전으로 밀린다.
우크라이나 전쟁 중 생포된 북한군 포로 두 명을 둘러싼 논쟁도 이 지점에서 출발한다. 북한으로 돌아갈 경우 예상되는 처형과 박해의 위험, 한국행을 원한다는 공개적 의사 표명, 그리고 그럼에도 1년 가까이 이어진 구금 상태는 ‘송환’이라는 말이 과연 누구를 위한 개념인지 묻게 한다. 전쟁이 끝나면 자동으로 되돌려보내는 것이 원칙이라는 통념은 이 사례 앞에서 더 이상 단순한 답이 되지 못한다.
◇ 전쟁 포로… “개인의 자유와 존엄 문제로 다뤄야”
3일 국회 의원회관 제8간담회의실에서는 ‘우크라이나 북한군 포로, 국내 송환 어떻게 해야 하나’를 주제로 한 정책 세미나가 열렸다. 이번 토론회는 유용원 국민의힘 의원이 주최했으며, 우크라이나 전쟁 중 생포된 북한군 포로 두 명의 처리 문제를 국제법·인권·외교·안보의 관점에서 종합적으로 점검하는 자리를 가졌다. 발제와 토론에는 법학자와 외교·안보 전문가, 북한 인권 단체 관계자, 현지 취재 기자들이 참여해 ‘자동송환 원칙’과 ‘포로의 자유 의사’가 충돌하는 지점을 집중적으로 다뤘다.
유용원 의원은 개회사에서 “북한군 포로 두 명은 단순한 전쟁 포로가 아니라 헌법상 대한민국 국민이자 북한의 전쟁 수행 실태를 직접 경험한 당사자”라며 “이들을 북한으로 돌려보내는 것은 생명과 인권의 심각한 위협을 방치하는 결과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특히 “이 문제는 여야를 떠난 인도적 사안”이라며 “국회 차원에서 보다 적극적인 역할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날 첫 발제를 맡은 성재호 성균관대 미래정책연구원장은 ‘종전 후 자동송환’이라는 통념부터 다시 짚었다. 성 원장은 ‘송환’이라는 용어 자체가 오해를 낳고 있다고 지적이다. 그는 “제네바협약은 전쟁 포로를 원칙적으로 본국으로 돌려보내도록 규정하고 있지만, 그 전제가 되는 것은 인도적 대우와 생명 보호”라며 “본국 송환 시 고문·처형 등 실질적 위험이 존재한다면 강제 송환은 금지된다”고 설명했다. 북한으로 돌아갈 경우 반역자로 처벌될 가능성이 높은 북한군 포로의 경우 자동송환 원칙을 기계적으로 적용할 수 없다는 것이다.
성 원장은 특히 국제법상 ‘강제송환 금지 원칙(principle of non-refoulement)’을 강조했다. 그는 “포로의 귀환 의사는 중립적 국제기구를 통해 개별적으로 확인돼야 하며 당사자의 자유 의사가 명확하다면 제3국 이전이나 보호 조치가 국제법적으로 충분히 가능하다”고 말했다. 이는 포로의 의사를 묻지 않은 채 전쟁 종결과 함께 일괄 송환하는 관행에 정면으로 문제를 제기한 발언이다.
이어 전성훈 세종연구소 객원연구위원은 외교 현실을 감안한 접근을 강조했다. 전 연구위원은 “북한군 포로의 국내 송환은 국제법적으로도, 외교적으로도 불가능한 문제가 아니다”라고 단언했다. 그는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반발 가능성에 대해 “포로는 러시아의 협상 자산이 아니라 우크라이나의 권한에 속한 사안”이라며 “두 명의 포로를 한국으로 보내는 문제로 한러 관계가 파국으로 치달을 가능성은 낮다”고 분석했다. 다만 그는 “북한 정권의 체면과 남북 관계를 고려해 정부가 저자세가 아닌 조용하지만 분명한 원칙을 갖고 접근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인권 현장의 목소리는 손광주 북한인권민간단체협의회 상임대표가 전했다. 손 대표는 국제정치의 냉혹한 현실을 전제로 “국제법은 중요하지만 실제로 문제를 움직이는 것은 국가의 의지와 힘”이라고 말했다. 그는 “한국 정부가 이 사안을 끝까지 책임지겠다는 분명한 메시지를 내지 않는다면, 국제사회도 움직이지 않는다”며 대통령실 차원의 관심 표명과 국제기구와의 적극적 협의를 촉구했다.
좌장을 맡은 김석우 북한인권시민연합 이사장은 이번 사안을 ‘인권 선도국으로서 한국의 시험대’로 규정했다. 김 이사장은 “현대 국제법은 포로를 국가의 소유물이 아니라 보호해야 할 개인으로 본다”며 “전쟁 포로 문제를 개인의 자유와 존엄의 문제로 다루는 것이 국제사회가 도달한 기준”이라고 강조했다.
민간 차원의 한계와 답답함을 가장 절절하게 드러낸 발언은 장세율 겨레얼통일연대 대표의 증언이었다. 장 대표는 “탈북민들은 북한군 포로의 심리를 누구보다 잘 안다”며 “포로가 된 순간 이미 반역자로 낙인찍히고, 가족까지 연좌의 위험에 놓인다”고 말했다. 그는 NGO 차원의 국제기구 접촉이 번번이 형식적 답변에 그치고 있다며 “이제는 국회와 정부가 전면에 나서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현장 취재 경험을 바탕으로 보다 냉정한 시각을 제시한 이는 이영종 북한 전문기자였다. 이 기자는 “김정은 정권은 이 두 명의 포로가 한국에 오는 상황을 결코 좌시하지 않을 것”이라며 “포로의 존재 자체가 체제 선전에 치명적이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그는 북한군의 강한 전투 지속력과 세뇌 구조를 언급하며 “이번 사안을 계기로 북한군 전력과 심리 통제 구조에 대한 근본적 재검토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또 다른 인권적 쟁점은 신효선 북한인권정보센터 정착지원본부 본부장이 제기했다. 신 본부장은 “언론을 통해 자유 의사가 공개된 만큼 이제는 국제적 공신력을 갖춘 절차가 필요하다”며 국제적십자위원회(ICRC)를 통한 공식 면담과 보호 등록을 제안했다. 그는 “가장 시급한 것은 한국행 여부 이전에, 이들이 북한으로 송환되지 않도록 하는 것”이라고 선을 그었다.
세미나 말미에 나온 탈북민 이병림 씨 발언은 논의를 한층 더 무겁게 만들었다. 그는 두 북한군 포로가 이미 자살을 시도한 사실을 언급하며 이를 “강제송환의 공포 속에서 나온 구조 신호”라고 표현했다. 이병림은 “지금 필요한 것은 추가 검토가 아니라 즉각적인 보호 개입”이라며 “만약 이들이 북한으로 돌아가 처형된다면, 우리는 침묵으로 그 결과에 공조한 책임을 피할 수 없다”고 경고했다.
이날 세미나는 결론보다 처리 순서를 분명히 했다. 북한으로의 송환을 먼저 차단하고, 독립적인 국제기구를 통해 포로의 자유 의사를 확인한 뒤 보호 조치를 취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 다음에야 한국 수용이나 제3국 이전 같은 외교적 선택을 논의할 수 있다는 데 참석자들의 의견은 크게 갈리지 않았다. 이 같은 기준은 이미 국제법에 규정돼 있지만, 실제 정책에서는 아직 적용되지 않고 있다. 북한군 포로 두 명의 거취가 미정인 상황에서, 이 원칙을 실행할지 여부는 결국 한국 정부의 판단에 달려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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