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위크=김두완 기자 장동혁 대표를 향한 인내가 막바지다. 국민의힘 안팎에서 장동혁 대표 체제를 향한 우려와 반발이 동시다발적으로 분출하고 있다. 내년 6월 3일 지방선거를 불과 반년 앞둔 시점에 보수 논객과 원로, 중진과 초선 의원들까지 “이 기조로는 선거를 치르기 어렵다”는 문제의식을 공개적으로 드러냈다. 당의 진로를 둘러싼 위기감이 커지는 가운데 지도부의 선택은 외연 확장보다 내부 정리에 가깝다는 평가가 나온다. 당무감사와 징계를 앞세운 질서 세우기가 이어지자 당 안팎에서는 “쇄신을 위한 변화인가, 권력을 지키기 위한 정리인가”라는 질문이 커지고 있다. 장동혁 정치가 지방선거를 앞두고 중대한 시험대에 올랐다는 분석이 나온다.
◇ 지선 앞두고 커진 빨간불… 내부 반발 도화선에 불 붙나
보수 진영 내부의 분위기가 심상치 않다. 12월 중순을 기점으로 보수 논객의 공개 비판, 원로의 직언, 국회 중진을 비롯해 초선 의원들의 토론까지 연쇄적으로 이어지며 장동혁 대표 체제를 둘러싼 논쟁이 전면화되는 양상이다. 단순한 기류 변화가 아니라, 지방선거를 앞둔 당의 진로를 둘러싼 경고가 행동과 발언으로 동시에 분출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먼저 포문을 연 것은 보수 논객 조갑제 대표(조갑제닷컴)였다. 그는 최근 한 라디오 인터뷰에서 김종혁 전 최고위원에 대한 중징계 논란을 언급하며 “헌법과 당헌을 위반한 세력이 오히려 징계를 지휘하고 있다”고 직격했다. 내부 비판을 ‘해당행위’로 규정해 징계로 대응하는 방식 자체가 선거 전략과는 거리가 멀다는 지적이다. 조 대표는 이를 두고 “외부와 싸우지 못하는 정치의 전형”이라고도 했다.
보수 원로의 공개 경고도 뒤따랐다. 이명박 정부에서 법제처장을 지낸 이석연 국민통합위원장은 지난 16일 국회를 찾아 장동혁 대표를 직접 만나 “다수 국민의 뜻을 좇아 정도(正道)를 가야 한다”며 “헌정질서를 파괴한 세력과는 분명히 단절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그는 “집토끼가 달아날까 걱정할 필요는 없다”며 지방선거를 앞둔 보수의 전략은 결집보다 신뢰 회복에 있어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국민의힘 내부에서도 비슷한 문제의식이 공개적으로 표출됐다. 16일 재선 의원 공부모임 ‘대안과 책임’이 주최한 토론회에서는 지도부의 기조에 대해 쓴소리를 쏟아냈다. 유정복 인천시장은 “지금 민심은 매우 위험한 상황”이라고 진단했고, 이성권 의원은 “이 상태로 지방선거를 맞이하면 승리를 장담할 수 있겠느냐”고 반문했다. 개인적 발언이 아닌 공식 토론회에서 제기한 문제라는 점에서 당내 위기의식이 일정 수준을 넘어섰다는 해석이 나온다.
초선 의원들 사이에서도 불안감은 감지된다. 17일 초선 의원들은 별도 회의를 열어 당의 향후 진로를 논의했다. 일부 의원들은 “초선 대표 개인의 입장이 초선 전체의 정치적 의견은 아니다”라며 거리두기에 나섰다. 지방선거 실무를 가장 가까이에서 마주할 초선들 사이에서조차 지도부 기조에 대한 공감대가 흔들리고 있다는 신호로 읽힌다.
이 같은 흐름은 ‘반발의 도화선’이 어디에서 시작됐는지보다 왜 지금 동시에 터져 나오고 있는가라는 질문으로 이어진다. 당 안팎에서는 “지방선거라는 현실적 시계가 움직이기 시작하면서, 더는 미룰 수 없다는 판단이 작동한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지도부 기조에 대한 침묵과 유보가 한계에 이르렀다는 의미다.
