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셔널 '무인 로보택시', 라스베이거스가 시험대인 이유

프라임경제
[프라임경제] 현대자동차그룹의 자율주행 합작법인 모셔널(Motional)이 2026년 말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무인 로보택시 상용화에 나선다. 

겉으로 보자면 글로벌 로보택시 경쟁 구도 속 또 하나의 상용화 선언처럼 보일 수 있다. 그러나 모셔널의 이번 발표를 들여다보면, 핵심은 서비스 개시 시점 자체가 아니라 어떤 기술 구조로 어떤 검증 철학을 거쳐 상용화에 접근하고 있는가에 맞닿아 있다.

모셔널은 지난 8일(현지시간) 미국 라스베이거스에 위치한 테크니컬 센터(Technical Center)에서 모셔널의 자율주행 기술 개발 현황과 향후 전략을 소개하는 기자 간담회를 개최했다.

이번 간담회에서 모셔널이 함께 공개한 AI 머신러닝 기반 E2E(End-to-End) 자율주행 전환 로드맵은 로보택시 사업을 넘어 현대차그룹 전체 자율주행 전략의 방향성을 가늠하게 하는 대목이다.

라스베이거스는 자율주행 실증에 결코 만만한 도시가 아니다. 복잡한 관광 동선, 불규칙한 보행자 흐름, 엄격한 승하차 규제까지 겹친다. 특히 스트립 지역에서는 지정된 승하차장 외 정차가 단속 대상이 될 수 있어, 차량 공유 서비스 운영 난도가 높다.

모셔널이 이 도시를 첫 무인 로보택시 상용화 지역으로 선택한 배경에는 자신감이 있다. 2018년부터 라스베이거스를 포함해 △로스앤젤레스 △산타모니카 △싱가포르 등에서 축적한 장기간 실증 경험이 그 근거다. 단순 주행 테스트가 아니라 실제 서비스 운영 관점에서의 변수 대응 능력을 쌓아왔다는 점이 강조된다.

특히 호텔·쇼핑몰 내 승하차 구역의 혼잡도, 보행자와 차량이 얽히는 특수한 교통 환경에 대한 이해는 다른 신규 진입자들이 단기간에 따라잡기 어려운 자산이다.


모셔널은 2026년 말 완전 무인 상용화를 앞두고 올해 초부터 라스베이거스에서 시범운행에 돌입한다. 이 단계에서는 운전석에 차량 운영자가 탑승한다. 이는 기술적 미완성 때문이라기보다, 상용 서비스 직전 단계에서 고객 경험과 안전을 종합 검증하기 위한 절차에 가깝다.

글로벌 주요 로보택시 사업자들이 공통적으로 거쳐 온 과정이기도 하다. 운영자는 자율주행 시스템을 감시하고, 예외 상황에서 안전을 확보하는 역할을 수행한다. 모셔널은 이 시범운행을 마지막 검증 단계로 규정하고 있다.

이번 발표에서 모셔널이 반복적으로 강조한 키워드는 'Safety First(안전 우선)'다. 이는 선언적 표현에 머무르지 않는다. 개발 초기부터 미국 도로교통안전국(NHTSA)의 연방 자동차 안전기준(FMVSS)을 충족하는 구조를 전제로 시스템을 설계했고, 독일 시험·인증기관 TÜV SÜD 등 외부 독립기관 검증을 병행해 왔다.

또 시뮬레이션 기반 대규모 시나리오 검증 → 폐쇄 환경 반복 테스트 → 공공도로 점진적 확대라는 단계적 검증 방식을 고수하고 있다. 기술 진보 속도를 조절하면서도 대중 신뢰와 실사용 준비도를 동시에 끌어올리겠다는 접근이다.

로라 메이저(Laura Major) 모셔널 사장 겸 CEO가 "상용화는 기술 준비 상태를 입증하는 단계"라고 언급한 대목은, 기술 데모보다 운영 신뢰를 중시하는 회사의 태도를 드러낸다.

기술 측면에서 가장 주목할 부분은 엔드투엔드(End-to-End, E2E) 전환 전략이다. 기존 자율주행 시스템은 인지–판단–제어를 기능별 모듈로 나눠 연결하는 구조가 일반적이었다. 모셔널은 이 구조를 발전시켜 AI 머신러닝 기반의 E2E 모션 플래닝 중심 통합 아키텍처로 이동하고 있다.

E2E는 주행에 필요한 의사결정 과정을 하나의 학습 구조로 통합하는 방식이다. 이를 위해 모셔널은 머신러닝 모델을 단계적으로 통합하고, 장기적으로는 방대한 주행 데이터를 학습하는 거대 주행 모델(Large Driving Models) 구축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이 전환의 목적은 명확하다. 복잡한 교통 환경에서의 대응 능력 고도화, 소프트웨어 아키텍처 복잡도 감소 그리고 업데이트 속도와 서비스 확장성 개선. 즉, 특정 도시에서 작동하는 자율주행이 아니라 다수 도시로 확장 가능한 운영형 자율주행을 염두에 둔 구조다.

시범운행에 투입되는 아이오닉 5 로보택시는 기존 아키텍처와 E2E 기술이 병행 적용된 상태다. 주행거리가 늘어날수록 데이터가 쌓이고, 그 데이터가 다시 모델 고도화로 이어지는 구조를 이미 갖췄다는 설명이다.

로라 메이저 CEO가 언급했듯, E2E 전환이 진전될수록 검증과 안전 평가 기준은 더욱 촘촘해질 수밖에 없다. 이는 기술 개발 속도를 조절하는 제약이자, 상용화 이후 리스크를 낮추는 장치다.

이번 로드맵은 모셔널 단독 프로젝트로 끝나지 않는다. 현대차그룹은 AVP본부–42dot–모셔널 간 협업을 통해 라스베이거스에서 축적한 레벨 4 운영 경험과 안전 검증 체계를 SDV(Software Defined Vehicle) 고도화 전략과 결합할 계획이다.

현장에서 검증된 운영 노하우를 데이터·대규모 모델 중심의 개발 체계와 연결함으로써, 그룹 차원의 자율주행 기술 기반을 강화하겠다는 구상이다. 이는 현대차그룹이 자율주행을 미래 기술이 아닌, 실제 서비스 경쟁력으로 끌어내리려는 시도로 해석된다.

모셔널의 라스베이거스 상용화 계획은 '누가 먼저 무인 로보택시를 띄우느냐'의 경쟁과는 결이 다르다. 핵심은 어떤 기술 구조와 검증 체계를 통해 얼마나 안정적으로 확장 가능한 서비스를 만들 수 있는가다.

E2E 전환, Safety First 철학, 장기간 도시 운영 경험. 이 세 가지가 맞물린 모셔널의 전략은 로보택시 경쟁이 기술 시연 단계를 넘어 운영 신뢰와 확장성의 싸움으로 접어들고 있음을 보여준다. 라스베이거스는 그 전환점을 상징하는 시험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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