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위크=권정두 기자 중견 제약사 환인제약이 거침없는 자사주 처분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또 한 차례 자사주 맞교환을 단행하며 18%에 육박했던 보유 자사주 대부분을 털어낸 모습이다. 하지만 이 같은 분주한 행보는 정부·여당이 적극 추진 중인 정책과 정면으로 배치될 뿐 아니라 주주가치 제고와 거리가 멀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 또 자사주 맞교환… 승계 이어 ‘지분 우군’ 확보 분주
환인제약이 또 한 번 자사주 처분을 결정했다. 지난 18일 공시된 바에 따르면, 환인제약은 한국유나이티드제약과의 자사주 맞교환을 통해 자사주를 처분한다. 보유 중인 101만6,120주(지분 기준 5.46%)의 자사주 중 90만주(4.84%)의 자사주를 한국유나이티드제약에 넘기고, 한국유나티이드제약 자사주 51만9,750주(3.18%)를 받는다. 규모는 104억원이다.
이는 환인제약이 올해 들어 세 번째로 단행하는 자사주 처분이다. 환인제약은 먼저 지난 7월 자사주 100만주(5.38%)를 케이프투자증권 등 국내투자자에 매각했다. 이어 지난 12일엔 총 131만6,880주(7.08%)를 동국제약·진양제약·경동제약에 넘기며 자사주 맞교환을 실시했다. 그로부터 일주일 만에 재차 자사주 맞교환을 단행한 것이다.
이로써 환인제약은 상당한 규모의 자사주를 대부분 처분하게 됐다. 당초 환인제약의 자사주 보유 비중은 17.92%에 달했다. 그런데 이 중 5.38%는 매각으로, 11.92%는 자사주 맞교환으로 처분했다. 이제 남은 자사주는 11만6,120주, 0.62%에 불과하다.
환인제약은 이번에도 앞선 자사주 맞교환과 마찬가지로 ‘전략적 제휴를 통한 사업 시너지 창출 및 협력관계 구축’을 목적으로 제시했다. 하지만 정부·여당 차원에서 추진 중인 ‘자사주 소각 의무화’에 대비한 행보라는 해석에 더 무게가 실린다.
자사주는 주주가치 제고와 밀접한 사안이다. 사업을 통해 벌어들인 자금으로 자사주를 매입 및 소각하면 직접적이고 확실한 주주가치 제고 효과를 가져올 수 있다. 반면, 자사주를 소각하지 않고 보유하며 경영권 방어나 승계 등에 활용할 경우 오히려 주주가치를 훼손하게 된다.
후보 시절 주식시장 활성화를 핵심 공약으로 내걸었던 이재명 대통령이 구체적인 방안 중 하나로 ‘자사주 소각 의무화’를 제시한 이유다.
이재명 정부 출범 이후 정부·여당은 주식시장 활성화 공약을 빠르게 실행에 옮겼으며, 이는 ‘코스피 4,000’ 성과로 이어졌다. 최근엔 1·2차 상법 개정에 이어 ‘자사주 소각 의무화’를 골자로 하는 3차 상법 개정이 본격 추진 중인 상황이다.
환인제약은 올해 5월 중순에 공시된 1분기 분기보고서까지만 해도 자사주 취득·처분·소각 계획이 없다고 명시했다. 그런데 지난 7월 첫 자사주 처분을 단행한 뒤 지난해 사업보고서를 정정해 필요하다고 판단될 경우 검토 및 절차에 따라 진행할 계획이라고 입장을 바꿨다. 이재명 정부 출범을 전후로 입장이 바뀌고, 자사주 처분 움직임이 본격화한 것이다.
문제는 이러한 행보가 주주가치 제고와 거리가 멀다는데 있다. 더욱이 환인제약은 최대주주 측 지분이 23.27%에 불과해 지배력이 공고하지 않다. 이런 가운데, 지난 10월 말엔 오너일가 2세가 부친으로부터 최대주주 지위를 넘겨받은 바 있다. 이에 발맞춰 보유 중인 자사주를 대거 맞교환해 ‘우군 지분’으로 돌린 셈이다. 뿐만 아니라 2000년대 중반엔 미국계 펀드의 공세에 직면해 경영권 위기를 겪기도 했다. 자사주를 주주가치 제고가 아닌 경영권 방어 및 승계에 활용했다는 지적을 피하기 어려운 모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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