◇ 쇄신 대신 ‘정리’… 경고음 막바지 장동혁 선택은
보수 내부의 경고음이 커지는 가운데, 장동혁 지도부의 대응은 쇄신보다는 내부 정리에 방점이 찍혀 있다는 평가가 적지 않다. 대표적인 사례가 당무감사위원회의 최근 행보다. 당무감사위는 지난 16일 김종혁 전 최고위원에 대해 ‘당원권 정지 2년’의 중징계를 윤리위원회에 권고했다. 앞서 당 윤리위원회가 ‘주의’ 조치로 판단했던 사안을 다시 끌어올린 결정이다. 당무감사위원장은 장 대표가 임명한 인사다.
지도부는 당무감사위의 독립성을 강조하고 있지만 당 안팎에서는 “왜 하필 지금인가”라는 질문이 제기된다. 지방선거를 반년 앞둔 시점에 외연 확장이나 민심 회복을 위한 메시지보다 내부 비판 세력을 겨냥한 징계가 전면에 등장했기 때문이다. 한 정치평론가는 “지금 국민의힘에 필요한 건 설득과 설명인데 지도부는 통제와 정리를 택한 것처럼 보인다”고 말했다.
장 대표의 공개 발언도 이런 해석에 힘을 싣는다. 그는 17일 오전 경기도 고양 화전마을에서 연탄 배달 봉사활동 마친 뒤 기자들과 만나 “밖에 있는 적 50명보다 내부의 적 1명이 더 무섭다”며 해당 조치를 두둔했다. 당을 하나로 묶기 위한 질서 확립이라는 설명이지만, 당내에서는 “비판을 내부의 적으로 규정하는 순간 확장은 멈춘다”는 반론이 나온다. 실제로 친한계 인사들은 이번 징계를 두고 “의견 차이를 해당행위로 몰아가는 위험한 선례”라고 반발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논란의 핵심은 징계의 수위보다 제재가 던지는 정치적 메시지다. 지도부 기조를 방송과 언론 인터뷰를 통해 비판했다는 이유로 중징계를 권고한 것은 당내 토론과 공개 비판 자체를 문제 삼겠다는 신호로 읽힌다. 당 안팎에서는 이를 두고 “정책과 노선의 옳고 그름이 아니라 불편한 말을 했느냐가 기준이 되는 정치”라는 지적이 나온다.
정치권에서는 장동혁 정치의 방향성이 보다 분명해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외부로 확장해 선거 국면을 돌파하기보다 내부 비판을 정리해 체제를 유지하는 데 방점을 찍고 있다는 것이다. 이 같은 접근을 두고 당내 일각에서는 “윤석열 전 대통령 시절 반복됐던 통제 중심 정치의 연장선”이라는 해석도 제기된다.
일부 지지자들 사이에서는 이를 “기강 확립”이나 “단일대오 형성”으로 옹호하지만 반대편에서는 “비판을 억누르는 방식으로는 신뢰를 회복할 수 없다”는 반론이 만만치 않다. 특히 보수 논객과 원로, 중진과 초선까지 동시에 경고음을 내고 있는 상황에서 내부 정리는 갈등 봉합이 아니라 갈등의 재점화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국민의힘의 대선 후보였던 김문수 전 고용노동부 장관이 17일 국민의힘 내부 모임에서 한동훈 전 대표를 공개적으로 두둔하고 나선 장면 역시 이런 맥락에서 해석된다. 권력 유지를 위한 내부 정리만 계속될 경우 일각의 반발이 개인의 목소리를 넘어 정치적 연대로 번질 가능성을 보여주는 신호라는 것이다. 보수 진영 일각에서는 “비판을 눌러두는 정치가 계속되면 결국 더 큰 균열로 돌아올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결국 관건은 장동혁 대표가 이 경고음의 막바지 국면에서 어떤 선택을 하느냐다. 보수 내부에서 동시에 터져 나온 우려를 쇄신의 출발점으로 삼을지, 아니면 내부 정리를 통해 체제를 유지하는 선택을 이어갈지에 따라 당의 향후 진로는 크게 달라질 수 있다. 지방선거를 향한 시계는 이미 되돌릴 수 없는 지점까지 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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