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마이데일리 = 이보라 기자] 올해 3조 클럽을 앞두고 있는 한국투자증권이 아시아 1위 도약을 목표로 신성장 전략을 본격 가동한다. 종합투자계좌(IMA)를 중심으로 한 자금 운용과 글로벌 IB 확장, AI·디지털 혁신 등이 핵심 성장 엔진으로 작동할 전망이다.
13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김성환 한국투자증권 사장은 지난 2일 신년사에서 올해를 아시아 1위 도약의 원년으로 선언했다. 김 사장은 올해 경영전략으로 △자본과 비즈니스의 경계 △국경의 경계 △업의 경계를 넘어설 것을 주창했다.
◇ 지난해 균형 잡힌 포트폴리오로 사상 첫 ‘2조 클럽’ 돌파

한국투자증권은 지난해 3분기 누적 기준 영업이익 1조9832억원, 순이익 1조6761억원을 기록했다. 전년 동기 대비 각각 71.2%, 60.9% 증가한 수치다.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4분기를 포함한 지난해 연간 영업이익은 전년 대비 96.8% 급증한 2조3606억원으로 추정돼 사상 처음 ‘2조 클럽’ 돌파가 기정사실화됐다.
한국투자증권의 순익이 크게 뛴 건 증시 활황 속에서 균형 잡힌 사업 포트폴리오가 결정적 역할을 한 것으로 분석된다. 지난해 3분기 기준 수익 비중은 리테일 30%, 세일즈앤트레이딩(운용) 27%, 프로젝트파이낸싱(PF) 13%, 기업금융(IB) 9%, 홀세일 9%, 기타 부문 12%로 특정 사업에 치우치지 않은 구조를 보였다.
리테일 부문에서는 개인 고객 금융상품 잔고가 빠르게 늘며 위탁매매와 금융상품 판매수익이 동반 성장했다. 지난해 3분기 기준 개인 금융상품 잔고는 81조원으로, 연초 대비 13조3000억원 증가했다. 이에 힘입어 국내외 주식 위탁매매 수수료는 직전 분기 대비 18.5%, 펀드·랩 등 금융상품 판매수수료는 31.4% 늘었다.
기업금융(IB) 부문에서도 IPO, 유상증자, 회사채 인수 등 전통 IB 전반에서 고른 실적을 냈으며, 운용 부문은 트레이딩과 대체투자가 수익을 뒷받침했다.
◇ IMA 1호 사업자 선정…자금 운용 판 커진다
한국투자증권은 지난해 1호 종합투자계좌(IMA) 사업자로 선정됐다. 대형 IB와 운용 역량을 동시에 갖춘 만큼, IMA를 통해 조달한 자금을 실제 투자 성과로 연결할 수 있는 증권사로 평가받고 있다.
IMA는 고객이 맡긴 자금을 증권사가 기업금융(회사채·대출)을 운용하고, 실적에 따라 수익을 돌려주는 구조다. 원금이 보장돼 예금처럼 안정성을 가지면서도 더 높은 수익을 추구할 수 있다. 금융위원회는 자기자본 8조원 이상인 한투증권과 미래에셋증권 2곳을 최종 허가한 바 있다.
한국투자증권은 정부 허가 이후 지난달 속전속결로 IMA 1호 상품을 연 4% 수익 구조로 선보여 흥행에 성공했다. 해당 상품은 출시 4거래일 만에 1조590억원의 자금을 끌어모으며 조기 완판됐다. 이에 따라 오는 16∼21일 두 번째 IMA 상품 모집에 나설 계획이다.
‘IMA S2’는 2년 3개월 만기의 폐쇄형 구조로, 최소 가입 금액은 100만원이다. 모집 규모는 1조원이며, 국내 인수금융과 기업대출 등 비교적 안정적인 기업금융 자산을 중심으로 운용할 예정이다.
IMA는 단순한 조달 수단을 넘어 증권사의 핵심 성장 엔진으로 활용되고 있다. 한국투자증권 관계자는 “IMA 가입 계좌의 80% 이상이 개인 고객”이라고 말했다.
◇ 협업 통한 글로벌 확장…‘플랫폼 증권사’로 진화
한국투자증권은 해외 시장 공략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직접 진출보다는 글로벌 IB·운용사와의 협업을 통해 경쟁력을 키우는 전략을 택했다. 골드만삭스, 칼라일 등과 상품·리서치 제휴를 맺고, 현지에서 설계한 펀드와 리포트를 국내 투자자에게 제공하는 방식이다.
골드만삭스와 협업한 하이일드인컴·미국 테크 펀드, 칼라일과 제휴한 비우량 대출채권담보부증권(CLO) 펀드 등은 출시 이후 양호한 성과를 내고 있다.
이에 힘입어 글로벌 자산 비중은 2023년 말 10%에서 지난해 상반기 17%로 확대됐다. 업계에서는 중장기적으로 글로벌 자산 비중 30% 달성도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다.
◇ 불완전판매 리스크 과제…고위험 전략에 신용등급 부담
이와 같은 가파른 성장세에도 리스크는 상존한다. 우선 불완전판매 리스크에 연루된 점이 과제로 부각된다. 한국투자증권은 ‘벨기에펀드’ 불완전판매 사태에 최대 판매사로 연루돼 있다. 벨기에펀드는 이찬진 금융감독원장이 취임 이후 처음으로 직접 언급한 대형 금융사고다. 이달 중 제재 내용이 통보될 것으로 예상된다.
한국투자증권에 접수된 벨기에펀드 관련 민원 883건 가운데 458건이 불완전판매로 확인됐다. 배상 규모는 총 설정원본 약 589억원 중 60억7000만원이다. 문제가 된 펀드는 벨기에 정부 산하기관이 사용하는 현지 오피스 빌딩의 장기 임차권에 투자하는 구조로 유럽 부동산 경기 침체로 투자금 전액 손실로 이어졌다.
또한 한국투자증권이 추진 중인 고위험·고수익 전략이 리스크를 동반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한국투자증권의 작년 상반기 위험선호비율은 24.5%로 경쟁사 평균(20%)을 상회한다. 작년 상반기 기준 발행어음 잔액도 자기자본의 174%에 달하는 18조원을 기록했다. 국내 발행어음 인가 증권사보다 높은 수준이다.
실제 글로벌 신용평가사 무디스는 지난해 한국투자증권의 장기 외화표시 신용등급을 기존 Baa2에서 Baa3로, 단기 신용등급을 P-2에서 P-3로 각각 하향 조정했다.
무디스 측은 “상대적으로 고위험-고수익 모델로 점진적으로 전환하고 있으며 동시에 자금조달 구조가 약화됐다는 점을 고려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만기가 1년 미만인 발행어음을 통해 조달된 자금이 장기 기업금융 및 모험자본에 투자되므로 한국투자증권의 자산-부채 만기 구조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며 “향후 12 ~18개월간 한국투자증권의 자금조달비율(장기자본 사용 대비 장기자본 비율)이 소폭 하락할 수 있다”고 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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