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마이데일리 = 정수미 기자] ‘포스트 김윤식’을 가릴 신용협동조합중앙회 차기 회장 선거를 앞두고 후보군 윤곽이 서서히 드러나고 있다. 연체율 급등과 금융사고 논란이 겹친 상황에서 새 수장에게 요구되는 역할 역시 어느 때보다 무거워졌다는 평가다.
18일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따르면 제34대 신협중앙회장 선거는 내달 7일 신협중앙연수원에서 치러진다. 후보자 등록은 오는 23~24일 이틀간 진행되며, 전국 860명의 신협 조합 이사장이 투표권을 행사한다. 중앙회는 28일 선거인명부를 확정할 예정이다.
김윤식 현 신협중앙회장은 2018년 취임 이후 2022년 연임에 성공했지만, 재연임 제한 규정에 따라 이번 선거에는 출마할 수 없다. 이에 따라 신협중앙회는 8년 만에 새 수장을 선출하게 됐다.
현재까지 등록을 마친 예비후보는 박종식 삼익신협 이사장, 고영철 광주문화신협 이사장, 양준모 신협중앙회 이사, 윤의수 전 신협중앙회 대외협력이사, 송재용 남청주신협 이사장 등 5명이다. 후보자 등록 마감까지 추가 출마 가능성도 남아 있다.
이번 후보군의 특징은 지역 조합에서 성과를 쌓은 인물과 중앙회 실무를 경험한 인물이 혼재돼 있다는 점이다. 박종식 이사장은 자산 1억원대에 불과했던 삼익신협을 정상화한 인물로, 현재 신협중앙회 이사로도 활동 중이다.
고영철 이사장이 이끄는 광주문화신협은 자산 약 1조7000억원 규모로, 출범 이후 32년 연속 흑자경영과 배당을 이어온 전국 자산 규모 3위 조합이다. 그는 신협 설립 초기부터 함께하며 안정적인 리더십을 보여왔고, 현재 중앙회 이사직도 맡고 있다.
양준모 신협중앙회 이사는 공주중앙신협 이사장과 공주시의회 의원을 역임하며 지역 기반을 다진 뒤 중앙회 이사로 활동하고 있다.
윤의수 전 신협중앙회 대외협력이사는 중앙회 실무 경험을 강점으로 내세우며 조직 운영 역량을 강조하고 있다.
송재용 남청주신협 이사장은 2016년 취임 이후 자산 2400억원 규모였던 남청주신협을 8년 만에 9000억원대로 성장시키며 실적과 리더십을 동시에 입증했다. 세 차례 연임에 성공한 점도 경영 안정성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다만 차기 회장이 이끌게 될 신협은 위기 국면에 접어든 상태다. 올해 상반기 말 기준 신협의 총자산은 156조8000억원으로 늘었지만, 같은 기간 3333억원의 당기순손실을 기록했다. 지난해 275곳이던 적자 조합은 올해 상반기 456곳으로 늘어 전체의 52.7%를 차지했다.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 여파로 건전성 관리 부담도 커지고 있다. 연체율은 8.36%로 지난해 말보다 2.33%포인트 상승했고, 고정이하여신비율은 8.53%로 악화됐다. 순자본비율도 6.44%까지 떨어졌다.
신협은 자회사 ‘KCU NPL 대부’를 출범시키고, NPL 매입 펀드 조성과 부실채권 일괄 매각 등 구조조정에 속도를 내고 있다. 차기 회장 임기 초반부터 부실 정리 성과가 본격적인 평가 대상이 될 가능성이 크다.
내부통제 부실도 해결 과제다. 지난 10월 열린 국회 정무위원회 국정감사에 따르면 최근 5년간 신협에서 발생한 금융사고는 61건으로 상호금융권 중 가장 많았다. 올해 상반기 자체 감사로 적발된 비리도 68건으로, 다른 상호금융권의 2~3배에 달했다. 특혜 대출, 횡령·배임, 일비 과다 지급, 금품수수 등 사고가 반복되며 조직 관리 전반에 대한 비판이 이어지고 있다.
금융권 한 관계자는 “최근 금융당국이 소비자 보호와 내부통제를 주요 과제로 강조하고 있는 만큼, 차기 회장은 건전성 관리와 내부통제 체계 전반을 함께 점검해야 할 상황”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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