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인트경제]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이 추진하는 11조원 규모 미국 제련소 건설 사업과 관련해 현지 합작법인(JV)에 대한 대규모 제3자 배정 유상증자 시점과 구조가 논란의 중심에 섰다.
유상증자 대금 납입일을 연내로 설정해 JV가 연말 배당금 약 442억원을 수령하는 구조가 형성됐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이번 유상증자의 목적이 미국 투자보다는 최윤범 회장의 경영권 방어에 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고려아연은 지난 15일 공시를 통해 미국 제련소 건설 추진과 함께 크루시블(Crucible) JV LLC를 신주 인수 주체로 하는 제3자 배정 유상증자 계획을 발표했다. 대금 납입일은 12월 26일로 예정돼 있다. 크루시블 JV는 미국 전쟁부와 산업부, 미국 내 전략적 투자자, 그리고 고려아연이 참여하는 합작법인이다.
이번 증자를 통해 고려아연 보통주 220만9716주를 주당 129만원, 총 2조8508억원에 인수할 계획이다. 증자 전 기준으로 약 10.25%에 해당하며, 자사주 소각(68만10주)이 완료된 현재 기준으로는 지분율이 약 10.59%까지 상승한다.
시장에서는 이 지분율이 영풍·MBK파트너스, 최윤범 회장 간 경영권 분쟁에서 사실상 '캐스팅보트' 역할을 할 수 있다는 점에 주목한다. 특히 2026년 3월 정기주주총회에서 의결권을 행사할 주주가 확정되는 올해 12월 31일 이전에 JV가 10%를 넘는 지분을 확보하도록 일정이 설계된 점이 우호지분 확보 의도와 맞물린다는 해석이 나온다.
논란의 핵심은 유상증자 시점이다. 고려아연은 최근 결산배당 공시를 통해 1주당 2만원 배당을 결정했으며, 배당기준일은 12월 31일이다. 유상증자가 계획대로 12월 26일 납입되면 크루시블 JV는 연말 주주명부에 등재돼 곧바로 배당 대상이 된다. 이에 따라 크루시블 JV에 지급될 배당금은 약 442억원 규모로 추산된다.
자금 조달을 위한 유상증자를 추진하면서 불과 3영업일 차이로 상당한 현금이 외부로 유출되는 구조가 형성됐다. 대규모 공장 건설 프로젝트 특성상 자금 집행까지 시간이 충분한 상황에서 납입 시점만 유독 앞당긴 배경에 의문이 제기된다. 공장 착공 시점이 2027년 이후로 거론되는 점을 고려하면 자금 집행 일정과 증자 시점이 맞지 않는다는 비판도 나온다. 대금 납입이 절박하지 않은 상황이라면 납입 시점을 내년 1월로 미뤄 배당 지급 자체를 피할 수도 있었다.
업계 관계자는 "사업 목적의 증자라면 대금 납입일을 12월 26일로 고집할 이유가 없다"며 "이듬해 첫 영업일인 1월 2일로만 미뤄도 배당금 유출 논란은 피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이어 "대금 납입 시점 하나만 보더라도 이번 유상증자의 저의를 의심하게 만드는 요소가 적지 않다"고 덧붙였다.
영풍·MBK파트너스는 지난 16일 서울중앙지방법원에 제3자 배정 유상증자와 관련해 신주발행금지 가처분을 신청했다. 이들은 "경영권 분쟁 상황에서 최윤범 회장의 지배력 유지를 목적으로 설계된 신주배정은 상법과 대법원 판례가 엄격히 금지하는 행위"라며 "신주발행금지 가처분은 필요한 조치"라고 밝혔다.
이번 사안은 미국 제련소 건설이라는 장기 프로젝트의 자금 집행 일정과 달리 유상증자 납입 시점을 연내로 앞당겨 442억원 규모 배당금을 크루시블 JV에 지급하게 된 구조적 문제를 드러냈다. 이에 따라 경영권 분쟁과 관련한 최윤범 회장의 우호 지분 확보 목적이 이번 유상증자 설계에 반영됐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Copyright ⓒ 포인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comment--
첫 번째 댓글을 작성해 보세요.
댓글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