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위크=정소현 기자 고려아연의 미국 제련소 건설 사업과 관련해, 최종 합작계약이 체결되지 않더라도 합작법인이 고려아연 지분 10%를 그대로 보유하게 되는 구조가 형성돼 있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 최종계약도 없는데 지분부터… 고려아연 10% 선배정 구조 논란
합작법인 투자자들이 체결한 ‘사업제휴 프레임워크 합의서(Business Alliance Framework Agreement)’는 각 당사자의 역할과 책임을 구체적으로 명시하지 않은 채 이를 향후 최종 합작계약에서 정하도록 하는 내용이 담긴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합의서에는 최종계약이 2년 내 체결되지 않을 경우 합의서를 해지할 수 있다는 조항이 있는 반면, 이 기간 동안 이미 발행된 고려아연 신주의 효력이나 처리 방식에 대한 규정은 포함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따라 최종계약이 무산되더라도 합작법인은 고려아연 지분을 계속 보유하게 된다. 반면 고려아연은 이를 회수할 마땅한 법적 수단을 확보하지 못한 채 기존 주주 지분만 희석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지분 이전 절차 역시 통상적인 합작 방식과 차이가 있다는 분석도 제기된다. 보통 합작사업에서는 최종계약을 통해 권리와 의무가 확정된 이후 신주가 발행되는 것이 일반적이다. 그러나 이번 건에서는 최종계약 체결 이전에 신주 발행이 이뤄졌다. 이 때문에 계약 성립 여부와 관계없이 합작법인이 지분을 보유하게 되는 점이 논란의 배경으로 거론된다. 이로 인해 사업의 실체가 확정되지 않은 상황에서 고려아연이 재무적·지배구조적 부담을 먼저 떠안을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고려아연이 제3자 배정 유상증자를 통해 지분 10%를 합작법인에 선제적으로 배정한 결정에 대해서도 정당성을 둘러싼 논란이 이어지고 있다. 기존 주주의 신주인수권 배제를 수반하는 만큼 명확한 경영상 필요성과 이에 상응하는 실질적 대가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하지만 미측 투자자의 구체적인 의무가 명확히 규정되지 않은 상황에서, 지분 이전의 필요성과 타당성을 설명하기 쉽지 않다는 문제도 제기된다.
이러한 구조는 자칫 회사가 실질적인 이익 없이 지분만을 상대방에 이전하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로도 연결된다. 경영진의 판단에 대한 책임 문제로 확산될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합의서상 미측 투자자의 지원 범위와 방식에 대한 구체적 조항이 부족한 반면, 사업 수행과 그에 따른 위험 부담이 고려아연 측에 상대적으로 집중돼 있다는 점 또한 문제로 지적된다. 이에 대해 일각에서는 이러한 구조 속에서 지분 배정과 합작 추진이 결정됐다면 기업 지배구조와 주주 보호 원칙 측면에서 논란의 여지가 있다는 평가도 내놓고 있다.
고려아연 최대주주인 영풍·MBK 파트너스는 “미국 제련소 건설 자체를 반대하는 것은 아니지만, 현재 합의 구조가 고려아연에 불리하게 설계돼 있고 최종계약 체결 여부와 무관하게 이미 배정된 지분을 되돌리기 어려운 점이 문제”라고 지적했다.
이어 “설령 신주 발행의 경영상 필요성이 인정되더라도 합작사업의 권리와 의무가 명확히 확정된 이후 발행하는 것이 상식적인 절차”라며 “이 원칙을 무시한 선(先) 지분 배정은 회사와 주주 모두에게 심각한 손해를 가져올 가능성이 크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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