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이마트, 다이소로 빠진 손님 돌아올까”…초저가 ‘와우샵’ 가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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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일 40대 주부들이 이마트 왕십리점에 새롭게 문을 연 초저가 편집숍 ‘와우샵’에서 4950원 초저가 화장품을 살펴보고 있다. 일부 인기 상품은 이미 품절 상태였다. / 방금숙 기자

[마이데일리 = 방금숙 기자] ‘₩’ 모양으로 웃는 얼굴 로고 아래 “1000원 균일가” 문구가 큼지막하게 붙어 있다. 호기심 반, 기대 반으로 노란색 가격표 앞에서 저절로 발걸음이 머무른다.

19일 서울 성동구 이마트 왕십리점. 장을 보러 들어온 이들은 입구에 새로 생긴 생활용품 코너 앞에서 한 번 더 멈춰 섰다. 옷걸이 5개 1000원, 국자 2000원, 식기건조대 3000원 등 가격표가 붙은 상품을 집어 들며 “생각보다 싸다” “가격이 미쳤다” 반응이 이어졌다.

현장에서 만난 40대 주부 고객은 “장 보러 왔다가 화장품이 4950원이길래 품절되기 전에 얼른 담았다”며 “어차피 이마트에는 장보러 오는데 필요한 물건을 한 번에 해결하는 게 편하다”고 말했다.

60대 주부들은 주방용품부터 청소·욕실용품까지 차례로 둘러보며 한참을 머물렀다. 한 고객은 ‘120㎖ 미니 보온병’을 보여주며 “주변에 나눠주려고 여러 개 담았다”며 웃었다.

이마트가 초저가 생활용품 편집숍 ‘와우샵’을 17일부터 시범 도입했다. 다이소와 온라인 등이 장악한 초저가 생활용품 시장에 대형마트가 정면으로 던진 실험 카드다.

이마트 와우샵은 이마트 왕십리점 입구에서 식품 코너로 가는 길목에 전면 배치됐다. /방금숙 기자

와우샵은 1000~5000원까지 균일가로 구성된 생활용품과 뷰티·패션·액세서리까지 1300여개 상품 구색을 갖췄다. 전체 상품의 60% 이상이 2000원 이하, 80% 이상이 3000원 이하 가격대다.

가격 표시를 강조한 포장, 기능 위주의 상품 구성까지 다이소를 연상시켰다. 일부 고객은 “여기가 다이소냐”고 묻기도 했다.

와우샵은 입구에서 식료품 매대로 향하는 길목에 배치된 숍인숍 구조다. 초저가 상품으로 고객 발길을 붙잡고 체류 시간을 늘려 장보기까지 연결하겠다는 이마트의 전략이다. 왕십리점에 이어 은평점(19일), 자양점(24일), 수성점(31일)까지 4개 점포를 순차적으로 선보인다.

이런 가격이 가능한 배경에는 100% 해외 직소싱이 있다. 이마트는 바이어 직접 해외 제조사를 찾아 상품을 선별하고 불필요한 유통 단계를 줄였다고 설명했다. 전국적인 점포망과 가족 단위 장보기 고객층이 와우샵 확장의 잠재력을 뒷받침한다.

19일 서울 성동구 이마트 왕십리점 ‘와우샵’이 초저가 상품을 고르는 고객들이 몰려 붐비고 있다. /방금숙 기자장보기를 마친 고객이 계산대로 가기 전 카트를 끌고 와우샵 생활용품을 둘러보고 있다. / 방금숙 기자

이마트 관계자는 “그동안 그로서리 중심으로 경쟁력을 키워왔지만 소비 트렌드가 초저가로 가고 있어 흐름에 발맞춰 고객 선택권을 넓히기 위해 와우샵을 운영하게 됐다”며 “시범 운영을 통해 고객 반응을 확인한 후 상품 운영 방향을 결정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유통업계에서는 와우샵을 ‘공격’보다 ‘방어’ 전략에 가깝다고 평가한다. 대형마트는 신선식품 경쟁력은 유지하고 있지만 생활용품·잡화 등 비식품 카테고리에서는 다이소와 이커머스에 주도권을 내준 상태다. 구매 빈도가 높은 비식품은 고객 체류 시간과 재방문을 좌우하는 핵심 영역으로 꼽힌다.

실제 롯데마트도 PB 중심 초저가 상품을 늘리며 비식품 매출 방어에 나서고 있다. 이마트처럼 별도 숍인숍을 내세우진 않지만 ‘4950원 가성비 뷰티존’을 확대하고 있다.

편의점도 5000원 이하 화장품과 건강기능식품을 앞세워 고객 유입에 주력하고 있다.

19일 서울 성동구 이마트 왕십리점 ‘와우샵’ 매대에서 고객들이 상품을 고르고 있다. / 방금숙 기자와우샵에는 1000~5000원 이하 1300개 이상 상품이 진열되어 있다. /방금숙 기자

이 같은 초저가 전략 배경에는 고물가에도 꾸준한 성장세를 기록한 다이소가 있다. 다이소 지난해 매출액은 3조9689억원으로 전년 대비 14.7% 증가했다. 영업이익은 3712억원, 영업이익률은 9.4%로 집계됐다. 영업이익 성장률은 41.8%에 달했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고물가에 가격이 최우선 요소로 떠오르면서 고객 구매를 유인할 수 있는 초저가 상품이 더 중요해졌다”며 “다이소라는 강력한 경쟁자가 존재하는 만큼 이마트 와우샵이 시장에서 어떤 반응을 얻을지 지켜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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