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마이데일리 = 정수미 기자] 카드업계가 프리미엄 카드 라인업을 잇따라 재편하며 우량 고객 확보 경쟁에 속도를 내고 있다. 가맹점 수수료 인하와 카드론 규제 강화로 전통적인 수익원이 위축된 가운데, 높은 연회비를 지불하는 소비 여력이 큰 고객을 확보해 수익성과 건전성을 동시에 챙기려는 전략이다.
20일 금융감독원 금융통계정보에 따르면 8개 전업 카드사(신한·삼성·현대·KB국민·롯데·하나·우리·BC)의 올해 상반기 기준 연회비 수익은 7653억원으로, 전년 동기(7084억원) 대비 8% 증가했다. 가맹점 수수료 수익이 감소하는 가운데 연회비가 카드사 수익의 핵심 축으로 자리잡고 있다는 평가다.
카드업계 관계자는 “프리미엄 상품은 우량 고객 확보를 목적으로 하는 게 업계 공통 인식”이라며 “연회비가 높은 카드를 쓰는 고객은 기본적으로 씀씀이가 크고 연체 위험이 낮아 수익성과 건전성 관리에 동시에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고가 연회비 대신 ‘라이프스타일형’… 여행·호텔·증권 제휴로 판 짠다
최근 프리미엄 카드는 단순히 연회비가 높은 상품을 넘어, 특정 라이프스타일과 제휴를 결합한 형태로 재편되는 추세다. 여행·호텔·모빌리티, 멤버십 프로그램, 증권사 VIP 서비스 등과 묶어 실제 체감 혜택을 극대화하는 방식이다.
하나카드는 ‘제이드 클래식’에 이어 ‘제이드 프라임’, ‘제이드 퍼스트’, ‘제이드 퍼스트 센텀’ 3종을 추가로 내놓으며 라인업을 확대했다. 연회비는 30만~100만원 수준이지만, 연간 이용금액에 따라 연회비 이상 바우처를 제공해 진입 장벽을 낮췄다. 해외·항공·숙박·면세점 이용 시 바우처 및 하나머니 적립, 전 세계 공항라운지 무료 입장, 인천공항·국내 특급호텔 발렛파킹 등 전형적인 여행·호텔 특화 혜택을 강화했다.
삼성카드는 호텔신라와 손잡고 ‘신라리워즈 삼성카드’를 출시했다. 연회비는 70만원으로, 신라호텔 1박 숙박권, 신라스테이 2박 숙박권, 50만 신라삼성포인트 중 한 가지를 매년 선택해 받을 수 있다. 신라 계열 호텔·해외·면세점 이용 시 1000원당 최대 50포인트를 적립해주고, 일정 이용금액 이상 시 추가 포인트를 제공하는 등 ‘신라 호텔·면세점 헤비유저’에게 초점이 맞춰진 구조다.
신한카드는 기존 ‘더 베스트 엑스’를 ‘더 베스트엑스오’로 손질하며 프리미엄 카드 경쟁에 가세했다. 국내외 가맹점 이용 시 마이신한포인트를 적립해주는 ‘포인트형’과 대한항공 마일리지 적립 ‘스카이패스형’ 가운데 하나를 선택할 수 있고, 백화점·호텔 외식·여행·항공·마일리지 등 다양한 기프트 옵션을 연 1회 제공한다.
또 키움증권과 손잡고 히어로멤버십 VIP 고객 전용 ‘레전더리 히어로 신한카드’와 ‘슈퍼 히어로 신한카드’를 내놓으며 증권·투자 수요를 겨냥한 프리미엄 카드도 강화했다. 대한항공 마일리지 적립에 더해 신세계상품권·마이신한포인트 기프트, 골프·의료·스타벅스 할인, 공항라운지 서비스 등을 앞세웠고, 연회비는 최대 70만원 수준이다.
현대카드는 2005년 국내 최초 VVIP 카드인 ‘더 블랙’을 시작으로 ‘더 퍼플’, ‘더 레드’, ‘더 그린’, ‘더 핑크’ 등을 선보이며 프리미엄 시장을 확장했다. 지난해에는 X세대·중년층 라이프스타일을 겨냥한 ‘현대카드 Summit’를 출시해 교육·의료 등 일상 영역으로 프리미엄 개념을 넓혔다.
◇“가맹점 수수료 역마진… 연회비로 마케팅비 메운다”
카드사들이 이처럼 프리미엄 라인에 공을 들이는 배경엔 본업 수익성이 악화된 현실이 자리한다. 가맹점 수수료는 여러 차례 인하됐고, 카드론·현금서비스 등 대출성 상품은 정부의 가계부채 관리 기조 속에 규제가 강화됐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사실상 카드사가 돈을 벌 수 있는 가장 확실한 방법은 가맹점 수수료였는데, 인하가 반복되면서 거의 역마진에 가까운 상황까지 왔다”며 “카드론 규제도 강해지면서 본업이 돈을 벌 기능을 상당 부분 상실했다”고 말했다.
프리미엄 카드는 이런 환경에서 카드사들이 선택한 ‘수익화 창구’다. 연회비 자체가 고정성 수익인 데다, 고액 연회비를 부담하는 고객일수록 이용 규모가 커 카드사가 확보하는 수수료·이자 수익도 자연스럽게 늘어난다.
다만 카드 혜택이 제휴사 중심으로 설계된 탓에 적립률·환급률이 단기간에 바뀌는 경우도 늘고 있다. 제휴 비용 조정이나 카드사 마케팅 전략 변경에 따라 포인트 적립률·바우처 구성·라운지 이용 조건 등이 수시로 조정되면서, ‘처음 가입할 때 봤던 조건’이 오래가지 않는다는 불만도 나온다.
전문가들은 소비자가 브랜드 이미지 등을 보고 가입하기보다는, 실제 본인의 소비 패턴과 제휴처 구성을 꼼꼼히 따져볼 필요가 있다고 조언한다. 연회비 수준과 바우처·포인트 혜택, 공항라운지·주유·생활 할인 등 실질적으로 자주 쓸 수 있는 혜택이 무엇인지, 향후 혜택 구조가 변경될 가능성은 어느 정도인지를 확인하고 선택해야 한다는 것이다.
카드업계의 프리미엄 경쟁은 앞으로도 당분간 이어질 전망이다. 수익원 다변화와 우량 고객 확보라는 카드사의 고민, 여행·호텔·투자 등 개인의 라이프스타일이 고급화되는 흐름이 맞물리면서, 프리미엄 카드를 둘러싼 ‘판 짜기’는 한층 더 치열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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