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마이데일리 = 최주연 기자] “그룹의 맏형으로서 충실하게 제 역할을 해 온 은행의 위기입니다”
하나금융그룹의 올해 경영코드는 ‘위기 대응’으로 축약된다. 함영주 하나금융 회장은 밀물처럼 쏟아지는 금융대전환을 ‘은행의 위기’로 상정했다. 과거 은행에 쏠렸던 잉여자금이 현재 증권사나 다른 금융기관으로 이동하는 머니무브가 현실화했기 때문이다.
신년사에서 그는 이탈리아 북부 바이온트 댐 관리자들의 안일했던 산사태 대응 사례를 들며 “우리 스스로 그렇게 변해야 한다는 변화의 당위성에 이견이 없을 것”이라면서도 “그런데 우리는 하나금융그룹을 향해 밀려오는 변화의 파고를 제대로 측정하고 있는 것일까요?”라고 장밋빛 미래보다는 신중론을 펼쳤다.
하나금융은 올해 경영 전략을 △생산적 금융 전환 △디지털금융 주도 △소비자보호 혁신 △포용금융 확대 등 네 개 축으로 잡았다. 함 회장은 이 같은 변화에 선제적으로 대응해 대전환의 출발점으로, 새로운 100년을 열자는 포부를 밝혔다.
◇“이대로는 안 된다” 함 회장 숙원 비은행 기여 높이기
하나금융은 올해 3분기 누적 순이익이 전년동기 대비 6.5% 증가, 3조4000억원을 넘으며 역대 실적을 냈다. 이자 이익과 비이자이익 등 은행 중심 수익으로 이 같은 성과를 낼 수 있었다. 그러나 같은 시기 증권‧카드‧캐피탈 등 비은행 계열사 순익(누적 기준)은 1년 전보다 모두 뒷걸음질 쳤다.
함 회장은 비은행 부문 경쟁력 강화를 매년 강조해왔다. 다만 올해처럼 “이대로는 안 된다”며 외부로 표출한 적은 처음이다.
함 회장은 신년사에서 “증시활황 등 우호적인 시장 상황에도 불구하고 그룹 비은행부문의 아쉬움이 지속되고 있다”면서 “본업경쟁력 강화와 리테일 분야 확대 등 추진 중인 과제들이 보다 빠른 성과로 이어질 수 있도록 실행력을 한층 더 높여갈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하나금융그룹의 은행 의존도는 여전히 90%대를 기록했다. 하나금융 3분기 보고서에 따르면 전체 당기순이익 대비 은행 순이익 비율은 90.9%로 집계됐다. 같은 시기 KB금융(65.69%), 신한금융(73.7%)에 비하면 큰 차이를 보인다. 보험사 인수합병(M&A)으로 비은행 기여 속도를 높이고 있는 우리금융(92.59%)도 맹렬히 추격 중이다.

3분기 누적(연결) 기준 비은행 부분 기여도는 13%로 집계됐다. 구체적으로 보면 증권과 카드가 약 11%를 점유, 캐피탈, 자산신탁, 보험 계열사 등이 겨우 2% 수준으로 기여하고 있는 셈이다.
한 신용평가 관계자는 “하나금융 내부적으로도 포트폴리오상 은행 실적 비중이 높은 것에 대해 충분히 인지하고 수익 확대 방안을 강구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면서 “다만 실적이 한 번에 좋아지기는 어려울 텐데 최근에는 증권과 카드의 유의미한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고 분석했다.
업계 일각에선 하나금융이 영업의 다른 출구가 필요했던 시점, 금융 패러다임 변화를 절호의 시기라고 보는 시각도 있다.
함 회장도 “묵묵히 쌓아온 전문성과 철저한 리스크관리로 안정적인 사업포트폴리오를 유지하며, 시장의 위기를 도약의 기회”로 삼아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부동산 활황기 책임준공형 신탁이라는 시장의 유혹에 흔들리지 않은” 하나자산신탁의 사례를 제시했다.
◇이승열·강성묵·이은형 부회장 3인방 진검승부
대전환 시기 하나금융은 이승열·강성묵·이은형 부회장 3인 체제를 유지했다. 국내 금융지주사들은 회장 아래 부회장 혹은 부사장 직급의 주요 부문장들을 두고 책임 경영을 강화하며 추후 차기 회장감으로서 역량을 평가한다. 하나금융도 생산적 금융과 디지털 대전환(AX‧DX) 시대에 맞게 새 부문을 신설하고 부회장 3인이 전담하게 했다.

하나금융은 올해 지속성장부문·투자/생산적금융부문·신사업/미래가치부문을 신설했다. 이승열, 강성묵, 이은형 부회장이 각각 부문장을 맡았다.
지속성장부문은 그룹의 경쟁력 제고 전략을 담당하는 핵심 부문으로서, 영업 전반을 관여하는 컨트롤 타워다. 하나금융의 ‘아픈 손가락’인 △비은행 부문은 물론 △글로벌본부 △브랜드본부 △지원본부 △리테일본부 △WM본부 △자본시장본부를 편재, 그룹 핵심 역량의 내실 강화 및 시너지 확대를 꾀하기 위해 신설된 부문이다.
지속성장부문장인 이승열 부회장은 외형 확대를 위한 경영전략 뿐 아니라 금융취약계층을 위한 포용금용도 추진한다. 이 부회장은 2018년 하나금융 재무총괄(부사장)과 이후 경영기획 부행장, 하나생명 대표, 하나은행장까지 역임한 재무통이다.
금융권 화두인 생산적 금융은 투자/생산적금융부문장인 강성묵 부회장이 전담한다. 강 부회장은 그룹 전사적 차원의 생산적 금융 전략을 체계적으로 수립, 관계사 간 협업과 실행력을 한층 끌어올릴 것으로 기대된다. 하나증권 대표를 겸임하고 있는 그는 자산관리(WM) 뿐 아니라 기업금융(IB) 영업이익 호조로 2023년 취임 이후 7분기 연속 흑자 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마지막으로 디지털금융과 소비자보호 전략은 이은형 부회장이 총괄한다. 신사업/미래가치부문은 산하에 ‘신사업‧디지털본부’와 ‘소비자보호본부’, ‘ESG본부’가 편제돼있으며 특히 사전 예방 중심의 소비자보호 체계 구축이 핵심 역할이 될 것으로 보인다.
‘함영주 2기’ 출범 2년 차를 맞은 하나금융그룹은 올해 금융 불확실성 속에서 수익성과 건전성을 동시에 확보하는 균형 잡힌 경영 전략이 관건으로 떠올랐다. 특히 업계에서는 2024년 말 직전 인선 과정에서 하나은행장과 하나금융지주 회장 후보로 공통적으로 거론됐던 이승열·강성묵 부회장의 역량 경쟁에 주목하고 있다.
특히, 당시 강성묵 부회장의 경우 하나은행장 유력 후보로 거론됐다. 그러나 하나증권 대표로 점찍었던 외부인사가 제안을 고사하면서 부득이하게 증권 대표를 연임할 수밖에 없었다는 사실은 업계 공공연한 사실로 회자된다. 결과적으로 이호성 하나카드 대표가 은행장직에 올랐다.
한편, 하나금융 회장 자리는 대개 은행장을 거친 인사가 최종후보가 되는 암묵적인 룰이 지켜졌다. 4연임에 성공한 김정태 회장과 함 회장도 은행장을 거쳤다. 현재 부회장 3인방 중 은행장 출신은 이승열 부회장이 유일하다.
◇적정 자본적정성 유지 연체율 관리 필요
자금 흐름을 벤처·스타트업 등으로 전환하는 생산적 금융 확대 과정에서 리스크 관리는 필수다. 신생 기업 투자는 리스크를 수반하기 때문에 연체율은 지금 수준보다 더 증가할 수 있다.
특히, 고환율 상황에서는 달러 표시 위험가중자산(RWA)의 원화환산액을 증가, 보통주자본(CET1) 비율을 끌어내릴 여지가 있기 때문에 RWA 관리 역시 전제된다.

최근 4개년 간 하나금융의 RWA는 지속적으로 증가했지만 증가 규모(RWA 성장률)는 줄었다. 대신에 위험가중자산이익률(RoRWA)을 중심으로 한 질적 성장을 추구하며 13%대 CET1 비율을 사수하고 있다. 영업 자산을 늘리더라도 ‘위험 대비 효율’을 기준으로 자산을 늘린 전략이 통했다.
하나금융의 3분기 CET1 비율은 기업가치 제고 목표 구간(13~13.5%)인 13.30%로 집계됐다.
다만 연체율은 증가세다. 하나금융 3분기 경영실적 보고서에 따르면, 그룹 고정이하여신(NPL)비율은 지난해 3분기 0.73%로 전분기(0.75%) 대비 0.02%p 하락했지만, 전년동기(0.62%) 대비 0.11%p 상승한 수치다. 같은 시기 우리금융의 NPL 비율은 0.70%였다.
*고정이하여신(NPL)비율은 3개월 이상 대출금 상환이 연체돼 회수가 어려울 것으로 판단되는 여신의 비율을 의미한다.
하나금융의 지난해 연말까지 목표 연체율은 0.60%였다. 2분기 연체율은 0.59%에서 3분기에는 다소 개선된 0.57%로 나타났다.

부실 채권 손실 흡수 능력 지표인 NPL 커버리지 비율은 금융당국 권고 기준인 100%선에 가까워지고 있다. NPL 커버리지 비율은 1년 전 128.4%에서 최근 105%로 큰 폭 축소됐다.
하나금융 관계자는 “적극적인 리스크 관리 노력에 힘입어 비은행 자회사의 대손충당금이 감소하면서 3분기 그룹 대손비용이 전분기 대비 하락했다”면서 “연간 경영계획 범위 이내에서 그룹 대손비용률을 안정적으로 유지 중”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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